학창시절 국어, 문학 시간에 접하던 시를 나이를 먹고 나서 접하게 되니 새로운 느낌이 든다.
학창시절에 접한 시가 인생의 마지막 시가 될 줄 알았다. 나이를 먹고 시를 다시 접하니 마음이 조금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시에 적힌 글귀가 공감이 가서 그런걸까? 시를 읽는 것이 소설책이나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와는 다른 섬세하게 감정을 터치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김은정 시인님이 쓴 ‘13월의 환호’라는 시집에 담긴 글은 주로 그리움 혹은 절망,고독에 대한 독백, 그리고 희망과 위로의 감정 등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시를 읽다 보니 어떤 풍경들이 머릿속에 시각화되어 떠오르기도 했는데, 자연 속에 우드 느낌의 집 안에서 창밖이 잘 보이는 창가 자리에 테이블이 놓여져 있고, 그곳에 혼자 앉아 쏟아지는 비와 빗소리를 들으면서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어떤 이의 모습이 떠오르게 한다던지…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맑은 날 자연과 함께하는 사람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고, 절망스럽고 외로운 감정을 타인에게 말하지 못하고 꾹꾹 눌러 담으며 슬픔을 삼키는 아무개의 모습도 그려졌다.
시집에 있는 구절을 곱씹을 때마다 함축적인 표현에서 더 큰 감정을 느끼게 되거나,
머릿속에 시각화되는 경험도 하게 됐는데 아마 이것이 시가 주는 선물이 아닐까 싶다.
요즘은 유튜브, 인스타 등 소셜미디어가 부흥하는 시기라 정적인 것보다 동적인 것을 선호하고 짧고 빠르게 정보를 볼 수 있는 매체를 선호한다.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 들고, 제공되어지는 정보를 생각없이 보고 끝내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책에서는 상상하는 힘이나 창의적인 사고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현실은 스마트폰을 손에 놓지 않고 릴스나 유튜브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좋은 정보를 얻고, 실제로 현실에 적용하면서 지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재미와 흥미 위주로 단순히 스트레스를 풀거나 취미 위주로 보는 것 같다.
그 행위에는 창의적인 생각에 상상력을 더하거나 사유하는 힘은 부족한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시집은 여유로운 시간 속에서 무언가를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상상하고 생각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 준다.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특정 장면이 연출되고 자연스럽게 상상력을 동원하게 된다. 함축적인 표현이나 새로운 표현에서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준다.
시를 읽다 보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단어를 색다르게 표현한 부분들이 눈에 띄는 경우가 있다.
그런 표현들이 주는 재미가 있는 것 같고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시에서만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매력이랄까?
예를 들어, <촉촉한 언어(비)>라는 시에서 하늘에서 내리는 빗줄기를 ‘빗줄기 그물’이라고 표현한 부분이나 <만추>라는 시에서 ’낙엽‘을 ’겸손볼모의 포로인 듯‘이라고 표현한 것 등 예상하지 못했던 표현으로 인해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해야할까? 갇혀 있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그런 시의 세계에 잠시 한번 빠져 보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