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날에, 흔들리는 나를 - 고단한 삶의 현장에서
서영식 지음 / 진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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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부분에 실려 있던 내용이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라고 밝혔다.

책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가져 오면 아래와 같다.


누구나 비빌 언덕 하나는 마음에 두고 산다. 우리가 서러운 날엔 그 언덕에 기대 눈물을 닦고, 그 언덕의 힘으로 기운을 차린다. 나이가 든다는 말은 내가 점점 그 비빌 언덕이 되어 간다는 말인데 내가 누군가의 언덕이 되어가는 순간 나의 비빌 언덕은 점점 작아져 간다. 그러나 내가 비비고 싶었던 부모라는 언덕은 아주 옛날 옛적에 사라지고 말았는데.

이것은 그 언덕에 대한 이야기다.

초반 내용에는 '나의 옛날 이야기'라 하여 저자의 과거 이야기를 살짝 들려 준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다리를 사용하지 못한 아버지와 힘없는 엄마와 형과 누나, 그리고 아홉살이었던 당시의 저자까지 5식구의 이야기를 싣고 있다. 단칸방 하나 먹여 살릴 돈이 없어서 겨울에 쫓겨난 5식구는 갈 곳이 없어 산 속으로 들어가 짚단을 파고 들어가 생활해야 했다. 그 힘든 와중에도 지푸라기 타는 냄새가 좋아 그곳에서 영영 살았으면 좋겠다고 저자는 생각 했다고 한다. 세상물정 모르고 천진난만했던 저자의 모습이 가혹한 현실과 대립되면서 오히려 슬픔이 가중되는 느낌을 받았다.

산 속으로 쫓겨 나오기 전 사글세를 내지 못해 주인집 아들이 엄마에게 욕을 퍼부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본 저자가 대들다가 주인 아들에게 따귀를 맞기도 했다. 하다 못해 부엌문까지 떼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겨울 담요를 문 대신 걸어 두고 소곤소곤 말해야 했다고. 그렇게 결국 사글세를 내지 못해 추운 겨울에 쫓겨나 산으로 도망치듯 이사를 가야했던 거였다. 그때 저자는 산을 '우리를 보듬어 주는 오랜 핏줄' 같다고 생각 했다.

그 당시에 내가 부모의 입장이었더라면 정말 절망스러웠을 것 같다. 몸이 성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언가를 시도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3명의 자식을 키워 내야하는 상황이. 집도 없이 산 속에서 생활해야 하는 순간이 버겁고 불안한 하루의 연속이었을 것 같다. 저자가 산 속에서 생활했던 당시 '밤의 고요와 밤의 어둠'이 제일 두려웠다고 했는데 아마 그런 두려움의 감정은 부모는 매일 같이 느끼고 있었지 않았을까?

그 뒤로 동사무소가 마련 해준 집에서 식구들이 살 수 있었으나 어느날 심장을 움켜지고 쓰러진 아버지가 결국 돌아 가시게 되고 집은 더욱 기울어지게 되면서 힘들어진다. 공부 한다던 형도 알고 보니 몰래 돈을 벌고 있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저자도 돈을 벌어야 된다는 생각에 14살부터 신발 공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다. 1년이 지난 뒤 어머니 마저 쓰러져 돌아가시게 된다. 저자는 인생에 자신이 비빌 수 있던 두 언덕이 모두 사라져 버렸단 사실에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어머니가 병원에 실려 가신 날 의사의 다급한 심페소생술을 시행하는 찰나에 엄마 곁에 가서 머리카락을 몇 가닥을 뽑고 멀찌감치 떨어져 울었다고 했다. 그 모습이 아른거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유산처럼 얻은 머리카락을 휴지에 꽁꽁싸서 엄마의 영정사진 뒤에 넣어 두어야만 살 것 같았다는 저자의 마음이 너무 잘 느껴졌다.

엄마라는 비빌 언덕마저 사라져 버린 상황에서, 힘들 때 언제든 찾아가서 비빌 수 있는 그런 언덕 하나가 절실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끝내 거절한다. 아버지도 화장 했으니 엄마도 화장해야 된다며 엄마도 화장 시켰다. 동생의 마음을 알아차렸던 형은 가루가 된 엄마의 유골을 목과 겉옷에 발라 주었다고 한다. 바람처럼 사라지지 말고, 차라리 몸으로 스며들어 주라고 그랬으리라. 그후로 서로를 언덕이라 생각하며 살았다고 한다.

누구보다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경험하며 살아온 저자가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을 때 쓴 글이라고 한다.

쓸쓸한 날을 견딘 기록이다. 생을 통틀어 가장 쓸쓸했던 옛날과 일상의 사소한 것들이 나를 살게 했다고 한다.

당신도 그럴 것이라고 함께 견디자고 이야기 한다.


쓸쓸한 날을 견디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언덕을 잃고 홀로 언덕이 된다.

세상이 온통 언덕 천지라.

어쩌면 이 세상이 나의 비빌 언덕은 아닐까 생각했다.

삶에서 받은 상처가 단 한 번도

삶이 아닌 곳에서 치유된 적 없었으니까.



*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흔들리고 있는 채로 더 흔들리고 있는 이를 향해
가만히 손을 뻗어 주는 일이 곧 사랑이 아닐까요. - P25

우리 마음에도 이런 빈방 한 칸씩이 있어
늘 새로운 사람이, 늘 새로운 사랑이 짐을 푼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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