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도착하는 마음 - 어른이 되어 다시 만드는 삶의 균형
김유영 지음 / 북스고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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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자꾸 느려졌다. 문장 하나를 읽고 멈추고, 다시 읽고, 한참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다. 마음에 드는 문장 몇 개를 골라 필사하는 정도가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통필사를 해보고 싶을 만큼 글마다 담긴 의미가 깊게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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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누구나 뒤늦게 이해하게 되는 마음이 있다. 그때는 몰랐던 상대방의 진심도 있고,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자신의 감정도 있다. 어떤 순간에는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그 마음을 이제라도 알아차렸다는 사실만으로 달라지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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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작가의 열 번째 에세이는 그렇게 살아온 시간 속에서 놓쳤던 감정들을 하나씩 돌아보게 한다. 외로움과 허전함,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피로,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는 마음까지 누구나 경험하지만 쉽게 꺼내지 못하는 감정들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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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좋았던 것은 모든 감정을 긍정적으로 바꾸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슬픈 마음은 슬픈 대로, 외로운 마음은 외로운 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지 않은 날에도 괜찮은 척해야 한다고 믿었던 시간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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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조금은 쉬워질 줄 알았다. 그런데 살아보니 오히려 관계가 어려워질 때가 많았다. 누군가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말을 삼키기도 했고, 내 감정보다 상대방의 상황을 먼저 생각하며 지내기도 했다. 그렇게 배려한다고 생각했던 순간들 속에서 정작 나는 나 자신에게 얼마나 다정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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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좋아하고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과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도 시간이 지나서야 이해하게 되었다. 마음을 다한다고 모든 관계가 오래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고, 멀어진 관계가 반드시 잘못된 선택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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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믿었던 일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타인의 감정까지 모두 책임지려 했던 것은 아닌지, 나에게 필요한 쉼마저 게으름이라고 여기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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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작은 서점을 운영하고,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배우고, 암자에 머물렀던 자신의 경험도 들려준다. 서로 다른 시간을 지나며 얻은 깨달음은 거창한 성공이나 완벽한 삶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흔들리는 순간에도 자신에게 맞는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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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문장마다 더 오래 머물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말이 아니라 여러 시간을 통과한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생각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 역시 삶의 방향을 바꾸고 나서야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무엇을 더 이루어야 하는지보다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가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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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주 남들보다 늦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미 원하는 자리에 도착한 것 같고, 나만 아직 제자리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걸어온 길이 다르고 감당해야 했던 무게도 다르다. 같은 시간을 살아도 마음이 성장하는 속도까지 같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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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며 내가 조금 더 현명했더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이제는 그때의 내가 알지 못했던 것들을 지금의 내가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의미를 두고 싶다. 그 시절의 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아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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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삶이 기울어지는 순간에서 시작해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잠시 멈추고, 다시 걸어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마음을 단번에 바꾸는 특별한 방법을 알려주기보다는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건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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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책은 읽는 것으로 끝내기 아쉬웠다. 한 문장을 손으로 옮겨 적으며 내가 살아온 시간을 함께 기록해 보고 싶어졌다. 같은 문장이라도 읽는 사람의 경험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이 독서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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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잠시 멈춘다고 뒤처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멈춰 서서 자신을 살피는 시간이 앞으로의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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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정리하고 싶은 사람, 인간관계에 지친 사람, 자신의 선택을 자꾸 의심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특히 문장을 천천히 곱씹으며 읽는 것을 좋아하거나 필사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는 독자라면 더욱 의미 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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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게 깨달은 마음들을 더는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의 나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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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정답을 대신 내려주는 책이 아니라 독자가 자기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내게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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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읽고 끝내기보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펼쳐보고 싶은 책이다. 그때는 지금과 또 다른 문장에서 오래 머물게 될 것 같다. 살아가는 동안 나의 마음도 조금씩 달라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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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밀크웨이 - 남겨진 세 사람의 기록
김강토 외 지음 / 부기출판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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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엄마의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운구차에 올랐던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면서도 눈물만 하염없이 흘렀다. 엄마가 정말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그날의 공기와 마음은 여전히 또렷하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도 바로 그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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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희 작가를 떠나보낸 연인 김강토, 오랜 친구 이수현, 동생 백다희가 1년 동안 써 내려간 기록이다. 세 사람은 한 달에 한 번 모여 각자의 글을 읽어주며 사랑했던 사람을 기억했다. 같은 사람을 떠나보냈지만 슬픔을 견디는 방법은 모두 달랐다. 누군가는 달리며 버텼고, 누군가는 음식을 만들며 추억을 떠올렸고, 누군가는 남겨진 작은 생명을 돌보며 하루를 살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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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의 이야기는 특별한 사건보다 평범한 일상에서 더 깊이 다가왔다. 무언가를 먹다가 떠난 사람이 생각나고, 길을 걷다가 익숙한 모습에 발걸음을 멈추고, 기쁜 순간에도 함께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너진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졌다고 해서 세상까지 멈추는 것은 아니었다. 남겨진 사람은 여전히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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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지나온 시간과 너무 닮아 있어 책을 덮고 눈을 감아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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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연인 강토의 기록을 읽으며 슬픔을 악착같이 참아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엄마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병원에서 책임자로 일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동료들의 슬픔을 가장 먼저 함께했던 사람이었지만 정작 엄마의 장례식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그때는 누군가를 원망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내 마음을 돌보기보다 병원에서 맡은 역할과 책임을 먼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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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를 치른 뒤에도 쉬지 않고 바로 출근했다. 평소처럼 일하고 사람들을 대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퇴근 후 혼자 차에 오르면 그제야 참았던 감정들이 쏟아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마다 허탈함과 그리움에 울었다. 누군가에게 기대어 마음껏 슬퍼할 시간조차 나 자신에게 허락하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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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을 지나며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다. 나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 내가 지켜야 할 관계는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게 됐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당장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마지막 근무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면서도 2년을 더 내 본분에 충실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 자신을 위해 퇴사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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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그 시간은 엄마를 잃은 슬픔을 견디는 과정이자 나를 다시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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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세 사람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애도하는 모습을 보며 슬픔에는 정해진 모습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했다.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움직이고, 누군가는 평소와 다름없이 살아간다. 겉으로 괜찮아 보인다고 해서 정말 괜찮은 것은 아니다. 슬픔을 표현하지 않는다고 덜 사랑했던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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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떠난 뒤 한동안 아빠를 엄마라고 부르곤 했다. 너무 익숙해서 입에서 먼저 나온 말이었다. 그 짧은 순간마다 엄마가 없다는 현실을 다시 마주해야 했다. 습관이라는 것이 참 이상하다. 함께했던 시간은 끝났는데 몸은 여전히 그 사람이 곁에 있던 날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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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에 관한 이야기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부터 누군가에게 생일 축하를 받는 일이 서글퍼졌다.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엄마는 없는데 나 혼자 축하받는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슬펐다. 그렇게 해마다 생일을 특별한 날로 여기지 않고 지나보내게 됐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외면하고 있던 마음을 다시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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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슬픔을 이겨냈다는 결말을 서둘러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흔한 위로 대신 여전히 그립고 아프지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는다. 웃는 날에도 슬픔은 찾아올 수 있고, 행복한 순간에도 떠난 사람을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이 잘못된 애도가 아니라는 사실이 마음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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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담긴 의미도 인상 깊었다. 한번 버터가 된 우유는 다시 원래의 우유로 돌아갈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후의 삶도 그렇다. 이전과 똑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달라진 세상에서 살아갈 방법을 조금씩 찾아갈 수는 있다. 상실은 단순히 누군가의 빈자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의 삶까지 바꾸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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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생전 엄마는 힘든 병원 일을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그때는 선뜻 용기를 내지 못했지만 지금은 엄마의 말을 조금씩 실천하며 살고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이 내 일상에서 가장 편안한 순간이 됐다. 마음이 힘든 날이면 책을 펼치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은 문장 속에서 위로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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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지금 내가 책을 읽는 이유에도 엄마가 남아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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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의 글이 유난히 먹먹했던 이유는 떠난 사람에게 말을 건네듯 이어지는 기록 때문이었다. 대답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오늘 있었던 일을 전하고, 함께 웃었던 시간을 떠올리고, 여전히 사랑한다고 마음속으로 말한다. 나 역시 엄마가 살아 계셨다면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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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완전히 극복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움을 품고 살아가는 것도, 때로는 무너졌다 다시 일어서는 것도 남겨진 사람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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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떠난 사람을 잊는 방법이 아니라 그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도 사랑을 이어가는 방법을 생각하게 한다.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면 세 사람의 평범한 기록 속에서 자신의 기억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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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없는 삶은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앞으로도 그리움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이제는 그리움을 억지로 밀어내지 않고 함께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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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사람을 기억하면서도 오늘을 살아가는 일. 그것 또한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오래 마음에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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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의 선장들 - 당장의 삶, 다가올 죽음, 그 사이를 채운 책에 관한 216일간의 대화
김새섬.김진경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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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최근 장강명 작가의 책을 읽었던 터라 그의 아내인 김새섬 대표의 암 재발 소식을 접했을 때 마음이 무거웠다. 책으로 만난 작가의 가족이 겪는 현실이라는 사실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더욱이 나 역시 가족의 죽음을 여러 번 경험했기에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나 남다르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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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은 김새섬 대표와 김진경 작가가 216일 동안 나눈 대화를 담고 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의 특별한 용기를 보여주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읽을수록 죽음보다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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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김진경 작가는 커다란 풍랑을 마주한 김새섬 대표를 선장으로 바라본다. 자신은 그 모습을 지켜보는 구경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화가 이어질수록 그 생각은 달라진다. 누구나 언젠가는 죽음을 마주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조금 먼저 거센 파도를 만났을 뿐, 우리 모두 이미 각자의 배에 올라타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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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가족의 죽음을 여러 번 지나오면서 내일이 반드시 찾아온다는 보장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고, 미루지 말고 지금 행복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 책은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삶의 태도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하루를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지금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 정말 내 마음에서 시작된 것인지 생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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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새섬 대표가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면서도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병을 대하는 태도가 담담하다고 해서 두려움이나 고통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삶을 대하는 단단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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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삶은 작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일에 비유된다. 가는 길에 폭풍우를 만날 수도 있고, 애써 찾아간 곳에 기대했던 보물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원하는 방향을 향해 배를 움직이는 일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와닿았다. 결과가 언제나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내가 선택한 길을 걸어왔다는 사실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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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행복한 결말을 위해 오늘을 견딘다. 조금 더 안정되면, 여유가 생기면, 모든 일이 해결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생에는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완벽한 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에게 중요한 것은 먼 훗날의 결과보다 오늘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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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김새섬 대표와 장강명 작가가 매년 12월 31일 서로 유서를 쓰고 읽어준다는 이야기였다.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자신의 마지막을 생각하고, 서로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전한다는 점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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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남편과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남편은 그런 것을 왜 쓰느냐는 반응이었다.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부부라도 죽음을 생각하는 방식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사실에 웃음이 나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게 유서는 불길한 미래를 준비하는 글이 아니라 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고마움과 사랑을 전하는 편지처럼 느껴졌다. 마지막이 언제인지 알 수 없기에 지금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일이 더 소중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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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좋았던 또 다른 점은 두 사람이 책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이어간다는 사실이다. 한 사람의 경험을 다른 사람이 듣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문학과 철학을 함께 이야기하며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간다. 책은 삶의 정답을 알려주는 도구가 아니라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바라보게 하는 나침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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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부분이 특히 반가웠다. 같은 책을 읽어도 살아온 시간과 경험에 따라 받아들이는 의미가 달라진다. 누군가에게는 지나가는 문장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책을 읽고,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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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죽음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과 고통은 분명 두렵고 부당하다.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현실을 받아들일 수도 없다. 이 책은 반드시 강해져야 한다고 말하기보다 어려운 현실 앞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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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섬 대표의 태도에서 용기를 발견하면서도 그 용기가 모든 사람에게 요구되는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워하고 슬퍼하는 마음도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두 사람의 대화가 더 진실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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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떠나보낸 사람으로서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그리움은 시간이 지난다고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평범했던 하루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뒤늦게 깨닫는 순간도 많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죽음을 생각하는 일이 반드시 슬픔에 머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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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끝날 삶이기에 사랑하는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하고 싶은 일을 지나치게 미루지 않고, 평범한 하루를 조금 더 소중하게 바라볼 수 있다. 죽음을 의식한다는 것은 결국 살아 있는 지금을 더 깊이 바라보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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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에 관한 질문이 필요한 사람, 자신의 선택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 책이 삶에 어떤 의미를 남길 수 있는지 궁금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특히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면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자신의 기억과 마음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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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서도 난파선이라는 비유가 오래 남았다. 나는 누군가의 삶을 멀리서 바라보는 구경꾼이 아니었다. 이미 내 인생이라는 배에 올라타 하루하루를 항해하고 있었다. 앞으로 어떤 풍랑을 만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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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이야기하는 책이 오늘을 살아갈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오래 기억하고 싶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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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그 자체로 향기롭다
한예린 지음 / 새벽녘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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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따뜻한 말을 건네면서 정작 나 자신에게는 얼마나 다정했을까. 누군가 힘들다고 하면 괜찮다고 위로하면서도 내가 지칠 때는 조금만 더 참으라고 다그치곤 했다. 잘한 일보다 부족했던 일이 먼저 떠오르고, 충분히 노력했는데도 더 잘할 수 있었을 거라며 스스로를 탓했다. 그렇게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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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참 많은 비교를 한다. 누군가는 나보다 앞서 있고, 누군가는 더 행복해 보인다. 비슷한 나이인데도 이루어 놓은 것이 다르고 살아가는 모습도 다르다. 다른 사람의 좋은 모습은 쉽게 발견하면서 내가 가진 것의 소중함은 자주 잊어버린다. 나 역시 내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보다 부족한 부분부터 찾았던 순간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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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린 작가는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피어나는 꽃처럼 사람에게도 자신만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누구보다 빨리 피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꽃과 똑같은 모습을 갖출 필요도 없다. 지금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나라는 사람의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단순한 사실이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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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날에는 힘들다고 인정하고, 지친 날에는 쉬어 가도 된다는 마음이 글 곳곳에 담겨 있다.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는 막연한 기대보다 잘되지 않는 날에도 나를 미워하지 않는 태도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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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돌아본 것은 나 자신에게 미안했던 시간이다. 해야 할 일을 먼저 끝내고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나를 위해 보내는 시간에는 괜히 아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부탁에는 쉽게 시간을 내면서 정작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에는 무심했다. 몸이 지쳐도 마음이 힘들어도 당연히 견뎌야 하는 일처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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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에게도 다정한 말이 필요했다. 오늘 하루 애썼다는 말, 충분히 노력했다는 말, 잠시 쉬어도 괜찮다는 말을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내가 먼저 해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거창한 목표를 이루거나 특별한 선물을 주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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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를 바라보는 부분에서도 공감이 컸다. 우리는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서 때로는 싫은 것도 괜찮다고 말한다. 상대방이 실망할까 봐 마음에 없는 대답을 하고, 관계가 멀어질까 봐 불편한 감정까지 참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동안 정작 나 자신과의 관계가 나빠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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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배려하는 마음은 소중하지만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모든 사람의 기대를 만족시킬 필요는 없다.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차가운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며, 내 마음을 지키는 일이 이기적인 행동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나 자신을 존중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과도 건강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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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하루를 바라보는 시선도 좋았다. 우리는 특별한 일이 생겨야 행복하다고 느끼기 쉽다. 계획한 일을 모두 마치거나 바라던 결과를 얻어야 비로소 만족한다. 하지만 매일이 특별할 수는 없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간 하루에도 무사히 하루를 마친 안도감과 소소한 기쁨이 있다. 작은 행복을 알아보는 마음이야말로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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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를 얼마나 돌보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질문들도 담겨 있다. 이 부분이 특히 의미 있었다. 좋은 문장을 읽고 잠시 위로받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생활을 직접 살펴보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바쁘게 살아왔는지, 내가 좋아하는 일에는 얼마나 시간을 쓰고 있는지, 마지막으로 나를 칭찬했던 날은 언제였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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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은 어렵지 않고 표현은 부드럽다. 익숙하게 들어온 위로도 있지만 그 말들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읽는 사람의 현재 마음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말도 지친 어느 날에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이 책 역시 한 번에 읽고 덮기보다 마음이 복잡한 날 다시 펼쳐 보고 싶은 글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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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것과는 다르다는 점이 좋았다. 부족한 부분을 고치기 위해 노력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지금의 나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조금 느리게 걸어가더라도 나에게 맞는 방향을 선택하면 된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보다 내가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삶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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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자신감을 잃은 사람, 인간관계에 지쳐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사람, 열심히 살아왔는데도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특히 누구보다 타인을 잘 챙기면서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한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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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에게 가장 먼저 건네야 할 말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더 잘해야 한다는 다짐보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는 인정이 먼저 필요했다. 앞으로도 부족한 날은 있겠지만 그런 날마다 나를 미워하며 보내고 싶지는 않다. 다른 사람의 삶을 부러워하느라 내 삶의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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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특별한 모습으로 빛나지 않아도 나는 나만의 아름다움을 가진 사람이다. 이 책이 전하는 가장 따뜻한 위로는 결국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마음이었다.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전에 나에게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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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다 날씨 탓
친절한 마녀 지음 / 드림셀러 / 202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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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살다 보면 별일 아닌 일에도 마음이 무너지는 날이 있다. 평소라면 웃어넘겼을 작은 실수에 하루 종일 신경이 쓰이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잘 살아가는 것 같은데 나만 제자리에 멈춰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면 가장 먼저 나를 탓하게 된다. 조금 더 잘했어야 했다고, 더 노력했어야 했다고, 결국 내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지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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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런 마음에 잠시 멈춰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모든 일이 내 잘못은 아니고,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 날이 있다는 사실을 일상의 언어로 다정하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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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좋았던 건 위로를 건네는 방식이었다. 괜찮아질 거라는 막연한 약속이나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조언보다 지금까지 충분히 애썼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해 준다. 잘해내지 못한 순간에도 그동안의 노력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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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신에게 참 인색하다. 다른 사람이 힘들다고 하면 쉬어도 된다고 말하면서 정작 내가 지치면 그 정도는 참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실수에는 너그럽지만 자신의 작은 잘못은 쉽게 용서하지 못한다. 나 역시 하루를 돌아보면 잘한 일보다 부족했던 일이 먼저 떠오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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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책을 읽으며 꼭 그렇게까지 나를 몰아붙여야 할까 생각하게 됐다. 열심히 살아가는 것과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분명 다른 일인데, 그동안 그 차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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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죽을힘을 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가 오래 남았다. 우리는 무엇이든 끝까지 버텨야 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쉬고 싶어도 게으르게 보일까 걱정하고, 잠시 멈추면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질 것처럼 불안해한다. 하지만 지쳐 쓰러질 때까지 버티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 속도를 늦추는 일도 앞으로 계속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선택이라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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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공감됐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속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남들의 성취를 보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누군가는 앞서가고 누군가는 원하는 것을 이뤘다는 소식에 내 삶을 부족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출발점도 다르고 지나온 시간도 다르다. 남보다 조금 늦었다는 이유로 내가 걸어온 길의 의미까지 작아지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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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이런 생각을 어렵지 않게 풀어낸 짧은 글들이 담겨 있다. 귀여운 고양이 그림과 일상적인 표현 덕분에 무거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해도 조금씩 긴장을 내려놓게 된다. 중간중간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히 좋은 문장을 읽고 넘어가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지금 내 마음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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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후회와 내일의 걱정에 오늘을 빼앗기지 말라는 메시지도 인상적이었다. 이미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후회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며 지금의 행복을 놓치는 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정작 소중하게 살아야 할 오늘에는 마음을 충분히 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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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책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건 아니다. 마음이 힘든 이유를 분석하거나 특별한 성공 비결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대신 우리가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바쁘게 살아가느라 잊어버린 사실들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괜찮지 않은 날도 있고, 쉬어야 하는 순간도 있으며, 남들과 똑같은 속도로 살아갈 필요는 없다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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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위로가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당장 삶을 바꾸라고 재촉하지 않고 지금 있는 자리에서 자신을 조금 덜 미워하는 것부터 시작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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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동안 매일 좋은 날씨만 만날 수는 없다.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갑자기 비가 내릴 수 있고, 예상하지 못한 바람에 계획이 틀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 하루가 전부 실패한 것은 아니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시간도 삶의 일부이고, 잠시 젖은 옷을 말리는 시간도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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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니 나에게 건네는 말을 조금 바꾸고 싶어졌다. 왜 이것밖에 못했느냐고 다그치기보다 오늘도 애썼다고 인정해 주고 싶다. 남들보다 늦었다고 불안해하기보다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싶다. 힘든 날에는 이유를 찾아 자신을 탓하기보다 잠시 쉬어갈 여유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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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날,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한 것 같은 날, 애쓰고 있는데도 잘하고 있다는 말을 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짧은 글을 한 편씩 읽으며 마음을 정리하기에도 좋고, 지친 하루의 끝에서 조용히 펼쳐보기에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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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를 보내는 것만큼 좋지 않은 하루를 받아들이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잘한 일이 없어 보여도 오늘을 살아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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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모든 날을 잘 보내려고 애쓰기보다 잘되지 않는 날에도 나를 미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 하루가 마음처럼 풀리지 않았더라도 내일까지 나를 탓하며 보내고 싶지는 않다. 때로는 그냥 날씨가 좋지 않았던 하루였다고 생각하며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잠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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