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할게요 (10주년 기념 전면 개정판)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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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에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책이다. 몇 달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펼쳤는데 이상하게도 처음과는 다른 감정이 밀려왔다. 분명 읽었던 문장이고 익숙한 이야기인데 마음에 머무는 부분이 달라졌다. 같은 책을 읽어도 그동안 내가 어떤 시간을 보내왔느냐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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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욱 작가의 책은 유독 다시 읽게 된다. 어렵거나 특별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데도 평범한 문장 속에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담겨 있다. 처음 읽을 때는 그저 따뜻하게 느껴졌던 문장이 다시 읽을 때는 오래된 기억을 꺼내 놓기도 한다. 어떤 날에는 위로가 되고, 어떤 날에는 잊었다고 생각했던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그의 글은 한 번 읽고 덮기보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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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0주년 기념 전면 개정판은 표지부터 인상적이다. 편지봉투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이 책의 내용과 참 잘 어울린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시작된 이야기를 실제 편지 한 통처럼 마주하는 기분이다. 봉투를 열면 오래전 받았던 안부가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화려한 장식 없이도 책이 전하려는 감정을 충분히 보여주는 표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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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사랑했던 사람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말과 이별 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리움과 후회, 미안함과 고마움처럼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 경험하는 감정들이다. 누군가를 향해 쓴 편지이지만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이야기가 되어 있다. 특별한 사건보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기억을 통해 공감을 끌어낸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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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동안에는 평범했던 순간이 관계가 끝난 뒤에는 가장 선명한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함께 걷던 길이나 무심코 주고받았던 말, 계절이 바뀔 때마다 떠오르는 작은 습관들이 그렇다. 당시에는 특별하지 않았던 일이 시간이 흐른 뒤에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된다. 책을 읽으면서 소중한 것을 알아보는 데 왜 때로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한지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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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별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좋았다. 무조건 잊으라고 말하지 않고, 지나간 마음을 억지로 정리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후회가 남으면 그 마음까지 인정하게 한다. 사랑했던 시간이 끝났다고 해서 그때의 진심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팠던 관계도 결국 내가 살아온 시간의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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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편지가 향하는 대상은 연인만이 아니다. 다시 만나기 어려운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떠올리게 하는 글도 마음에 남았다. 익숙한 목소리와 사소한 생활의 흔적이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간절한 기억이 되는지 생각하게 됐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일상이 사실은 가장 오래 간직하고 싶은 추억일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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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전하지 못한 말을 마음에 남겨둔다. 조금 더 다정하게 말할 걸, 그때 먼저 연락할 걸,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말 걸 하는 후회도 생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 마음을 돌아보는 일은 지금의 관계를 대하는 태도를 바꿀 수 있다. 책을 읽고 나니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순간을 너무 쉽게 미루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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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결국 나 자신을 돌아보는 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사랑을 잃은 뒤에도 내 삶은 계속된다. 상대를 그리워하는 마음만큼이나 그 시간을 지나온 나를 이해하는 일도 중요하다. 관계 속에서 상처받았던 순간을 떠올리면서도 모든 잘못을 나에게 돌릴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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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욱 작가의 문장은 감정을 크게 꾸미지 않는다. 담담하게 쓰인 글인데도 어떤 부분에서는 오래 멈추게 된다. 독자에게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각자의 경험을 떠올릴 자리를 남겨두는 문체가 좋다. 다정하면서도 지나치게 가볍지 않고, 슬픔을 다루면서도 끝내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읽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사랑 이야기로도, 이별 이야기로도,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로도 다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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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을 때와 몇 달 뒤 다시 읽었을 때의 감정이 달랐던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책의 문장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그사이 내가 바라보는 관계와 삶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졌기 때문이다. 재독은 이미 아는 내용을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지나간 시간 동안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하는 경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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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별 후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 사람에게도 좋지만,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서툰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오래된 관계를 돌아보고 싶은 사람이나 짧은 문장으로 조용한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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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니 편지를 쓰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반드시 답장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하지 못한 마음을 스스로 외면하지 않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직 늦지 않았을 때 전하고 싶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건네던 다정한 말을 나 자신에게도 아끼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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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도 여전히 감성이 가득하고 따뜻한 책이다. 달라진 내 마음을 발견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이번 재독은 더욱 의미 있게 남았다. 좋은 문장은 읽는 순간에만 머무르지 않고 독자의 삶을 따라오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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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안녕 - 달콤하고도 먹먹한 우리의 이별 준비
마크 스티븐 포로 외 지음 / 북플레저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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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은 아무리 준비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다. 언젠가는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막상 그 시간이 다가오면 조금만 더 곁에 있어 주기를 바라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는 89세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생활을 뒤로한 채 고향으로 돌아간다.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엄마와의 시간은 3년 반, 약 1,300일로 이어진다. 그동안 아들은 엄마의 식사를 챙기고 몸을 씻기며 일상을 함께한다. 한때는 자신을 돌봐주던 엄마를 이제는 자신이 돌보게 된 것이다.
책은 노년의 부모를 돌보는 일을 무조건 아름답게 표현하지 않는다. 서로의 생각이 달라 다투기도 하고,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며, 끝이 보이지 않는 돌봄에 지쳐가는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면서 힘들다고 느끼는 것이 잘못은 아니라는 사실에 공감했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순간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사랑한다고 해서 지치지 않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마음에 남았던 부분은 엄마의 어린 시절과 가족의 지난 이야기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엄마의 젊은 시절 사진과 가족이 겪었던 사연을 읽으며 마치 어른이 된 후 오래된 가족 앨범을 꺼내 부모님에게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들었다. 사진 속 젊은 엄마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며 그 시절에는 어떤 꿈을 꾸었고, 무엇을 두려워했으며,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을지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부모님을 너무 오래 엄마와 아빠라는 이름으로만 바라보며 살아온 것 같다.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였던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어린 딸이었고, 사랑받고 싶었던 한 사람이었으며, 수많은 어려움을 견디며 자신의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런데 나는 엄마의 어린 시절을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엄마가 살아온 시간을 얼마나 궁금해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엄마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내게는 이 책의 모든 시간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저자가 엄마 곁에서 함께한 1,300일이 부럽기도 했다. 나도 엄마 곁에 조금 더 오래 머물며 가만히 얼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꼭 대단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좋았을 것이다.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먹고, 오래된 사진을 펼쳐놓고,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살아 계실 때는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평범한 시간을 쉽게 지나쳐 버렸다. 엄마의 목소리도, 웃는 얼굴도, 함께 먹던 밥도 그때는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사소한 순간들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리움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정말 그리워하는 것은 특별한 날의 추억보다 아무 일 없이 흘러가던 평범한 하루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엄마가 좋아하는 커피 아이스크림을 챙기는 장면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 반드시 거창한 행동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고, 작은 부탁을 들어주고,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이 사랑의 모습일 수 있다. 아프고 늙어가는 순간에도 사람은 여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통해 기쁨을 느낀다. 그 작은 기쁨을 지켜주려는 마음이야말로 진심 어린 돌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마지막 순간 엄마와 아들이 서로에게 사랑을 전하는 장면에서는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없었다. 조금만 더 살아주기를 바라면서도 더는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복잡할지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고 싶은 마음과 편히 쉬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 서로 반대되는 감정처럼 보이지만 결국 같은 사랑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느꼈다.
책 속에는 죽음을 앞둔 슬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쌓였던 가족의 기억과 이해하지 못했던 감정, 함께 웃었던 순간과 돌봄 속에서 새롭게 발견한 사랑이 담겨 있다. 특히 사진으로 남겨진 가족의 지난 모습은 글로만 읽을 때와 또 다른 감정을 전해준다. 늙고 아픈 엄마에게도 찬란했던 젊은 시절이 있었고, 아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긴 인생이 있었다는 사실이 마음을 울렸다.
부모님이 살아 계신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함께하는 오늘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독자라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다정한 순간들을 다시 꺼내볼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엄마에게 해주지 못한 일만 떠올리기보다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을 조금 더 따뜻하게 기억하고 싶어졌다.
이 책은 이별을 준비하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이야기다. 언젠가 마지막이 찾아온다는 사실은 바꿀 수 없지만,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건네는 말과 행동은 달라질 수 있다.
책을 덮고 나니 엄마의 얼굴이 오래 떠올랐다. 못다 한 이야기도, 더 오래 바라보지 못한 아쉬움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래도 이제는 후회만으로 엄마를 기억하고 싶지 않다. 엄마가 내게 남겨준 사랑과 함께했던 평범한 날들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오늘은 언제나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이다. 그 당연한 사실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곁에 있는 동안 더 많이 바라보고, 더 자주 표현하며, 조금 더 다정하게 사랑하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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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울에 풍덩 - 제2회 소원청소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ㅣ 소원라이트나우 12
이재은 지음 / 소원나무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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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바다수영을 좋아하는 나는 첫 장부터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물속에서 느끼는 자유로움과 헤엄칠 때의 즐거움을 알기에 주인공 도란의 마음이 더욱 생생하게 전해졌다. 수영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대견하고 멋있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열다섯 살 소녀 하도란이 수영을 통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바다에서 헤엄치는 것을 좋아하던 도란은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경성의 수영장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수영 선수라는 새로운 꿈을 품게 된다.
처음에는 그저 물속에 있는 시간이 좋아서 헤엄쳤지만 점점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기록을 줄이고 싶고, 다른 선수들처럼 제대로 배우고 싶어진다. 좋아하는 일이 꿈이 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어서 도란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하지만 도란이 살아가는 시대는 지금과 달랐다. 여자라는 이유로 수영을 배우는 것조차 곱게 보지 않는 시선이 있었고, 가난한 형편 때문에 마음껏 도전할 수도 없었다.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겪는 차별까지 더해지니 어린 도란이 감당해야 할 현실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도란은 주저앉지 않았다. 수영을 배우기 위해 일을 하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물에 들어가는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당당했고, 더 나은 기록을 향해 헤엄치는 모습에서는 좋아하는 일을 향한 진심이 느껴졌다.
특히 수영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물에 뛰어드는 순간의 긴장감과 숨을 고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나 역시 바다수영을 좋아해서인지 도란이 물속에서 느끼는 행복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물 밖에서는 걱정과 고민이 많아도 물속에 들어가면 오롯이 내 움직임과 호흡에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도란에게 수영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자신을 가장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것 같았다.
가족과의 관계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오빠는 처음부터 도란의 꿈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걱정과 반대가 앞섰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도란의 진심을 알아가는 모습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가족이라고 해서 서로의 마음을 처음부터 알아주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부딪히고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있다는 사실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도란이 대회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는 장면은 읽는 나까지 가슴이 벅찼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노력했을지 생각하니 단순한 우승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누구에게나 결과는 중요하지만 그 결과를 만들어 내기까지 견뎌 온 시간이 더욱 값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꿈을 이루는 것만큼 자기 자신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메시지 때문이다. 남들이 정해 놓은 기준에 맞추기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알아가는 도란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어른이 된 지금도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하며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현실적인 걱정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루기도 하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스스로 가능성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도란의 도전이 어린 소녀만의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았다.
읽는 동안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미뤄 둔 일은 없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바다수영을 좋아하는 이유도 결국 물속에서 느끼는 자유로움과 살아 있다는 즐거움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 배경이 담겨 있지만 어렵거나 무겁게만 느껴지는 소설은 아니었다. 한 소녀의 꿈을 따라가다 보면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차별과 현실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수영이라는 친숙한 소재를 통해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용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보여준다는 점이 좋았다.
청소년에게는 좋아하는 일을 찾고 도전할 용기를, 어른에게는 잊고 지냈던 꿈을 다시 떠올릴 계기를 주는 소설이다. 도란이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듯 우리도 남들의 시선에 흔들리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다시 깨닫게 해준 이야기다. 책을 덮고 나니 나도 다시 푸른 바다에 뛰어들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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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 비어 있나요? - 피렌체, 사람, 그리고 나…
Tamara(김유경) 지음 / 초비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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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낯선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건 멋진 풍경을 매일 보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예쁜 골목을 걷고,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다른 나라의 여유를 누리는 삶이라고 쉽게 상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됐다.
여행으로 잠시 머무는 곳과 삶이 되어버린 곳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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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피렌체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단순한 해외살이 에세이는 아니었다.
한국에서 치열하게 일하며 자기 자리를 만들었던 사람이 낯선 나라에서 아내, 엄마, 이방인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살아가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읽는 동안 예쁜 풍경보다 한 사람의 마음이 더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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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도시 안에서도 외로움은 생기고, 사랑하는 가족 곁에서도 내 자리를 잃어버린 것 같은 순간은 찾아온다는 사실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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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이 자리 비어 있나요라는 말은 누군가의 옆자리에 앉아도 되냐는 물음처럼 보이지만, 책을 읽고 나면 조금 다르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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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서 내가 앉을 자리는 어디인지, 내가 잃어버린 이름은 무엇인지, 이제 나는 어떤 자리에서 다시 나를 시작해야 하는지 묻는 말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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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한국에서의 익숙한 삶을 떠나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전혀 다른 속도의 삶을 만난다. 일과 성취가 중심이던 시간은 가족과 관계가 중심인 시간으로 바뀐다.
처음에는 그 변화가 낭만이 아니라 혼란이었을 것 같았다.
커리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사람이 어느 순간 엄마와 아내라는 역할 안에 머물게 될 때, 그 안에서 흔들리는 마음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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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작가가 자신의 힘듦을 스스로도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던 장면들이 마음에 남았다.
낯선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고, 다른 문화에 적응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돌보면서도 괜찮은 척해야 했던 마음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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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때때로 내가 힘들다고 말하기 전에 내가 힘든 줄도 모른 채 버티는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가 그 힘듦을 알아봐주는 순간에야 비로소 무너지고, 또 다시 일어날 힘을 얻는 것 같다.
​
엄마를 떠올리는 장면도 깊게 다가왔다.
엄마가 없는 자리, 엄마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 누군가 언니처럼 곁에 있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먹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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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엄마를 갑자기 떠나보낸 사람이라 그런지 그 부분에서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
​
엄마라는 존재는 살아 있을 때도 크지만, 떠난 뒤에는 더 넓은 빈자리로 남는 것 같다.
그 빈자리를 완전히 채울 수는 없지만,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의 다정함으로 하루를 견디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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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피렌체는 관광지가 아니라 회복의 공간처럼 느껴졌다.
카푸치노와 골목과 사람들의 온기가 나오지만, 그 모든 것은 결국 작가가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배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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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에서 만난 사람들, 아이의 학교생활, 가족과의 관계, 그리고 오래된 상실까지 모두 작가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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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으로 살아가는 사람인지,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 무엇을 붙잡고 살아야 하는지 천천히 묻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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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이야기 역시 인상 깊었다.
빠른 성취보다 안정적인 관계가 중요하다는 말은 엄마인 내게도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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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더 많이 시키고 더 빨리 끌고 가는 일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 뿌리를 믿을 수 있게 곁을 지켜주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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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낯선 교육 방식 속에서 배운 것들은 단지 외국 생활의 차이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의 차이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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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나도 내 자리를 생각했다.
병원에서 오래 일하던 나, 엄마를 떠나보내고 책을 붙잡게 된 나, 지금은 다른 자리에서 다시 살아가는 나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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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한 번 정한 자리에서 평생 사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고 밀려나고 다시 앉으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은 낯선 나라에 사는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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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내 자리가 어색한 사람, 예전의 내가 그리운 사람, 가족 안에서도 혼자라고 느껴본 사람에게 닿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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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문장으로 감정을 밀어붙이는 책은 아니었다.
대신 차분하게 자기 삶을 꺼내놓고, 그 안에서 독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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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면 피렌체에 가고 싶어진다기보다, 내 삶의 빈자리를 조용히 바라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 자리에 이제는 나를 조금 더 다정하게 앉혀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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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행이 아닌 삶의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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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였고, 이방인의 외로움이 아닌 한 사람이 자기 자리를 다시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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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허전한 사람이라면 이 책이 조용히 말을 걸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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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 있는 줄 알았던 그 자리에 어쩌면 오래전부터 내가 앉아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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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을 알고도 명랑하게
김지수 지음, 나태주 인터뷰이 / 열림원(도서출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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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살다 보면 명랑한 사람은 원래 걱정이 적고 상처도 적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밝게 웃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삶이 쉬웠나 보다 하고 쉽게 넘겨짚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진짜 명랑함은 아무 일도 겪지 않은 사람의 가벼움이 아니라, 비참한 순간을 지나오고도 끝내 삶 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리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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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지수 기자가 나태주 시인과 나눈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 에세이다.
단순히 시인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책이라기보다, 오래 살아온 사람이 자기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견뎌왔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떻게 여전히 사랑과 다정함을 잃지 않았는지를 들려주는 책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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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멈추게 되었다. 나태주 시인의 봄을 처음 보는 것처럼 바라보는 마음, 약한 몸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태도, 고난을 피하려 하기보다 다른 방향으로 지나가 보라는 말들이 잔잔하게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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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을 겪었다고 해서 삶이 완전히 망가지는 것은 아니고, 때로는 그 시간이 나를 더 깊은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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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좋았던 건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라는 위로가 아니다.
비참한 순간도 있고, 상처도 있고, 몸과 마음이 약해지는 시간도 있지만, 그래도 오늘 피는 꽃을 보고, 지금 내 곁의 사람을 사랑하고, 나에게 오는 하루를 다시 받아보자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갔다.
​
나는 책을 읽으며 내 삶도 함께 돌아보게 되었다.
나 역시 갑작스러운 이별을 겪고, 오래 붙잡고 있던 일을 내려놓고,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한 시간이 있었다.
그때는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았는데 지나고 보니 그 시간이 나를 완전히 무너뜨리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아프게 지나온 자리에서 나는 다시 나를 들여다보게 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살아가고 싶은 방향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이 책이 말하는 명랑함도 그런 마음과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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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이 말하는 명랑함은 시끄럽게 웃는 밝음이 아니다.
고요한 사람의 단단함이다.
슬픔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슬픔을 알고도 작은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 사람의 태도다. 그래서 읽는 동안 마음이 가벼워지기보다 오히려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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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늘 좋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삶 전체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말처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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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의 질문도 참 좋았다.
상대를 몰아붙이지 않고, 천천히 마음을 열게 하는 질문들이었다.
그래서 대답도 자연스럽게 깊어졌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나누는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인 나도 그 자리에 함께 앉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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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인터뷰는 질문하는 사람의 태도까지 읽히는데, 이 책은 그 점이 특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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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것, 몸이 약해진다는 것, 언젠가 떠나야 한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야 한다는 것.
이런 것들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무거운 이야기를 피하지 않으면서도 끝내 따뜻한 곳으로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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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비참한 순간을 품고 있어도, 그 안에 여전히 봄이 오고 꽃이 피고 사랑이 남아 있다는 것을 조용히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에게 특히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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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 위로가 부담스러운 사람, 괜찮다는 말보다 삶을 조금 더 오래 살아본 사람의 진심 어린 목소리가 필요한 사람, 나이 들어가는 일이 조금 쓸쓸하게 느껴지는 사람에게 잘 맞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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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면 마음에 이런 말이 남는다.
무너지지 않는 것이 강한 게 아니라, 무너진 자리에서도 다시 꽃을 보는 사람이 강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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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을 알고도 명랑하게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삶을 가장 정직하게 사랑하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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