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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그 자체로 향기롭다
한예린 지음 / 새벽녘 / 2026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따뜻한 말을 건네면서 정작 나 자신에게는 얼마나 다정했을까. 누군가 힘들다고 하면 괜찮다고 위로하면서도 내가 지칠 때는 조금만 더 참으라고 다그치곤 했다. 잘한 일보다 부족했던 일이 먼저 떠오르고, 충분히 노력했는데도 더 잘할 수 있었을 거라며 스스로를 탓했다. 그렇게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참 많은 비교를 한다. 누군가는 나보다 앞서 있고, 누군가는 더 행복해 보인다. 비슷한 나이인데도 이루어 놓은 것이 다르고 살아가는 모습도 다르다. 다른 사람의 좋은 모습은 쉽게 발견하면서 내가 가진 것의 소중함은 자주 잊어버린다. 나 역시 내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보다 부족한 부분부터 찾았던 순간이 많았다.
한예린 작가는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피어나는 꽃처럼 사람에게도 자신만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누구보다 빨리 피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꽃과 똑같은 모습을 갖출 필요도 없다. 지금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나라는 사람의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단순한 사실이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다.
힘든 날에는 힘들다고 인정하고, 지친 날에는 쉬어 가도 된다는 마음이 글 곳곳에 담겨 있다.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는 막연한 기대보다 잘되지 않는 날에도 나를 미워하지 않는 태도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돌아본 것은 나 자신에게 미안했던 시간이다. 해야 할 일을 먼저 끝내고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나를 위해 보내는 시간에는 괜히 아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부탁에는 쉽게 시간을 내면서 정작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에는 무심했다. 몸이 지쳐도 마음이 힘들어도 당연히 견뎌야 하는 일처럼 받아들였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에게도 다정한 말이 필요했다. 오늘 하루 애썼다는 말, 충분히 노력했다는 말, 잠시 쉬어도 괜찮다는 말을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내가 먼저 해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거창한 목표를 이루거나 특별한 선물을 주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부분에서도 공감이 컸다. 우리는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서 때로는 싫은 것도 괜찮다고 말한다. 상대방이 실망할까 봐 마음에 없는 대답을 하고, 관계가 멀어질까 봐 불편한 감정까지 참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동안 정작 나 자신과의 관계가 나빠질 수도 있다.
누군가를 배려하는 마음은 소중하지만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모든 사람의 기대를 만족시킬 필요는 없다.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차가운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며, 내 마음을 지키는 일이 이기적인 행동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나 자신을 존중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과도 건강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한 하루를 바라보는 시선도 좋았다. 우리는 특별한 일이 생겨야 행복하다고 느끼기 쉽다. 계획한 일을 모두 마치거나 바라던 결과를 얻어야 비로소 만족한다. 하지만 매일이 특별할 수는 없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간 하루에도 무사히 하루를 마친 안도감과 소소한 기쁨이 있다. 작은 행복을 알아보는 마음이야말로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는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를 얼마나 돌보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질문들도 담겨 있다. 이 부분이 특히 의미 있었다. 좋은 문장을 읽고 잠시 위로받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생활을 직접 살펴보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바쁘게 살아왔는지, 내가 좋아하는 일에는 얼마나 시간을 쓰고 있는지, 마지막으로 나를 칭찬했던 날은 언제였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문장은 어렵지 않고 표현은 부드럽다. 익숙하게 들어온 위로도 있지만 그 말들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읽는 사람의 현재 마음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말도 지친 어느 날에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이 책 역시 한 번에 읽고 덮기보다 마음이 복잡한 날 다시 펼쳐 보고 싶은 글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것과는 다르다는 점이 좋았다. 부족한 부분을 고치기 위해 노력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지금의 나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조금 느리게 걸어가더라도 나에게 맞는 방향을 선택하면 된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보다 내가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삶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야겠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자신감을 잃은 사람, 인간관계에 지쳐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사람, 열심히 살아왔는데도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특히 누구보다 타인을 잘 챙기면서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한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나에게 가장 먼저 건네야 할 말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더 잘해야 한다는 다짐보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는 인정이 먼저 필요했다. 앞으로도 부족한 날은 있겠지만 그런 날마다 나를 미워하며 보내고 싶지는 않다. 다른 사람의 삶을 부러워하느라 내 삶의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도 않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특별한 모습으로 빛나지 않아도 나는 나만의 아름다움을 가진 사람이다. 이 책이 전하는 가장 따뜻한 위로는 결국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마음이었다.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전에 나에게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