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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다 날씨 탓
친절한 마녀 지음 / 드림셀러 / 2026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살다 보면 별일 아닌 일에도 마음이 무너지는 날이 있다. 평소라면 웃어넘겼을 작은 실수에 하루 종일 신경이 쓰이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잘 살아가는 것 같은데 나만 제자리에 멈춰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면 가장 먼저 나를 탓하게 된다. 조금 더 잘했어야 했다고, 더 노력했어야 했다고, 결국 내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지치게 만든다.
이 책은 그런 마음에 잠시 멈춰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모든 일이 내 잘못은 아니고,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 날이 있다는 사실을 일상의 언어로 다정하게 알려준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위로를 건네는 방식이었다. 괜찮아질 거라는 막연한 약속이나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조언보다 지금까지 충분히 애썼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해 준다. 잘해내지 못한 순간에도 그동안의 노력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우리는 자신에게 참 인색하다. 다른 사람이 힘들다고 하면 쉬어도 된다고 말하면서 정작 내가 지치면 그 정도는 참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실수에는 너그럽지만 자신의 작은 잘못은 쉽게 용서하지 못한다. 나 역시 하루를 돌아보면 잘한 일보다 부족했던 일이 먼저 떠오를 때가 많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꼭 그렇게까지 나를 몰아붙여야 할까 생각하게 됐다. 열심히 살아가는 것과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분명 다른 일인데, 그동안 그 차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던 것 같다.
특히 죽을힘을 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가 오래 남았다. 우리는 무엇이든 끝까지 버텨야 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쉬고 싶어도 게으르게 보일까 걱정하고, 잠시 멈추면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질 것처럼 불안해한다. 하지만 지쳐 쓰러질 때까지 버티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 속도를 늦추는 일도 앞으로 계속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선택이라는 걸 깨달았다.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공감됐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속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남들의 성취를 보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누군가는 앞서가고 누군가는 원하는 것을 이뤘다는 소식에 내 삶을 부족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출발점도 다르고 지나온 시간도 다르다. 남보다 조금 늦었다는 이유로 내가 걸어온 길의 의미까지 작아지는 건 아니다.
책에는 이런 생각을 어렵지 않게 풀어낸 짧은 글들이 담겨 있다. 귀여운 고양이 그림과 일상적인 표현 덕분에 무거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해도 조금씩 긴장을 내려놓게 된다. 중간중간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히 좋은 문장을 읽고 넘어가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지금 내 마음을 돌아보게 한다.
어제의 후회와 내일의 걱정에 오늘을 빼앗기지 말라는 메시지도 인상적이었다. 이미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후회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며 지금의 행복을 놓치는 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정작 소중하게 살아야 할 오늘에는 마음을 충분히 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책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건 아니다. 마음이 힘든 이유를 분석하거나 특별한 성공 비결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대신 우리가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바쁘게 살아가느라 잊어버린 사실들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괜찮지 않은 날도 있고, 쉬어야 하는 순간도 있으며, 남들과 똑같은 속도로 살아갈 필요는 없다는 사실 말이다.
나는 이런 위로가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당장 삶을 바꾸라고 재촉하지 않고 지금 있는 자리에서 자신을 조금 덜 미워하는 것부터 시작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동안 매일 좋은 날씨만 만날 수는 없다.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갑자기 비가 내릴 수 있고, 예상하지 못한 바람에 계획이 틀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 하루가 전부 실패한 것은 아니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시간도 삶의 일부이고, 잠시 젖은 옷을 말리는 시간도 필요한 법이다.
읽고 나니 나에게 건네는 말을 조금 바꾸고 싶어졌다. 왜 이것밖에 못했느냐고 다그치기보다 오늘도 애썼다고 인정해 주고 싶다. 남들보다 늦었다고 불안해하기보다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싶다. 힘든 날에는 이유를 찾아 자신을 탓하기보다 잠시 쉬어갈 여유를 주고 싶다.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날,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한 것 같은 날, 애쓰고 있는데도 잘하고 있다는 말을 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짧은 글을 한 편씩 읽으며 마음을 정리하기에도 좋고, 지친 하루의 끝에서 조용히 펼쳐보기에도 좋은 책이다.
좋은 하루를 보내는 것만큼 좋지 않은 하루를 받아들이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잘한 일이 없어 보여도 오늘을 살아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앞으로는 모든 날을 잘 보내려고 애쓰기보다 잘되지 않는 날에도 나를 미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 하루가 마음처럼 풀리지 않았더라도 내일까지 나를 탓하며 보내고 싶지는 않다. 때로는 그냥 날씨가 좋지 않았던 하루였다고 생각하며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잠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