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안녕 - 달콤하고도 먹먹한 우리의 이별 준비
마크 스티븐 포로 외 지음 / 북플레저 / 2026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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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은 아무리 준비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다. 언젠가는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막상 그 시간이 다가오면 조금만 더 곁에 있어 주기를 바라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는 89세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생활을 뒤로한 채 고향으로 돌아간다.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엄마와의 시간은 3년 반, 약 1,300일로 이어진다. 그동안 아들은 엄마의 식사를 챙기고 몸을 씻기며 일상을 함께한다. 한때는 자신을 돌봐주던 엄마를 이제는 자신이 돌보게 된 것이다.
책은 노년의 부모를 돌보는 일을 무조건 아름답게 표현하지 않는다. 서로의 생각이 달라 다투기도 하고,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며, 끝이 보이지 않는 돌봄에 지쳐가는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면서 힘들다고 느끼는 것이 잘못은 아니라는 사실에 공감했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순간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사랑한다고 해서 지치지 않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마음에 남았던 부분은 엄마의 어린 시절과 가족의 지난 이야기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엄마의 젊은 시절 사진과 가족이 겪었던 사연을 읽으며 마치 어른이 된 후 오래된 가족 앨범을 꺼내 부모님에게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들었다. 사진 속 젊은 엄마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며 그 시절에는 어떤 꿈을 꾸었고, 무엇을 두려워했으며,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을지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부모님을 너무 오래 엄마와 아빠라는 이름으로만 바라보며 살아온 것 같다.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였던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어린 딸이었고, 사랑받고 싶었던 한 사람이었으며, 수많은 어려움을 견디며 자신의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런데 나는 엄마의 어린 시절을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엄마가 살아온 시간을 얼마나 궁금해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엄마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내게는 이 책의 모든 시간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저자가 엄마 곁에서 함께한 1,300일이 부럽기도 했다. 나도 엄마 곁에 조금 더 오래 머물며 가만히 얼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꼭 대단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좋았을 것이다.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먹고, 오래된 사진을 펼쳐놓고,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살아 계실 때는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평범한 시간을 쉽게 지나쳐 버렸다. 엄마의 목소리도, 웃는 얼굴도, 함께 먹던 밥도 그때는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사소한 순간들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리움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정말 그리워하는 것은 특별한 날의 추억보다 아무 일 없이 흘러가던 평범한 하루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엄마가 좋아하는 커피 아이스크림을 챙기는 장면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 반드시 거창한 행동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고, 작은 부탁을 들어주고,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이 사랑의 모습일 수 있다. 아프고 늙어가는 순간에도 사람은 여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통해 기쁨을 느낀다. 그 작은 기쁨을 지켜주려는 마음이야말로 진심 어린 돌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마지막 순간 엄마와 아들이 서로에게 사랑을 전하는 장면에서는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없었다. 조금만 더 살아주기를 바라면서도 더는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복잡할지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고 싶은 마음과 편히 쉬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 서로 반대되는 감정처럼 보이지만 결국 같은 사랑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느꼈다.
책 속에는 죽음을 앞둔 슬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쌓였던 가족의 기억과 이해하지 못했던 감정, 함께 웃었던 순간과 돌봄 속에서 새롭게 발견한 사랑이 담겨 있다. 특히 사진으로 남겨진 가족의 지난 모습은 글로만 읽을 때와 또 다른 감정을 전해준다. 늙고 아픈 엄마에게도 찬란했던 젊은 시절이 있었고, 아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긴 인생이 있었다는 사실이 마음을 울렸다.
부모님이 살아 계신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함께하는 오늘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독자라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다정한 순간들을 다시 꺼내볼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엄마에게 해주지 못한 일만 떠올리기보다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을 조금 더 따뜻하게 기억하고 싶어졌다.
이 책은 이별을 준비하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이야기다. 언젠가 마지막이 찾아온다는 사실은 바꿀 수 없지만,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건네는 말과 행동은 달라질 수 있다.
책을 덮고 나니 엄마의 얼굴이 오래 떠올랐다. 못다 한 이야기도, 더 오래 바라보지 못한 아쉬움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래도 이제는 후회만으로 엄마를 기억하고 싶지 않다. 엄마가 내게 남겨준 사랑과 함께했던 평범한 날들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오늘은 언제나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이다. 그 당연한 사실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곁에 있는 동안 더 많이 바라보고, 더 자주 표현하며, 조금 더 다정하게 사랑하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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