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참을 알고도 명랑하게
김지수 지음, 나태주 인터뷰이 / 열림원(도서출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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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살다 보면 명랑한 사람은 원래 걱정이 적고 상처도 적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밝게 웃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삶이 쉬웠나 보다 하고 쉽게 넘겨짚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진짜 명랑함은 아무 일도 겪지 않은 사람의 가벼움이 아니라, 비참한 순간을 지나오고도 끝내 삶 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리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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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지수 기자가 나태주 시인과 나눈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 에세이다.
단순히 시인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책이라기보다, 오래 살아온 사람이 자기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견뎌왔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떻게 여전히 사랑과 다정함을 잃지 않았는지를 들려주는 책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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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멈추게 되었다. 나태주 시인의 봄을 처음 보는 것처럼 바라보는 마음, 약한 몸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태도, 고난을 피하려 하기보다 다른 방향으로 지나가 보라는 말들이 잔잔하게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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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을 겪었다고 해서 삶이 완전히 망가지는 것은 아니고, 때로는 그 시간이 나를 더 깊은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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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좋았던 건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라는 위로가 아니다.
비참한 순간도 있고, 상처도 있고, 몸과 마음이 약해지는 시간도 있지만, 그래도 오늘 피는 꽃을 보고, 지금 내 곁의 사람을 사랑하고, 나에게 오는 하루를 다시 받아보자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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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읽으며 내 삶도 함께 돌아보게 되었다.
나 역시 갑작스러운 이별을 겪고, 오래 붙잡고 있던 일을 내려놓고,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한 시간이 있었다.
그때는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았는데 지나고 보니 그 시간이 나를 완전히 무너뜨리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아프게 지나온 자리에서 나는 다시 나를 들여다보게 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살아가고 싶은 방향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이 책이 말하는 명랑함도 그런 마음과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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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이 말하는 명랑함은 시끄럽게 웃는 밝음이 아니다.
고요한 사람의 단단함이다.
슬픔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슬픔을 알고도 작은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 사람의 태도다. 그래서 읽는 동안 마음이 가벼워지기보다 오히려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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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늘 좋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삶 전체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말처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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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의 질문도 참 좋았다.
상대를 몰아붙이지 않고, 천천히 마음을 열게 하는 질문들이었다.
그래서 대답도 자연스럽게 깊어졌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나누는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인 나도 그 자리에 함께 앉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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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인터뷰는 질문하는 사람의 태도까지 읽히는데, 이 책은 그 점이 특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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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것, 몸이 약해진다는 것, 언젠가 떠나야 한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야 한다는 것.
이런 것들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무거운 이야기를 피하지 않으면서도 끝내 따뜻한 곳으로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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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비참한 순간을 품고 있어도, 그 안에 여전히 봄이 오고 꽃이 피고 사랑이 남아 있다는 것을 조용히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에게 특히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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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 위로가 부담스러운 사람, 괜찮다는 말보다 삶을 조금 더 오래 살아본 사람의 진심 어린 목소리가 필요한 사람, 나이 들어가는 일이 조금 쓸쓸하게 느껴지는 사람에게 잘 맞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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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면 마음에 이런 말이 남는다.
무너지지 않는 것이 강한 게 아니라, 무너진 자리에서도 다시 꽃을 보는 사람이 강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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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을 알고도 명랑하게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삶을 가장 정직하게 사랑하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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