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책 풀빛 그림 아이 22
스테파노 비탈레 그림, 샬롯 졸로토 글,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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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결이 그대로 살아 있어서 만지면 진짜 나무일 것 같다. 잠자는 책이란 제목은 이책의 내용에 비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아름다운 책이 그 제목에 사장되는 느낌이 든다. 나도 책 제목만 보고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었으니까.

책장을 넘기면 그림책 보다는 그림시집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듯하다. 포근히 잠이든 곰의 모습과 행간을 달리하면서 몇 줄 안되는 글을 가지런히 정렬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시작된 책은 책장을 넘기면서 비둘기, 물고기, 두루미, 하다못해 나방과 거미 등으로 이어진다. 그림책을 보면서 예술적 표현에 가슴이 아련히 떨리기는 참으로 오랜만인듯 (아니 처음같기도)하다.

두루미는 줄기에 맺힌 꽃송이가 되고, 나방은 꽃잎같은 날개를 접고 잠이든다. 그뿐인가 거미는 하얀 레이스 한 가운데 까만 잉크로 찍어 놓은 까만 점이 된다. 게다가 그 그림들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글과 그림이 기가 막히게 어울린다. 아름다운 글이 그대로 형상화 되어 있으니 말이다. 잠잘 때 이런 책을 읽으며 자는 아이들은 꿈속에서도 예쁜 꿈을 꿀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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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네 집 꽃밭 민들레 그림책 2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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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림책을 보면 우선 마음이 푸근해진다. 외국 그림책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하지 않아서 좋다.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그림책만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국수주의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우리의 정서가 담긴 책을 더 가까이에 두고 보는 것이 아이가 어리면 어릴 수록 좋으리라 생각한다. 한국인은 누가 뭐래도 한국인이므로.
책을 펼치면 가까이에서 볼 수 없는 코큰 사람이 아니라 늘 우리 곁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나와서 낯설지가 않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읽혀줄 우리 그림책은 흔하지가 않다. 그래서 그림책을 사면서 느끼는 씁쓸함을 지우기가 어렵다.

그런데 이 책은 책장을 넘기면서 그 그림에 매료된다. 내용도 따스하다. 오소리 아줌마가 학교 정원을 보고 꽃밭을 만들려고 하지만 지천으로 피어있는 들꽃을 보고 그대로도 꽃밭이라고 생각하고 정원만들기를 포기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꽃밭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도 아니다. 조지 아저씨네 정원의 경우에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정원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을 은연중에 받게 되는데 오소리네집 꽃밭은 그런 이원론을 극복하고 지천에 깔린 들꽃을 보며 만족해 하는 오소리 부부를 아기자기한 강산이 감싸안는 것으로 끝이난다.

데이지꽃은 익숙해도 패랭이꽃이나 잔대꽃 용담꽃 같은 들꽃은 낯설게 느껴진다는 것이 무척 안타까웠다. 엄마가 그러니 아이들은 오죽할까 싶으니 한심스럽기까지 했다. 식물도감이라도 들고 동네 산자락에라도 가봐야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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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윌리엄 - 세계의 그림책 002 세계의 그림책 2
히테 스페 지음, 이은미 옮김 / 함께자람(교학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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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한번쯤 자신이 맘에 들지 않고 자신만 처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때가 있다. 아이들이라고 뭐 그럴 때가 없을까. 그럴 때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라고 이 책을 골랐다. 힘에 부치는 일이 있기라도 할 때, 혼자서 감당하기엔 버거울 때 용기를 갖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윌리엄은 꿈 속에서 자신이 다른 친구들 보다 못했던 것에 낙심하여 현실에서도 자신은 뚱뚱하고 못생겼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다. 윌리엄을 찾은 친구들은 윌리엄의 이야기를 듣고 윌리엄에게 용기를 준다. 이에 윌리엄은 자신이 잘하는 일을 찾는다.

윌리엄은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공타기 연습을 하고 드디어 공을 잘 타게 되자 친구들을 초대해 멋지게 공타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깨닫는다. 자신도 누구 못지 않게 특별하다는 것을, 그리고 아주 조금 다를 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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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이호백 글,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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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찬 토종닭을 보는 것이 즐거운 그림책이다. 이 책을 까마귀의 소원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두책 모두 자신의 늙음을 슬퍼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나 결말은 아주 다르다. 아마 대가족에 뿌리를 두고 있는 동양과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서양의 차이일듯 싶다.

까마귀의 소원에서는 늙고 외로운 까마귀가 별가루를 통해 젊음을 다시 얻는데 반해, 이 책에서는 비록 자신이 늙었지만 자신의 자손들이 얼마나 많이 번성했는가(힘센 아들들과 알을 많이 낳는 딸들, 건강한 손자 손녀들)를 푸근한 아내를 통해 일깨워주면서 아직도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이라고 긍정해준다. 아내의 새로운 해석을 통해 다시금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센 수탉은 얼마후 환갑을 맞아 자손들이 잔치를 열어준다. 피날레는 위세당당하게 자손들과 가족 사진이라도 찍고 있는 모습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자손들을 통해 확인하는 것은 정말 전근대적인 발상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지금의 늙은 자신을 받아들이고 긍정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늙음을 함께 보듬을 가족들이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훨씬 따스하다.

그러나 우리가 언제까지 자손들을 통해서 자기 만족을 얻어야 하는가 그로 인한 폐해는 또 얼마나 많은가 (물론 어르신들의 자식에 대한 사랑과 희생마저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가는 일깨워줄 수 있을 런지 모르겠지만 자신을 어떻게 성장시키고 발전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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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럼피우스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60
바버러 쿠니 글, 그림 | 우미경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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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걸고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 글쎄 그 약속이 무척이나 궁금하였다. 그래서 얼른 도서관에 달려가 책을 펼쳐보았다. 책 속에 빨려가는 듯하였다. 그 그림들이 너무 멋있고 한장 한장 넘기는 것이 무슨 작품을 보는 것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내용도 참 감동적이다. 미스 럼피우스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했던 약속을 지키며 평생을 살아간다는 이야기이다. 그 약속은 먼 곳에 가보는 것, 할머니가 되면 바닷가에 와서 사는 것, 그리고 세상을 좀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다. 미스 럼피우스는 젊은 시절 여자로서는 다소 버거울 수도 있는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며 할아버지와 약속을 지키고 또 나이가 들어서는 바닷가에 정착하여 살게 된다.

그러나 세번째 약속을 지키는 일을 참 어려웠다. 몸도 약해지고 나이도 들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어떻게 할아버지와 한 세번째 약속을 지킬 것인가? 그리고 드디어 노 할머니가 된 미스 럼피우스는 손녀와 또 다시 약속을 하게 된다. 그 세번째 약속까지도. 일평생 시종일관하게 삶의 지표가 있다는 것 그리고 평생을 걸쳐 약속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 모두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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