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과 한국인 사이
고철종 지음 / 다산라이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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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면의 성형수술을 하자




서울올림픽이 열릴 때 쯤,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이라는 노래가 유행했었다. ‘하늘엔 조각  구름 떠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있고, 저마다 누려야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곡~~’이라는 가사의 노래를 들을 때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제일 좋은 나라라는 기분이 들어 대한민국이 너무도 자랑스러웠다.




세계 10대 경제대국, 30년 만에 이룬 한강의 기적, 반도체, 조선, IT분야의 세계 일류인 나라이지만, 교통사고 사망률 1위, 자살률 1위 등의 오명을 쓰고, 자녀의 미국 시민권을 위해 이루어지는 원정출산 등 부끄러운 면도 많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 책은 일부 저자의 개인적인 정치적 색깔을 나타내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지만, 현재 우리의 모습을 스스로 돌아보아 장점은 극대화시키고, 단점은 보완하여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있었다. 한 마음으로 뭉쳐 국난을 슬기롭게 극복해 내는 민족성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했다. 하지만 서양인과 동남 아시아인에 대한 우리의 이중적인 태도 부분을 볼 때,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너무 부끄러웠다. 많은 부분에서 개선되어야 하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부분은 주변국 마인드에서 벗어나 중심국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저자의 말을 일부 인용해 보면,




언젠가 사극을 보면서 중심국과 주변국의 차이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신하가 왕을 알현하는 방식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수시로 그 방식이 바뀌었다. 어떨 땐 바닥에 온몸을 붙이듯 허리를 숙였는데, 왕조가 바뀌니까 신하가 가벼운 목례나 팔을 가슴에 걸치는 식으로 간략하게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는 항상 바닥에 엎드려서 “전하! 폐하!”를 길게 읊조렸다. 지극히 단편적인 예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서 중심국은 모든 걸 쉽게 바꿀 수 있지만 중심국에서 문물을 들여온 주변국은 변화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176쪽)




현재 우리나라의 화두가 ‘변화’이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사회 여러 분야에서 실천하려는 움직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변화에는 상당한 고통이 따르지만, 그 길만이 우리가 뛰어가야 할 방향임은 틀림없다.




<세계인과 한국인사이>, 처음 제목을 보고 좀 의아했다. 왜 <한국인과 세계인사이>이라고 정하지 않았을까? 저자가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좀 부족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책을 덮고 나서 우리가 아직 변화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고 나서 제목에 공감할 수 있었다.




대략 1년 전쯤, ‘미녀는 괴로워’라는 영화가 히트를 친 적이 있었다. 뚱뚱녀였던 주인공이 온갖 설움을 겪었지만, 성형수술로 날씬녀가 된 후에는 그녀를 둘러싼 모든 이들로부터 호감을 얻게 되고, 전과 정반대의 인생을 살게 되는 내용의 영화였다. 사람의 겉모습의 변화에 대해서도 큰 반응의 차이가 나타나는데 우리가 내면의 변화, 높은 품격을 지닌 한국인이 될 때, 세계가 우리를 바라볼 모습은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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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사회
로버트 프랭크.필립 쿡 지음, 권영경 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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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신문 일면에 종종 각종 연예인이나,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에 관한 기사가 실릴 때가 있다. 그런 종류의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는 부럽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저렇게 벌 수 있을까하고 궁금하기도 하지만, 매월 내 월급 통장에 찍히는 숫자를 볼 때면 나와는 먼 곳의 이야기로 들린다.




승자독식사회. 왠지 이 단어는 동물의 세계에 어울리는 말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말은 오늘날의 우리사회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승자독식사회를, 1등과 2등의 차이는 아주 미묘하지만 오직 1등에게만 모든 부가 쏠리는 사회라고 말하고 있다. 승자독식사회는 심각한 소득불평등이 발생하게 되고, 무엇보다도 재능 있는 많은 사람들을 하찮은 존재로 전락시켜 버린다. 저자들은 1995년 당시, 미국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승자독식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사회에서도 이런 승자독식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몇 달 후면, 전 세계인의 축제라는 올림픽이 베이징에서 열린다. 올림픽 경기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선전을 해서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되면, 온 나라는 잔칫집이 되고,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그 선수에게 집중시킨다. 그렇지만,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딴 선수들이나, 최선을 다했지만 등수 안에 들지 못한 선수들을 우리는 거의 기억하지 않는다. 이렇게 1등을 차지한 승자는 - 비인기종목일지라도, 세계 대회에서 1등을 하게 되면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 - 명예를 얻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지갑도 두둑해진다. 그래서 선수들은 오늘도 태릉선수촌에서 더욱 열심히 땀을 흘린다.




이 책은 승자독식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승자독식사회에서 벌어지는 최고를 향한 경쟁은 실제로 가장 뛰어난 실력자들을 매료시키지만, 동시에 두 가지 형태의 낭비를 조장한다. 첫째는 너무 많은 경쟁자들을 끌어들이고, 둘째는 경쟁 과정에서 비생산적인 소비와 투자를 초래한다. (24쪽)




얼마 전, 온 나라가 로스쿨 문제로 떠들썩했던 적이 있었다. 로스쿨의 전체 정원 문제를 둘러싼 변호사 협회와 대학, 시민단체 간의 신경전을 벌였고, 대학 선정과 정원 배분의 문제로 또 한 번의 소란이 있었다. 로스쿨을 유치하기 위해 한 지방대학교는 100억이 넘는 금액을 투자했지만, 결국 로스쿨 선정대학에서 제외되었다고 한다. 승자독식사회의 전형적인 문제점이라 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승자독식사회가 멈추지 않는 이유들을 몇 가지 들고 있다. 우선, 운송비와 관세의 하락, 정보혁명(원거리 통신과 정보기술의 발달), 네트워크효과, 국제어(영어), 생산방식의 혁신(분업과 전문화), 독립계약의 증가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예전에 비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1등이 차지할 수 있는 파이의 크기가 사람들을 이 경쟁의 사회로 빨아들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절대적인 자신의 수입에 만족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수입과 비교하길 좋아한다. 어릴 때 부모님이 이웃집의 아이와 나를 비교하는 말은 누구나 듣기 싫은 말일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우리의 삶을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비교하려는 걸까?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인간의 습성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고 하고, 밑 빠진 독과 같은 마음을 갖게 해서 더욱 치열한 경쟁의 사회로 빠져들게 한다. 또한 자신과 사회를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할 것이다.




이 책은 1995년 미국에서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물론 일부분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당시의 미국의 모습과 오늘의 우리의 모습이 많이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의 후반부에 승자독식사회를 벗어나기 위한 몇 가지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해결책들은 일부 이상적인 내용들이 있기는 하지만, 나름대로의 타당한 이유들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 해결책이 온전히 영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승자독식사회를 살아가는 오늘, 조금 손해 보면서 살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사는 꿈을 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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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영혼 최재형
이수광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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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권의 역사소설을 읽어 본 적이 있다. 평소 역사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터라 시대나 인물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고 그 책들을 읽었기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처럼 배경지식이 전무한 사람에 관련된 이야기를 읽어 본 적은 없었다. 최재형은 내가 배운 국사 교과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름이었다. 그래서 하얀 종이 위에 첫 글자를 쓰는 심정으로 한 장씩 읽어나갔다.




러시아에서 신채호, 이범윤 등의 독립 운동가들의 활동과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는데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는 천민 출신 독립투사 최재형. 낯선 러시아 땅에서 갖은 고생을 하면서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았다는 그의 이야기는 무척 새로웠다. 처음에는 56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 부담이었지만, 책을 덮으면서는 그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이 한 권의 책으로 나타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어떤 일의 결과만을 기억할 때가 많다. 물론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이면에 드러나지 않은 과정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도 있는 것 같다. 안중근 의사가 어떻게 암살을 성공할 수 있었는지 이제야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렇다면 최재형은 어떤 사람인가?




최재형은 두만강이 멀지 않은 함경도 경원 출신이다. 그는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버지를 따라 러시아로 이주한다. 그러나 얼마 후, 형수와의 갈등으로 집을 뛰쳐나오게 되고, 우연히 러시아 상선을 탈 기회를 얻게 된다. 상선을 타고 온갖 고생을 하지만, 세계 여러 지역을 돌아보면서 견문을 넓히게 되고, 바람 앞 등불의 조선과 타국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재러 조선인들을 위해 자신의 평생을 바친다.




무언가를 위해 한평생을 바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이들에게만 허락되는 것 같다. 오늘날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이런 삶을 산다는 것은 먼 나라의 일이라 생각이 든다. 또한 힘든 상황 속에서도 그런 삶을 살았기에 오늘의 내가 최재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최재형은 어둡고 절망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분명 진정한 행복을 누렸을 것이다.




그의 후손들에 대한 기록이 책의 뒷부분에 언급되어 있는데, 대부분은 죽거나 행방불명 되었고, 막내 딸만이 러시아에서 궁핍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최재형처럼 우리에게 지금까지도 알려지지 않은 많은 독립 운동가들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들의 후손들이 오늘날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은 그동안 여러 번 들었었다. 우리가 그들에게 너무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과거사 관련 위원회들이 폐지되었다는 기사를 접했는데, 그들의 희생이 잊혀져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그들의 헌신된 삶이 오늘의 우리를 있게 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는데, 지도층의 역사에 대한 인식이 아쉬울 따름이다.




암울한 시대에 눈부신 빛처럼 살다간 그는 스스로의 삶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인생을 허비하지 않았다.(550쪽)




인생의 마지막에 할 수 있는 최고의 말인 듯하다. 나도 이런 말로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 그렇게 하기위해서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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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설헌, 나는 시인이다
윤지강 지음 / 예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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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흐름을 거스르는 삶은 고통의 연속이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흐름을 벗어나 자신이 가고자 하는 삶의 방향을 찾고자 몸부림치지만, 인내와 노력의 부족, 환경의 영향 등의 이유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기하고 그 흐름에 자신을 맡겨버린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시도를 하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그 흐름에서 벗어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이 책은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의 누이, 천부적인 시적 재능을 지녔으나 그 재능을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한 채 27년의 짧은 인생을 살다간 허난설헌의 일대기를 소설의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16세기 조선, 오직 양반 남자들, 그들이 주인인 세상이었다. 모든 일들은 그들의 편리대로 이리저리 맞출 수 있었다. 충효와 더불어 중요시되었던 여인의 정절에 대한 양반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이 책에 등장하는 기생 함초련의 말에서 엿볼 수 있다.




“어우동은 음탕한 색녀라 해 죽음을 당했고, 소첩은 음탕함을 거절한 죄로 살이 터지고 피가 낭자하도록 맞았습니다. 무엇 때문인지 아세요? 어우동은 스스로 남자를 택했기 때문이고, 소첩은 남자를 거절했기 때문이지요. 제게도 정조가 있지만 그것은 제 것이 아니죠. 모두 남자를 위한 것이죠.” (137쪽)




당시 사대부 집안의 여인에게는 조상을 위해 후사를 도모하고 봉제사하는 일이 최고의 가치였다. 여인에게 재주가 없음이 오히려 덕이 되는 세상이었다. 시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초희(허난설헌의 본명)는 그 재능으로 인해 억압받는 여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환경의 벽 앞에 좌절하기보다 자신을 가두고 있던 굴레를 박차고 나올 수 있는 용기를 지니고 있었다. 시댁을 뛰쳐나온 뒤, 그녀는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삶의 일면들을 보게 된다.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민초들을 보았고, 자신이 진정 바랐던 삶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아들 희연, 첫사랑 황연, 그녀에게 시를 가르쳐 준 스승인 이달, 그녀의 삶의 정신적인 지주였던 오라버니 허봉, 이들은 한 때 그녀의 희망들이었지만, 결국엔 시만이 그녀의 희망이 된다. 시를 통해 자신의 아픔을 추스르고, 억압받는 이가 없는 낙원을 노래했다.




조선시대의 틀은 여인들에게는 방패막이기 보다는 쇠창살이었다. 그 강한 쇠창살을 부수기 위해 초희는 너무나 많은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그 아픔을 시로써 이겨냈기에 오늘날 그녀는 자신의 시로써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나도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 살아보려고 한다. 오직 돈을 좇고, 성공만을 향해 달려가고, 다른 사람을 밟고 자신이 올라가려는 많은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더불어 사는 사회,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초희의 마음으로 시대의 물결을 헤쳐 나가보려한다. 초희의 삶을 인상 깊게 표현한 부분을 여기에 옮겨본다.




절벽 위의 꽃이 평지의 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불꽃처럼 짧게 피었다 사라지기 때문이다. (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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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4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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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4대 임금 세종. 숫자‘4’는 우리나라에서 불길한 수로 여기는데, 세종은 이 숫자에 대한 편견을 넘었기 때문에 역대 임금 중 가장 위대한 왕으로 추앙되어 대왕이라는 호칭을 얻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세종대왕에 대해 많이 듣긴 했지만, [한 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을 통해 내가 그에 대해 알고 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에게 공통된 면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요즘들어 드라마, 서적 등 그에 대한 이야기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한편으로 기쁘기까지 하다.




책을 읽으면서 세종의 위대한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인재를 등용하는 점을 보면, 노비출신 장영실을 발탁하여 많은 독창적인 기계들을 만들게 하여 신분이 아닌 능력에 따른 인사등용을 보여주었고, 여러 차례 뇌물을 받아 탄핵을 받은 황희이지만 그의 뛰어난 정무처리 능력을 아껴 정승의 자리에 앉혀두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모습은 그의 정책 방향이 백성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었다. 백성이 굶어 죽자 고을원을 죄로 다스리고, 조세의 틀이나 국가 재정의 안정보다는 민생을 살리는 것에 역점을 두어 민생이 안정된 후에야 조세를 안정시키는 절차를 밟아 진심으로 백성을 위하는 정치를 한 점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백성을 위한 세종의 마음은 한글 창제로까지 이어진다.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우매한 백성들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에서 그의 마음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한글 창제는 그의 수많은 업적 중의 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점을 하나 알 수 있었는데, 한글 창제를 세종이 거의 홀로 진행했었다는 것이다. 당시 조선의 집권층들은 유학을 바탕으로 한 사대주의에 젖어 있었기 때문에 한자와 다른 문자를 갖는다는 것은 오랑캐들이나 하는 행동으로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공식적으로 문자를 창조하는 일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을 터, 세종은 다양한 운학 관련 문헌들을 탐독하고, 외국의 서적까지 구하면서 비밀리에 문자 창조 작업을 진행시켰다. 집권 중반기를 지나면서, 이를 위해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던 많은 업무들 중, 세자에게 서무 결제권의 일부를 넘겨주기 시작하고, 육조 직계제를 의정부서사제로 변경하였다. 의정부서사제로의 변경으로 육조의 모든 일을 세종이 직접 재결하는 대신 의정부 재상들에게 결재권을 주어 자신은 엄청난 격무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자를 창조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세종이 위대한 왕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저자는 태종이 상왕으로 있었던 4년간을 잘 견디어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세종은 태종이 자신의 처남들, 공신들뿐만 아니라 세종의 장인인 심온까지 제거하는 상황에서 분명 많은 마음고생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난관을 잘 헤쳐 나왔기 때문에 태종 사후, 그의 진가가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위기란 위험한 기회라고 했는데, 세종은 그 기회를 잘 살렸다고 볼 수 있다.




세종대왕은 분명 위대한 왕임에 틀림없다. 그의 위대함은 외국인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나보다. 10여 년 전 일본의 한 아마추어 천문학자가 소행성을 하나 발견했는데, 세종이 천문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에 그 행성의 이름을 ‘세종대왕’이라 했다고 한다. 이러한 세종의 면을 보면서 인간으로서 본받고 싶은 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난, 우리의 지도자들에게도 세종대왕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국민들 위에 군림하기를 좋아하는 모습, 선거철에만 국민을 위한다고 외치는 모습이 아니라, 진정 국민들을 섬기는, 그래서 국민들의 이익이 그들의 가장 큰 가치가 되길 소망해 본다. 나만의 욕심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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