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영혼 최재형
이수광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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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권의 역사소설을 읽어 본 적이 있다. 평소 역사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터라 시대나 인물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고 그 책들을 읽었기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처럼 배경지식이 전무한 사람에 관련된 이야기를 읽어 본 적은 없었다. 최재형은 내가 배운 국사 교과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름이었다. 그래서 하얀 종이 위에 첫 글자를 쓰는 심정으로 한 장씩 읽어나갔다.




러시아에서 신채호, 이범윤 등의 독립 운동가들의 활동과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는데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는 천민 출신 독립투사 최재형. 낯선 러시아 땅에서 갖은 고생을 하면서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았다는 그의 이야기는 무척 새로웠다. 처음에는 56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 부담이었지만, 책을 덮으면서는 그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이 한 권의 책으로 나타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어떤 일의 결과만을 기억할 때가 많다. 물론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이면에 드러나지 않은 과정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도 있는 것 같다. 안중근 의사가 어떻게 암살을 성공할 수 있었는지 이제야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렇다면 최재형은 어떤 사람인가?




최재형은 두만강이 멀지 않은 함경도 경원 출신이다. 그는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버지를 따라 러시아로 이주한다. 그러나 얼마 후, 형수와의 갈등으로 집을 뛰쳐나오게 되고, 우연히 러시아 상선을 탈 기회를 얻게 된다. 상선을 타고 온갖 고생을 하지만, 세계 여러 지역을 돌아보면서 견문을 넓히게 되고, 바람 앞 등불의 조선과 타국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재러 조선인들을 위해 자신의 평생을 바친다.




무언가를 위해 한평생을 바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이들에게만 허락되는 것 같다. 오늘날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이런 삶을 산다는 것은 먼 나라의 일이라 생각이 든다. 또한 힘든 상황 속에서도 그런 삶을 살았기에 오늘의 내가 최재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최재형은 어둡고 절망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분명 진정한 행복을 누렸을 것이다.




그의 후손들에 대한 기록이 책의 뒷부분에 언급되어 있는데, 대부분은 죽거나 행방불명 되었고, 막내 딸만이 러시아에서 궁핍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최재형처럼 우리에게 지금까지도 알려지지 않은 많은 독립 운동가들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들의 후손들이 오늘날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은 그동안 여러 번 들었었다. 우리가 그들에게 너무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과거사 관련 위원회들이 폐지되었다는 기사를 접했는데, 그들의 희생이 잊혀져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그들의 헌신된 삶이 오늘의 우리를 있게 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는데, 지도층의 역사에 대한 인식이 아쉬울 따름이다.




암울한 시대에 눈부신 빛처럼 살다간 그는 스스로의 삶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인생을 허비하지 않았다.(550쪽)




인생의 마지막에 할 수 있는 최고의 말인 듯하다. 나도 이런 말로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 그렇게 하기위해서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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