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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내가 대화할 수 있을까 - 소통 불가능성의 인문학
정희진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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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목 ‘소통 불가능성의 인문학’에서 말해주듯이 소통의 불가능성을 인식하고, 최소한의 소통 가능성을 함께 찾아보자고 제안하는 책이다.


ꕤ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소통

제목과 간략한 설명만 보고 단순히 ‘소통을 잘하는 법’에 대해 쓴 책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소통은 원래 잘 안 되는 것이 맞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은 말은 ‘서로가 고유한 하나의 몸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로가 독립적인 사람이고, 각자의 경험에서 나오는 생각들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소통은 시작될 수 있다.


ꕤ 언어의 의미

책에서 말하는 언어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고, 누가 정의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언어는 분명 힘을 가지고 있다. 모르고 사용한 말이더라도, 혹은 그것을 듣는 상대조차도 깊게 생각해 보지 않더라도 그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전달되는 의미에 대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언어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

생각한 것과는 다른 책이어서 읽기 조금 어려웠지만 소통과 언어에 대해 다시 인식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대화가 통하는 이들과 사랑에 빠집니다.” 11p.


대화가 통한다는 것은 사람을 만날 때 정말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소통의 불가능성은 우리의 대화가 통하는 일은 극히 드물고, 잠깐뿐이라고 말한다. 그 사실이 조금 슬펐지만, 그렇기에 대화가 잘 통했을 때의 순간을 더 소중하고 즐겁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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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니주의보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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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들여다보지 않아서 그렇지 애달프고 고달프지 않은 인생이 어딨으랴. 78p.


서울에 살던 성진과 혜진은 구례의 수평마을로 이사를 한다. 마을 평균 연령 72세(원래는 78세였는데 성진과 혜진이 이사 오고 평균이 줄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부르기 쉽게 지어진 이름이 ‘찌니들’이다. 성진은 큰 찌니, 혜진은 작은 찌니로 불리며 그럭저럭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은 찌니들이 ‘레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서울말로는 레즈비언이라고 한다.) 서울에서 농촌 마을로 작아졌던 찌니들의 세상에서 그들을 향한 눈빛은 더욱 커다란 날카로움이 되어 다가왔다. 찌니들을 내쫓으라는 말을 시작으로 유일하게 마음을 두고 관계를 맺었던 사람까지 찌니들을 외면하기에 이른다.

이때 찌니들의 편이 되어 준 건 베트남에서 온 ‘쑤언’이었다. 결혼이주여성인 쑤언만이 그녀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맞서 싸운다. 과연 찌니들은 수평마을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


『찌니 주의보』는 소외당하는 사람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들이 살면서 어떠한 상처를 받아야 했는지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어르신들의 입을 통해 더욱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소외당하는 사람들의 현실과 그들의 연대를 보여주는 듯했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누구나 이해하기 어려운 각자의 삶이 있음을 깨닫게 됐다.


『찌니 주의보』의 소제목이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는데, ‘누구나~한다.’ 형식으로 지어져 있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 ‘누구나 조금씩은 나쁘다.’ ‘누구나 이상한 구석이 있다.’ ‘누구나 자기 기준으로 산다.’ ‘누구나 이유가 있다.’ ‘누구나 모르고 산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겠지만, 각자 살아온 삶이 다르고, 그동안 수많은 일을 겪었을 것이다. 사람마다 쌓아온 경험치가 다르고, 그에 따른 생각도 다르다. 이해하기 어려운 성격, 행동, 모습들은 그 사람이 살아온 세월이 빚은 결과물일지도 모르겠다.


찌니들과 쑤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오빠들을 위해 학업을 포기하고 평생 일을 해왔지만, 말년에는 연락하는 것조차 눈치를 보는 윤 선생. 아들을 원했던 시대에 딸만 여럿 낳아 찬밥 신세였던 절골댁. 가난했던 시절이 몸에 배어 도둑질을 끊지 못하는 장씨댁. 애완용으로 닭을 키우는 찌니들의 친구 기희. 이중 기희는 찌니들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한다.


ꕤ 누구나 자기 기준으로 산다.


누구나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들을 인정하고 알아주고 생각해 주는 마음에서 함께하는 연대가 생겨나는 게 아닐까? 특히 ‘누구나 조금씩은 나쁘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쁜 구석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수평마을 사람들은 흉을 보고, 미워하고, 실수도 하지만 서로가 살아온 이야기를 알기 때문에 그러다가도 좋은 게 있으면 나눠 먹는다.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았다면, 그 사람의 아픈 부분과 좋은 모습도 함께 보아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싶다.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 때론 누군가에게 강요와 상처가 될 수 있겠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며 조금 덜 아프고 더 즐겁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놓고 싶지 않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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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663호 : 2026.09.05 - #히가시노 게이고, 한 시대가 저물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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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663호에서는 2026년 7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1년에 2~3개의 작품을 꾸준히 냈던 성실한 작가이자 어떻게 독자를 즐겁게 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했던 사람이다.


서점 MD, 편집자, 콘텐츠 PD 등 일반 독자가 아닌 전문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가 책에 담아내고자 했던 것들과 함께 다양한 큐레이션이 되어 있어 읽을 책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편지』 등 다양한 베스트셀러를 남겼고, 한국에서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미스터리 사건 속에는 항상 ‘왜’가 있었다. 사건, 살인이 일어나게 된 이유와 함께 인간의 감정을 보여주며, 명확한 주제를 가진 작품을 써왔다. 이러한 점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해 자주 언급된 말은 ‘성실한 작가’였다는 점이다. 41년간 무려 106편을 저술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아직 시도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나 기존 팬들까지도 읽을거리가 많이 남겨져 있을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특히 드라마나 영화로 많이 만들어졌는데, 그의 작품이 출판 IP로 어떠한 가치를 가지는지 분석하고 있다. 요즘 책이 다양한 콘텐츠로 재생산되고 있는데, 어떠한 작품이 새로운 콘텐츠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는지,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차별점과 함께 배울 수 있을 것이다.


✎⁾⁾⁾

하나의 작품으로 여러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콘텐츠의 원형이 되는 본질 메시지는 달라지지 않지만, 그 이야기를 다양하고 새롭게 전달할 가능성이 높은 책을 쓴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책을 정말 좋아하지만 일본 문학 도전에는 번번이 실패해서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인간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에 대해 알게 되니 다시 시도해 보고 싶어졌다. 책이 가질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을 증명해 준 듯하여 감사하다. 앞으로도 책과 이야기의 가치를 보여 줄 작품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기를!


🔖 물리학자가 등장해 과학적 현상과 논리를 따지지만, 결국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복수 같은 감정이 독자와 관객에게 전달된다. 49p.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에 대한 설명 중)


🔖 결국 우리가 히가시노 게이고에게서 주목해야 할 점은 단순히 몇 편의 작품이 영화화되었느냐가 아니라 그가 만들어 낸 이야기가 얼마나 오랫동안 다른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느냐다. 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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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페페페
짐리원 지음 / 아작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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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펫페페페』

계절이 사라진다면, 오늘이 그리울지도 모르겠어요.


SF적인 상상과 현실이 될지도 모를 미래를 주물러 만든 소설집 『펫페페페』는 10가지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계절이 사라진 미래,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는 투명 이무기, 플라스틱을 먹는 오리, 과거로 여행을 온 미래인, 특히 더운 여름날 나타나는 영혼들, 사람의 몸에 돋아나기 시작한 날개들까지.
여름이 길어진 서울에는 알 수 없는 기이한 현상들이 벌어지고, 기계들이 사람의 피부를 대체하는 시대가 되어 있었다.


기발하기도, 신비롭기도 한 이야기에 빠져들다가 그 속에 숨겨져 있는 현실의 단면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베스트 단편


🍃🌃 「올림픽공원 산책 지침」

인간의 가장 강력한 감정은 ‘노스탤지어’라고 한다.
계절을 그리워한 미래인들은 그 계절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따뜻한 햇볕, 살을 아프지 않게 어루만지는 시원한 바람, 산책할 수 있는 길거리와 다양한 음식들이 있는 과거이자 우리의 현재인 지금의 시대로. 가장 무서웠던 것은 미래인이 과거에 경고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얘기해도 바뀌지 않을 것을 알기에. 바깥을 걷기에 특히 좋은 요즘 같은 날씨에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생각하게 한다.


🦣🛸 「모든 코끼리가 아스팔트 길을 건너고 나서」

아주 먼 과거에 한 외계인 종족은 지구의 다양한 동물군을 받아 간다. 시간이 흘러 동물들을 다시 돌려주려 하지만, 이미 지구에서는 동물들이 살아갈 환경도, 공간도 없었다.

어렸을 때 <아이스 에이지>라는 영화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없는 매머드가 항상 궁금했었다. 더는 볼 수 없는 동물들과 생태계를 외계인이 다시 돌려주겠다니…!

주인공은 동물들을 살릴지 말지,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되는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고민이 되었다.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을 꿈꾸면서도 환경을 깎아 만든 지금의 편안한 삶을 버릴 수 있을까?


☀️💊 「기억과 사회」

여름이다 못해 뜨거운 열기만 남은 세상이다. 따뜻한 봄, 시원한 가을, 눈이 오는 겨울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기후 우울증’에 걸린다. 계절의 모양새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기억이 없다면, 기후 우울증도 없을 것이라는 논리로 기억을 없애주는 약까지 등장하게 된다.
『펫페페페』 속 세상은 대부분 여름만이 남겨져 있다. 실제로도 해가 지날수록 사계절의 뚜렷하던 경계가 흐려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정말 뜨거운 날씨만 남게 되는 날이 올까? 정말 그렇게 된다면 기억으로만 남은 계절이 정말 그리워질 것 같다. 기후 우울증에 걸리더라도 싫기도 좋기도 했던 그 날씨들을 잊고 싶지는 않다.



++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야기


🐉 🏚️「무기여 안녕」

오래된 서울 시내 아파트에서 서식하는 투명 이무기. 시간이 지나고 재건축되는 곳이 많아지면서 이들은 더 이상 지낼 곳이 없어지게 된다.


🪿🪿 「펫페페페」

플라스틱을 먹는 오리 펫페와 페페. 군사적 가능성으로 오리를 이용하려는 무리와 환경 회복을 위해 연구하는 무리가 있다. 그 사이에서 오리를 정성껏 키워온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두 이야기는 다른 듯하면서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는데, 동물들의 생명과 운명이 사람의 손에 쥐어져 있다는 것이다. 고통받을 것을 알고 있으니 편안한 죽음을 주는 것이 맞는지, 고통받더라도 계속 살아가게 하는 것이 맞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처음 읽을 때는 그냥 넘겼었는데 「모든 코끼리가 아스팔트 길을 건너고 나서」 중에 외계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코끼리한테 멸종이라는 개념이 있어? 인간이 만들어 낸 개념 아닌가.”
“호모 사피엔스가 사용하는 모든 개념을 호모 사피엔스가 만들어냈다는 생각은 조금 오만이야.”
“불행한 시대에 태어났다는 감각은 모든 생물에게 있지. 그리고 아주 정확해.”


과연 사람이 모든 생명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이 맞는 것일까. 이런 맥락에서 펫페페페의 주인공이 내린 결정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지만, 또 모든 것을 해결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떤 결정이었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보기!


#계절을 사랑한 소설

단편집을 크게 안 좋아하는데 『펫페페페』는 모든 단편이 새로웠고 끝날 때마다 아쉬웠다.

상상력, 창의력 이런 것들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독특한 설정들이 나올 때마다 『펫페페페』의 세계 속으로 한껏 빠져들 수 있었다. 초반에는 기발하고 신비로운 상상력으로 가득 차서 조금은 명랑한 느낌이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현실과 맞닿아 있는 부분과 기괴해지는 현상들이 벌어져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펫페페페』는 이 계절을 기억하기 위해, 영원히 남기기 위해 만든 소설인 것 같다.


“세계는 끝나기 직전에도 아릅답다”


고층 아파트 사이에 작은 정원처럼 피어 있는 오래된 아파트, 아직 남아 있는 계절들, 뜨거운 여름 속에서 반짝이는 햇빛들. 『펫페페페』에서 보여 준 세상은 어떤 형태일지 모를 멸망을 앞두고 있음에도 여전히 아름답게 그려진다.

뜨거운 햇볕도, 여름도 무척 좋아하지만, 요즘처럼 햇빛과 시원한 바람이 적당히 부는 이런 계절도 정말 좋아한다. 그래도 아직은 계절을 있는 그대로 누릴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소중한 날씨들이 기억으로만 남지 않기를 바란다.


출판사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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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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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시린 몸에 온기가 들어가면 처마 밑 고드름처럼 뾰족했던 마음도 녹아들기 마련이다.”


겨울에도 초록빛을 내는 소나무로 둘러싸인 한옥 호텔이 있다.

그 호텔의 이름은 ‘담야’

나무에 가려서 잘 보이지도 않고, 지도를 보고도 찾기 어려워 오는 이 없는 외딴 호텔이다.

회사에 다니다 견디지 못하고 퇴사한 ‘슬목’은 우연히 담야의 구인 공고를 발견하고, 낯선 마을에서 담야의 호텔리어로 일하게 된다.

호텔의 홍보를 담당하게 된 정목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한 가지 내는데,

사람들의 사연을 받아 호텔에서 이벤트를 진행하고, 그 사연을 홍보물로 만드는 것이다.

담야에는 가지각색의 사연을 품은 사람들이 방문하기 시작한다.


사연이 방문객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호텔을 아끼는 듯하지만 실제로 발걸음하는 일은 거의 없는 수상한(?) 호텔 대표, 밤 10시가 되면 정신을 잃고 낯선 곳에서 눈을 뜨는 ‘슬목’, 차 뒷자석에 항상 떡 만드는 도구를 싣고 다니는 또 다른 호텔리어 ‘승아’


아무튼, 담야는 찾아온 사람들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반겨준다.

남모를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든 호텔 ‘담야’는 더 이상 외딴곳이 아닌, 이야기로 가득한 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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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가져오는 사연은 정말 흥미진진했다. 예상과 편견을 뒤엎는 스토리에 다음 장면이 궁금해지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주인공인 슬목의 이야기가 가장 궁금했는데 10시만 되면 슬목을 찾아오는 손님이 누구인지, 그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탐정에 빙의해서 수많은 추측을 해 봤지만 전부 틀렸다!


『이벤트』는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첫발을 내디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말들을 담은 책이다.

마냥 해결책 없이 달콤한 말만 하는 위로라기 보다는 오히려 눈앞에 닥친 힘든 일이 뿅! 하고 사라지진 않을 것이고, 현실적인 면들도 많겠지만, 그 속에서 나를 덜 자책하고 계속 끌어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듯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흔하고 뻔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사람에게 닿는다면 그 말이 주는 힘은 무시할 수 없다. 슬목이 그렇듯이 자신이 잘못한 일이 아니어도 정작 본인에게는 너그러워지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말을 백번 해줘도 부족하다.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작가님의 뜻대로 쉼표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창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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