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페페페
짐리원 지음 / 아작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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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펫페페페』

계절이 사라진다면, 오늘이 그리울지도 모르겠어요.


SF적인 상상과 현실이 될지도 모를 미래를 주물러 만든 소설집 『펫페페페』는 10가지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계절이 사라진 미래,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는 투명 이무기, 플라스틱을 먹는 오리, 과거로 여행을 온 미래인, 특히 더운 여름날 나타나는 영혼들, 사람의 몸에 돋아나기 시작한 날개들까지.
여름이 길어진 서울에는 알 수 없는 기이한 현상들이 벌어지고, 기계들이 사람의 피부를 대체하는 시대가 되어 있었다.


기발하기도, 신비롭기도 한 이야기에 빠져들다가 그 속에 숨겨져 있는 현실의 단면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베스트 단편


🍃🌃 「올림픽공원 산책 지침」

인간의 가장 강력한 감정은 ‘노스탤지어’라고 한다.
계절을 그리워한 미래인들은 그 계절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따뜻한 햇볕, 살을 아프지 않게 어루만지는 시원한 바람, 산책할 수 있는 길거리와 다양한 음식들이 있는 과거이자 우리의 현재인 지금의 시대로. 가장 무서웠던 것은 미래인이 과거에 경고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얘기해도 바뀌지 않을 것을 알기에. 바깥을 걷기에 특히 좋은 요즘 같은 날씨에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생각하게 한다.


🦣🛸 「모든 코끼리가 아스팔트 길을 건너고 나서」

아주 먼 과거에 한 외계인 종족은 지구의 다양한 동물군을 받아 간다. 시간이 흘러 동물들을 다시 돌려주려 하지만, 이미 지구에서는 동물들이 살아갈 환경도, 공간도 없었다.

어렸을 때 <아이스 에이지>라는 영화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없는 매머드가 항상 궁금했었다. 더는 볼 수 없는 동물들과 생태계를 외계인이 다시 돌려주겠다니…!

주인공은 동물들을 살릴지 말지,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되는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고민이 되었다.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을 꿈꾸면서도 환경을 깎아 만든 지금의 편안한 삶을 버릴 수 있을까?


☀️💊 「기억과 사회」

여름이다 못해 뜨거운 열기만 남은 세상이다. 따뜻한 봄, 시원한 가을, 눈이 오는 겨울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기후 우울증’에 걸린다. 계절의 모양새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기억이 없다면, 기후 우울증도 없을 것이라는 논리로 기억을 없애주는 약까지 등장하게 된다.
『펫페페페』 속 세상은 대부분 여름만이 남겨져 있다. 실제로도 해가 지날수록 사계절의 뚜렷하던 경계가 흐려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정말 뜨거운 날씨만 남게 되는 날이 올까? 정말 그렇게 된다면 기억으로만 남은 계절이 정말 그리워질 것 같다. 기후 우울증에 걸리더라도 싫기도 좋기도 했던 그 날씨들을 잊고 싶지는 않다.



++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야기


🐉 🏚️「무기여 안녕」

오래된 서울 시내 아파트에서 서식하는 투명 이무기. 시간이 지나고 재건축되는 곳이 많아지면서 이들은 더 이상 지낼 곳이 없어지게 된다.


🪿🪿 「펫페페페」

플라스틱을 먹는 오리 펫페와 페페. 군사적 가능성으로 오리를 이용하려는 무리와 환경 회복을 위해 연구하는 무리가 있다. 그 사이에서 오리를 정성껏 키워온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두 이야기는 다른 듯하면서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는데, 동물들의 생명과 운명이 사람의 손에 쥐어져 있다는 것이다. 고통받을 것을 알고 있으니 편안한 죽음을 주는 것이 맞는지, 고통받더라도 계속 살아가게 하는 것이 맞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처음 읽을 때는 그냥 넘겼었는데 「모든 코끼리가 아스팔트 길을 건너고 나서」 중에 외계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코끼리한테 멸종이라는 개념이 있어? 인간이 만들어 낸 개념 아닌가.”
“호모 사피엔스가 사용하는 모든 개념을 호모 사피엔스가 만들어냈다는 생각은 조금 오만이야.”
“불행한 시대에 태어났다는 감각은 모든 생물에게 있지. 그리고 아주 정확해.”


과연 사람이 모든 생명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이 맞는 것일까. 이런 맥락에서 펫페페페의 주인공이 내린 결정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지만, 또 모든 것을 해결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떤 결정이었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보기!


#계절을 사랑한 소설

단편집을 크게 안 좋아하는데 『펫페페페』는 모든 단편이 새로웠고 끝날 때마다 아쉬웠다.

상상력, 창의력 이런 것들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독특한 설정들이 나올 때마다 『펫페페페』의 세계 속으로 한껏 빠져들 수 있었다. 초반에는 기발하고 신비로운 상상력으로 가득 차서 조금은 명랑한 느낌이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현실과 맞닿아 있는 부분과 기괴해지는 현상들이 벌어져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펫페페페』는 이 계절을 기억하기 위해, 영원히 남기기 위해 만든 소설인 것 같다.


“세계는 끝나기 직전에도 아릅답다”


고층 아파트 사이에 작은 정원처럼 피어 있는 오래된 아파트, 아직 남아 있는 계절들, 뜨거운 여름 속에서 반짝이는 햇빛들. 『펫페페페』에서 보여 준 세상은 어떤 형태일지 모를 멸망을 앞두고 있음에도 여전히 아름답게 그려진다.

뜨거운 햇볕도, 여름도 무척 좋아하지만, 요즘처럼 햇빛과 시원한 바람이 적당히 부는 이런 계절도 정말 좋아한다. 그래도 아직은 계절을 있는 그대로 누릴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소중한 날씨들이 기억으로만 남지 않기를 바란다.


출판사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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