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니주의보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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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들여다보지 않아서 그렇지 애달프고 고달프지 않은 인생이 어딨으랴. 78p.


서울에 살던 성진과 혜진은 구례의 수평마을로 이사를 한다. 마을 평균 연령 72세(원래는 78세였는데 성진과 혜진이 이사 오고 평균이 줄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부르기 쉽게 지어진 이름이 ‘찌니들’이다. 성진은 큰 찌니, 혜진은 작은 찌니로 불리며 그럭저럭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은 찌니들이 ‘레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서울말로는 레즈비언이라고 한다.) 서울에서 농촌 마을로 작아졌던 찌니들의 세상에서 그들을 향한 눈빛은 더욱 커다란 날카로움이 되어 다가왔다. 찌니들을 내쫓으라는 말을 시작으로 유일하게 마음을 두고 관계를 맺었던 사람까지 찌니들을 외면하기에 이른다.

이때 찌니들의 편이 되어 준 건 베트남에서 온 ‘쑤언’이었다. 결혼이주여성인 쑤언만이 그녀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맞서 싸운다. 과연 찌니들은 수평마을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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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니 주의보』는 소외당하는 사람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들이 살면서 어떠한 상처를 받아야 했는지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어르신들의 입을 통해 더욱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소외당하는 사람들의 현실과 그들의 연대를 보여주는 듯했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누구나 이해하기 어려운 각자의 삶이 있음을 깨닫게 됐다.


『찌니 주의보』의 소제목이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는데, ‘누구나~한다.’ 형식으로 지어져 있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 ‘누구나 조금씩은 나쁘다.’ ‘누구나 이상한 구석이 있다.’ ‘누구나 자기 기준으로 산다.’ ‘누구나 이유가 있다.’ ‘누구나 모르고 산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겠지만, 각자 살아온 삶이 다르고, 그동안 수많은 일을 겪었을 것이다. 사람마다 쌓아온 경험치가 다르고, 그에 따른 생각도 다르다. 이해하기 어려운 성격, 행동, 모습들은 그 사람이 살아온 세월이 빚은 결과물일지도 모르겠다.


찌니들과 쑤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오빠들을 위해 학업을 포기하고 평생 일을 해왔지만, 말년에는 연락하는 것조차 눈치를 보는 윤 선생. 아들을 원했던 시대에 딸만 여럿 낳아 찬밥 신세였던 절골댁. 가난했던 시절이 몸에 배어 도둑질을 끊지 못하는 장씨댁. 애완용으로 닭을 키우는 찌니들의 친구 기희. 이중 기희는 찌니들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한다.


ꕤ 누구나 자기 기준으로 산다.


누구나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들을 인정하고 알아주고 생각해 주는 마음에서 함께하는 연대가 생겨나는 게 아닐까? 특히 ‘누구나 조금씩은 나쁘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쁜 구석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수평마을 사람들은 흉을 보고, 미워하고, 실수도 하지만 서로가 살아온 이야기를 알기 때문에 그러다가도 좋은 게 있으면 나눠 먹는다.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았다면, 그 사람의 아픈 부분과 좋은 모습도 함께 보아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싶다.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 때론 누군가에게 강요와 상처가 될 수 있겠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며 조금 덜 아프고 더 즐겁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놓고 싶지 않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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