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안해 - 개정판, 하버드 초청 한류 강연 & 건국 60주년 기념 60일 연속 강연 CD 수록
박진영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에세이를 좋아해서, 유명인들의 에세이를 많이 읽어봤던 내가 가장 꺼리는 쟝르가 바로 에세이다.
읽기 편한 에세이는 개인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에, 그 사람의 생각의 깊이와 철학, 가치관까지 그대로 담겨있고, 그 책을 읽는 사람들은 쉽게 그의 생각에 동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만한 자격이 있지 않은 사람의 섣부른 에세이를 읽고, 내 젊은 시절에 멋모르고 저지른 실수를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나 후회스럽다. 에세이를 어린나이엔 좀 가려서 읽어야 할 쟝르라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미안해]라는 박진영씨의 책을 읽기를 참 잘했다. 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안할수가 없었다.
이런 사람 박지영을 책을 통해서 제대로 알 수 있음이 너무나 즐거웠고, 설령 이 즐거움이 완벽한 가식이라해도 이 가상의 인물을 끝내 좋아하고 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정도로 이 책을 쓴 사람의 생각들이 좋았다.
박진영,
처음 그가 연예계에 등장했을때, 첫 느낌...
정말 강렬했다.
섣불리.. 와~ 멋지다.. 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는 사람이었고,
그저 독특하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박진영이란 가수의 인터뷰나 그의 말을 들을 때마다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그 괜찮은 사람일 것이라는 추측은 이 책을 통해, 확연히 드러난다.
그는 정말 성실하고, 열정적이고, 용기있고, 프로페셔널하고, 솔직하고, 내유외강의 마음 따뜻한 도전정신이 넘치는 사람이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
성을 바라보는 시각,등등..
그의 경험과 생각을 진솔한 표현과 깜직한 그림, 또는 센스있는 디자인으로 담아내고 있다.
책 표지에서 풍기는 예사롭지 않은 포스~
그리고 멋지게 꾸며진 책의 구성과 더불어 시대적 감각과 나름의 철학을 가진 그의 글이 참으로 잘 어울리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생각이 너무나 괜찮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기억하고 싶어서 종이를 찢어서 끼워봤다. 그런데.. 그 종이를 매 페이지마다 꽂게 되더라~라면 너무 지난친 칭찬일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나는 그랬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이 너무나 많아서, 또는 재미있는 부분이 너무나 많아서 읽는 내내.. 기억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나도 모르게 또 종이를 끼우다 보니 먼지털이 모양이 되고 말았다.. 헉!
"실수는 용납하는 사람에게만 간다"
아침에 일찍 일어날 일이 있을때, 알람시계는 배터리가 닳을 수 있고, 전기시계는 정전이 될 수도 있으니, 핸드폰으로 알람을 맞추고 충전기에 꽂아놓아야 한다는 그의 생각.
핸드폰을 사용한 후에는 절대 탁자 위에 놓지 않고, 주머니에 넣은 두는 그의 태도.
기억해야 할 일은 옆 사람에게 꼭 얘기를 해두고, 녹음을 마친 후 마스터 테이프는 반드시 3개를 만들어, 미국친구에게 하나 맡기고, 비행기의 짐칸에 하나 놓고, 짐칸에서의 분실을 대비해 몸에 지녀야 하는 그.
비행기표를 출국 전에 만나 주겠다는 매니저에게 혹시 모를 당일의 변수를 대비해 반드시 전날 받아서 챙기는 그의 태도.
실수를 하는 사람은 반드시 실수가 여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으며, 그 실수마저도 대비해서 완벽을 기하는 모습이다. 역시~ 프로다운 모습이라고 느껴진다.
박진영을 좋아하는 여자가 많다. 평소 그의 말을 들어보면 여성의 입장을 이해하기 때문이리라~ 나도 물론 그런 이유로도 그가 좋다.
그러나 박진영는 자신이 여성친화적인 인물이 아니다. 여성을 남성과 동일한 위치, 동일한 인격체로서 남성처럼 존중하려고 한다. 남편에게 기대고, 남자때문에 희생하고 포기해야 하는 여자가 되지 말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당당히 설 수 있는 인간으로, 남자가 있든 없든 자신만의 능력으로 인정받는 여자이기를 바라고, 그의 아내도 그런 여성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남자이다.
그런 그가 결혼을 하니, 시댁에서 자기는 앉아있고, 아내는 어머니와 함께 일을 하게 되더라~ 자기가 도우면 아내가 안좋은 소리를 들을 것 같아서, 시댁에서 일하고 오는 날엔 자기가 집안일을 일주일동안 도맡아서 하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말에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아직도 남녀가 동등하지 못한 현실에서 나름대로의 협상을 하는 그의 자세가 재밌기도 하고, 대견하다고 느껴진다.
이런 남자가 대한민국의 대다수 남자이면 좋겠다.
내가 그를 좋아하듯 많은 여자들은 이런 박진영을 매우 좋아한다. 그런데.. 남자들도 좋아할까? 갑자기 이런 궁금증도 생긴다.
책의 중간 중간 그의 어린시절 일기가 수록되어 있다.
일기를 읽으면서 솔직한 표현에 재미있기도 했고, 어린 시절에도 나름대로 사회현상과 주변 일에 많은 생각을 했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이 커가면서 점점 어린시절의 느낌과 다짐들을 잃어가는데, 박진영은 아마도 어린시절부터 생각해오던 다짐들을 어른이 되어서 꾸준히 지키려 노력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모습의 지금의 박진영의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기본을 배우던 어린시절. 그 시절에 익힌 기본들을 지켜가는 착하고, 모범적인 어른이 박진영인것 같기도 하다.
이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온통 칭찬일색인 서평이 되고 말았다. 이런 의도는 아니엇는데...
그가 대단한 사람이구나~ 라는 거 빼고, 그가 대단한 일을 했었구나~라는 거 빼고,
모든 긍정적인거 다 빼고, 읽어도.. 이 책은 재미있다. 그의 솔직함 때문일 것이다.
박진영. 그는 정말 에세이를 쓸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의 에세이를 읽는 사람이라면,
이 에세이를 읽고 있는 시간이 조금도 아깝지 않을 것이고,
100%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그의 팬이 되고야 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