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머
모래 지음 / 고블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몰락한 사이비 종교에 빠져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친구라고 부르기엔 서로에 대한 예의나 진심이 없고, 친구가 아니라고 말하기엔 그 관계가 꽤나 지저분하게 얽혀 깔끔하지 않다. 명우, 기철, 필립, 여정은 오랜 시간 정기적인 모임을 가져왔지만, 그들의 모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네 사람 중에 과연 있기나 했을까.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네 사람 모두에게 결핍이 있다는 것. 그 결핍만이 그들의 묶어내는 유일한 공감대이자 알량한 친밀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건의 발단은 명확하다. 여느 때처럼 필립의 옥탑방에서 의미 없는 만남을 갖던 중 우연히 명우의 눈에 든 검은 수첩. 낡아 보이는 검은 수첩을 펼쳐 본 순간 명우의 마음엔 새로운 욕망이 똬리를 튼다. 필립에게서 수첩을 빼앗아 자신이 가지고 싶다는 욕망. 그 수첩만 있으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 그 이상한 수첩 하나가 개인의 이기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지도 못한 채, 기이한 힘에 빠져든 네 사람을 서로를 배신하고, 질투하고, 저주하며 비인륜의 구렁텅이로 추락하고 만다.

제목처럼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이야기다. 마치 좋지 못한 꿈을 꾼 것처럼 찝찝하고 불쾌하며 끝내는 공허하다. 폭력과 파괴로 가득했던 명우의 행보와 욕망의 대가를 보고 나니 다른 감정들보다 어쩐지 허무함이 더 크게 몰려오는 것 같다. 뭐랄까, 긴박하게 달려가는 이야기는 신선하고 흥미로웠지만 내 기준에서는 그리 깊은 여운을 주지는 못 했던 것 같다. 네 사람의 치열한 인생을 통한 삶의 의미도, 사람의 마음을 파고든 믿음과 악도. 개인에게 닥친 고난과 성장을 통해 던지는 물음까지도.

흥미로운 소재를 가진 작품이다. '가리교'라는 가상의 사이비 종교를 통해 맹목적인 믿음과 그릇된 욕망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과 폭력의 결과를 독특하게 그렸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스토리 전개가 빨라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다만, 작품의 완성도와 별개로 개인의 취향에 따라 불호가 갈릴 것 같은 소설이다. 오컬트를 좋아하는 사람임에도, 난해한 느낌에 조금은 매력이 덜 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으니까. 뭐,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므로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읽어보기를 권한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기이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IT 개발자, 코드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비기너 시리즈 12
윤석용 지음 / 크루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생각 속의 개발자란_

뉴스레터를 통해서 또는 구직 공고를 통해서 풀스텍 개발자, 백엔드 개발자 등의 명칭을 많이 들어왔지만 사실 그들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개발자' 라는 한 단어로 묶어 막연하게 두루뭉술한 이미지를 그려왔을 뿐, 그들의 역할에 대해 크게 고민해 본 적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개발자라고 하면 복잡하고 어려운 언어를 쓰는, 대단하고 신기하기만 한 사람처럼 느껴졌는데, 이 책을 통해 비로소 그들의 다양한 역할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배워간다.

개발자로 산다는 것은_

개발자로서의 조건이나 취업 과정, 회사 속에서의 모습 등 그야말로 개발자의 모든 것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담았다. 책에 담긴 많은 내용 중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부분은 쉴 틈 없이 바쁘게 이어지는 개발자들의 실무다. 고객과의 미팅부터 타 부서와의 협업,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서의 문제 해결, 부서원 간의 의견 조율, 문서 작업, 테스트, 유지 보수 등등. 그저 언어만 잘 다루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이나 스토리텔링, 디자인 등 생각보다 많은 부수적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 모든 직업이 으레 그렇겠지만, 개발자 역시 꾸준한 노력과 배움, 열정이 함께 해야 하는 직업이구나 싶어 대단하게 느껴진 부분이 많다.

진로를 고민 중인 이들에게_

아무래도 IT 개발자라는 직종에 대해 면밀하게 다룬 책이기에 개발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닐까 싶다. 20년 동안의 현직 경험을 통해 쌓은 저자의 노하우와 세심하고 통찰력 있는 조언들, IT 업계의 용어에 대한 전문성 있는 해설 등 개발자에 대해 잘 모르는 나조차도 편안하고 쉽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초심자의 시선에서 보기 좋게 쓰였다. 개발자에 관해 궁금해할 만한 질문들만 뽑아 성실하게 답변된 책이기에 공부 목적으로도, 자료 조사로서도 충실한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을 듯하다.

개인적인 감상_

프로그램이나 웹 개발은 아니지만, 나 역시 코딩을 하고 데이터를 살피는 업을 가진 사람이기에 공감이 가는 이야기가 꽤 있었다. 할당된 일이 많아 야근을 하는 것도, 느닷없이 문서 양식이나 데이터 추출 조건을 변경하여 쿼리를 다시 작성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거나, 내내 잘 돌아가던 쿼리에서 갑작스레 오류가 발견된다거나 하는 일들. 항상 멀게만 느껴지는 직군이었는데, 분야는 조금 다르지만 저곳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정들이 있구나 생각하며 즐겁게 읽은 부분들도 있다. IT 개발자라... 전문적이고 어려운 내용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친절하고 쉬운 설명 덕에 재밌고 쉽게 읽어 개발자라는 직업에 조금은 친숙함을 느끼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판교
김쿠만 지음 / 허블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래인지 과거인지_

알다가도 모를 소설이다. 내가 읽고 있는 이야기의 배경이 미래인지 과거인지. 참 느리고 고리타분한 옛날 세상이구나 싶다가도 눈 깜짝할 사이에 놀라울 정도로 발전한 미래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미래도 과거도 아닌 세상의 이야기 속에서 한참이나 허우적거렸던 것 같다. 그리움에 묻혀 옛 시대를 회상하다가도, 빠르게 변해버린 미래 세상에 휘둥그레지고, 다시 먼 옛날로 밀려나버리는 것처럼. 나에게는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조금은 혼란스럽고 낯선 소설이었던 것 같다.

남쪽 바다를 향한 애틋한 그리움_

여덟 편의 소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작품은 [남쪽 바다의 초밥] 이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적절히 뒤섞인 배경 속에서 옛날, 옛 시대에 대한 깊고 진한 향수가 묻어나서 좋았다. 어딘지도 모를, 멀고 먼 남쪽 바다가 글을 읽는 나조차도 그립고 애틋해질 정도로. 작가의 소설이, 또는 이 작품집이 인간의 마음과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 [남쪽 바다와 초밥] 이야말로 작가가 전하고 싶은 감정과 마음이 가장 뚜렷하고 넘치게 담긴 단편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감상_

위에 언급한 단편처럼 애틋하고 그리워서 좋았던 작품도 있고, 조금은 취향과 거리가 멀구나 싶었던 작품들도 있었다. SF라고는 하지만 레트로가 적당히 버무려진, 과거와 미래와 씨실과 날실처럼 촘촘하게 짜여진 소설은 처음이라 신기한 마음도 컸던 것 같다. 한없이 과거로 떨어져내리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끝도 없는 미래로 밀려나는 느낌이기도 하고, 그렇게 방황하다 미래와 과거가 맞닿아버리면 이게 뭘까 싶어 멍해지기도 하는. 명징하게 표현하기가 어려워서 감상을 적어내리는 이 순간에도 두서없는 말을 흩뿌리게 되는. 처음 접하는 김쿠만의 소설은 혼란 속의 그리움이었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이 보는 세계 - 브릿G 단편 프로젝트
이명희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홉 편의 단편소설_

오랜만에 서평단 활동을 하며 읽은 도서. 일상, 공포, SF 등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독특한 발상과 작가 본인들만의 개성이 담긴 단편소설 아홉 편이 차곡차곡 담겨 있는 작품집이다. 그저 SF 소설집인 줄 알았는데, 역사나 탐정 추리 같은 생각지도 못한 장르의 소설들이 꽤 많이 담겨있어서 의외이기도 했고, 신선한 느낌을 받기도 했던 책이다. 특히 인상적으로 남은 작품들도 꽤 있었고.

당신이 보는 세계_

많은 이야기 중에서 표제작인 [당신이 보는 세계] 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책의 첫 장을 열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된 소설이기에 인상적이었던 것도 있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해서 유독 완성도 있는 작품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간 '전단지 괴담' 사건을 통해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소통의 부재에 대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들춰내고, 그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긍정적인 결말을 맺는다. 먼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사회의 현주소를 짚어냄으로써 심도 있는 고찰을 할 기회를 제공한 작품이라, 가장 맘에 들었던 단편소설로 꼽고 싶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들_

[당신이 보는 세계] 외에도 재밌게 읽은 작품들이 몇 편 더 있다. [신규 기능이 추가된 트위터에 가입하세요]는 주체가 뒤바뀌어버린 인간과 AI 간의 관계성과 인간을 모방하는 AI 알고리즘에서 느껴지는 은근한 공포감이 좋았고, [눈의 셀키]는 아주 먼 옛날, 아주 멀고 신비스러운 나라에서 전해내려오는 설화를 듣는 것처럼 아련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좋아 마음이 갔다. 꼭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세차게 부는 눈보라에 쌓인 온통 새하얀 마을이 그림이 생생하게 그려져서, 그저 까닭 없이 좋기만 했던 것 같다.

개인적인 감상_

책과 담을 쌓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책을 가까이하지 못하고 지내는 일상들이었는데 오랜만에 이런 소설들을 읽을 수 있는 시간들이 행복하고 따뜻했다. 참 마음에 들어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이야기들도, 기억 속에 묻어두었다 문득 꺼내어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우리 사회를 떠올리며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는 이야기도 있었고, 그저 즐기기만 해도 만족스러웠던 이야기도 있었다. 다양한 시대를 배경으로, 다양한 주제를 활용하여,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만들고 전달하고 느끼게 할 수 있구나 싶어 새삼스럽게 새롭고 신기했던 시간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숙론 - 어떻게 마주 앉아 대화할 것인가
최재천 지음 / 김영사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존중하고 사랑하는 소통의 방식_

소리만 높여가는 거센 주장과 서로의 의견만을 고집하는 성난 사회에서 대화를 통해 서로의 간극을 좁히고, 사회의 난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언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양방향 소통을 통해 옳은 방안을 찾아가기 위한 대화의 방법이다. 누가 옳은 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를 논의하고 좋은 해결 방법에 다다르는 것.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소통의 방식이 최재천 교수가 제안하는 '숙론'의 핵심이다.

숙론 문화로 나아가기 위해_

숙론 문화의 도입을 제안하기 전에, 우리 사회의 문제점부터 면밀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젠더, 세대, 계층 등 다양한 집단 간에 생겨난 깊은 갈등의 양상과 발전하지 못한 한국식 교육의 문제점을 조명한다. 저자는 갈등 지속의 이유를 '민주적 소통 능력의 부재'라고 보는데, 그 원인을 교육제도의 미발전으로 꼽는다. 흔히 주입식 교육이라 불리는 현재의 교육제도가 창의성을 억압할 뿐만 아니라 신분 상승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갈등과 불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교육제도의 개선이 필수적이며, 제일 먼저 학습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결과를 도출해 내는 새로운 방법의 교육 제도를 제안한다.

불통을 소통으로_

남아공 몽플뢰르 콘퍼런스와 저자가 직접 이끌었던 위원회 활동을 통해 숙론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이념으로 첨예하고 대립하던 단체들을 꾸준한 소통과 합의를 통해 협력관계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 날카롭기만 하던 갈등을 둥그스름하게 다듬어 화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숙론의 대단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사례들이었다. 오래 시간을 들여 의견을 경청하고 대화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극한으로 치닫던 갈등을 해소하고 옳은 길로 향할 수 있는 방향성을 새로이 만들어낼 수 있는 활동이기에 갈등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에 꼭 도입되어야 하는 대화 방법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인 감상_

다양한 사례를 통해 소통의 중요성을 느끼고, 성공적인 숙론을 위한 방법을 배울 수 있었던 책이다. 꼭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회사나 친구, 가족 등 다양한 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사람과 사람 사이, 단체와 단체 사이에는 소통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왕 소통을 할 거라면 언성을 높이고 서로 감정이 상하는 소통이 아니라,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모두에게 득이 되는 합의점을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이 책을 통해 숙론의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일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모든 일에 최재천 교수의 말을 떠올리며 보다 성숙한 대화의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노력해 볼 예정이다. 쉽지 않은 일이 되겠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조금 더 나아지고 성장하는 일상을 기대해 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