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상이는 아프기 싫어서라기엔 아픈 상태로 있는쪽을 택한 것이다. 그러다 보면 통증이 저절로 잦아들거나 상이 스스로 통증을 잊곤 했다. 다른 불편감으로 원래느끼던 통증을 잊기도 했다. 생리통으로 치통을 잊었고어깨 근육통으로 꽉 막힌 목과 코의 불편감을 잊었다. - P175

그런 꿈을 꾸고 일어나 고민하던, 시간이 많은 상이가무작정 집을 나서 간 곳은 과천의 경마공원이었다. 그렇게 시끌벅적한 곳에도 한번 가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183

꿈→ 경마장 → 말→ 자전거로 이어지는 자신의 실천이마음에 들었다. 앞이 뒤를 불러오고, 그런데 그것이 다른사람에게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상이에게만은무척 연관이 있고, 그걸 자신만 알고, 그렇게 짜인 혼자만의 알고리즘이 좋았다. - P185

내 양어깨 위에 괴물 새가 날갯짓을 하는 때면 내게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다. - P198

상이는 언제나 교정,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혀로 입천장을 다듬어보곤 했다. 나사가 박혔다가 교정을 끝내고 나사를 제거한 이후에 뚫렸다가 다시 살이 차오른 그곳에는 아직도 옴폭 팬 흔적이 있다. 퇴사의 흔적도 어딘가에 남아 있겠지, 시간이 더 지나도. 상이는 입천장을혀로 여러 번 매만지며 생각했다. - P202

불같아서 그래요. 그래서 온도 맞추기가 중요한 거야.
2])......
것두 소양인이라 그래요. 열이 많아서. - P207

슬퍼도 그쪽을 택하기로 한다. 혼자이기를 선택한 지호가 언젠가 품어졌던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 텅 빈 마음을 가진 채로. 그것이 지호가 생각하는 균형.
ㅈㄷ 자주 외롭다 어 - P157

모든 기르는 일이 마음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언제든 뿌리가 잘리고 가지가 쳐내진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죽은 가지에도 다 이유가 있어서겠지라고 믿는다. 다만그전까지는 최선을 다하기. 기쁨과 슬픔을 나누기. 시간을 잘 분배하여 관계를 맺기. 그리고 그런 자신을 좋아하기. 그런 것들을 주문처럼 외운다. 나는 나를 좋아하잖아,
하고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수빈에게 그랬던 것처럼.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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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전화하지 않는다. 그녀는 거리에서도,
지하철 복도에서도 날 쫓아다니지 않는다. 그 후며칠 동안 편지도 하지 않는다. 극장에 가자고,
바다를 보러 가자고, 정원을 보러 가자고, 차를마시자고, 일본 음식을 먹자고도 하지 않는다. - P67

결별은 날 추하게 만든다. 마치 내 몸이 날떠나는 사람에게 그 이유를 대듯이. 뼈만 남을 정도로살이 빠지고, 얇은 고무풍선처럼 부풀어오르고, 다크서클은 눈 밑에 지뢰밭을 만든다. 이젠 미소도 모른다. - P69

"현실 유리déréalité. 사랑에 빠진 주체가 세계와 마주하며느끼는 부재의 감정, 현실감의 상실."50 우린 결국 우릴잃어버린다. 이 ‘공허한blanche‘ 삶 속에서 결별은 우릴버리고, 우린 그저 엑스트라로 남는다." - P75

알다시피 가장 어려운 것은 이 작은 기억의파편들이다. 내 존재의 표면에 살짝 떠오르거나,
내 피부의 표층에 불쾌하게 남아 있는 이감각의 깨진 조각들이다. - P77

결별의 폭발음이 여러 영역으로 퍼져 나간다.
한 사람과 단절한다는 것은, 더 총체적인 재시작의출발점이 될 수 있다. 바로 이전의 자신과 단절하고,
다른 자신을 발견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 P84

"두려움과 불안에서 자기 합의에 이르는 길을걷는 데에는 때론 온 존재를 걸어야 한다. 삶에밀착하여"
-샤를 쥘리에 - P86

"얼굴을 만든다"라는 건 무엇일까? 우린 가족과친지 같은 가까운 이들의 표현과 표정이 우리 얼굴에알게 모르게 새겨져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심지어아버지의 주름과 어머니의 주름조차. 마치 그들의걱정 근심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것처럼. - P93

하지만 우린 끊임없이 분산되어 있다. 우리가우리의 존재를 견뎌내는 것은,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정신적으로는 다른 데 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상의 베일을 씌워 현실을 유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환상적이미지를 현실에 끝없이 투사하여 중첩시킨다는말이다. - P104

소설가는 자신이 품고 있던 가상의 개성들을 문학적인물로 변형시킴으로써 그 개성들에 생명을 불어넣을수 있는 이들이다. 우리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실현 가능한 대부분의 개성을 포기한다면, 예술가는그것을 자신이 창조한 형상으로 변형시킨다. 그러나무엇보다 결국 예술가가 해내는 일을, "자기 밖으로밀어내는 일"을, "오로지 자기 안에만 잠재태로 내재해있는 이런 모든 존재들"을 "실현"하는 일을, 우리라고왜 할 수 없겠는가?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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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도서로 단단히 엉켜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고민과 생각을 조금 내려놓아도 된다는 게 기뻐서, 얼굴은 여전히 우울한표정을 하고서도 출근하는 걸음만은 비교적 가벼웠다. - P127

그게 단 빵일지라도. 그 맛을 죽도록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맛을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 P128

어렵게어렵게, 두꺼운 손을 꾹꾹 주무르며 장사가 너무 안된다는 말을 하는 65세의 사장에게 나는 오히려 측은함을 느꼈다. - P129

분명한 것은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는 것이다. 나아가기로, 변화하기로 결심하고 듬뿍 추가한 용기가 나를주저앉혔다. 밍밍한 찌개를 살리려 넣었던 소금이 실은설탕이었던 것이다. 아니면 설탕도 아닌 독이었거나 - P131

방충망도 없는 창문이었다. 방으로 고스란히 들어오는 작고 하얀 눈 알갱이들을 얼굴로 맞았다. 정말 눈이네. 눈이 오네,라고 중얼거렸는데 그 말이 금고의 비밀번호인 듯 뭔가가 열렸고 눈물이 쏟아졌다. 스스로도 좀어이가 없었지만 확실히 좋았다. 무언가 나를 울게 하면 얼마나 좋은지 몰라.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 P133

그때부터였다. 하얀 거짓말이 현장보존선처럼 내 몸테두리에 온통 묻어나기 시작한 것. 남들은 보지 못해도 내눈엔 보이기 시작한 것이. - P137

거짓말을 잘한다는 건 어떤 걸까? 자주 한다는 의미에가까울까, 들키지 않는다는 의미에 가까울까. 둘 중 굳이분류하자면 나는 자주 하는 쪽이었다. - P137

돈 받으면 됐다고 합의 본 거죠. 여자는 좋고 소문은무섭고 그런가 봐요. 덕분에 차도 부숴보고 가사에도 쓰고 좋죠 뭐...... - P147

생각만 했을 뿐인데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러나그마저도 권순겸의 말투로 재생되어 괴로웠다. 나도, 사람은 좋고 소문은 무섭고 그런가 봐.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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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히 드러나는 바는 우리의 내밀한 사막,
우리의 근본적 불안이다. 우리가 감추고자 했던 저깊은 공허함과 연결되어 있다. 만일 누군가가 우릴떠난다면, 어쩌면 그건 우리가 어떤 사람이어서가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람이 아니어서일지도 모른다. - P47

우릴 떠나기로 한 결정을 심각한 판단실수로 보면서 우린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다. - P49

[] 그녀는 그 사건을 지켜보았고, 그 막막함을,
괘종시계와도 같은 그 정밀함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만일 그녀가 그녀에게 도래한 그 사건의주역인 것만이 아니라 그 성공의 주역이었다면,
롤은 그보다 더 매혹되지는 않았을 것이다.15 - P51

방금 설명한 것과 같은 가장 잔혹한 상황에서결별은 버려진 사람을 파괴한다. - P54

내가 어떤 가치가 있는가?"라는 본질적불안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을 바로 연인으로부터기다린다. - P56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그래서 가치 절하라는잔혹한 경험이다. "난 파괴된 게 아니다, 남겨진거다, 쓰레기처럼"이라고 바르트는 말한다. 결별당한여자는 머릿속에서 메아리가 울려 퍼지듯 "완전히비참하다"25고 거듭 느낀다. - P57

습관을 사랑의 독약인 양 낙인찍지만,
사랑의 안무를 유연하게 만드는 건 서로 공유된 것같은 이런 "존재의 습관"이다. 타자가 마치 내 안에녹아든 듯 나의 것이 된다. 서로 뒤섞인 몸은 구분이되지 않는다. - P59

별은 뿌리째 뽑히는 경험이다. 우리가 우리자신의 것으로 유지해왔던 것, 말 그대로 우리 존재에통합되었던 것에서 뿌리째 나와버리는 경험이다. - P61

나의 이름은 울리기를 멈춘다. 내가 그 많은 기쁨과희망으로 발음한 너의 이름은 이제 어떻게 될까? 이젠터지는 웃음소리도, 한숨 소리도 없다. 질문도 없다.
삶은 억양을 잃는다. 삶은 무음이 된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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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그때의 내가 필요로 했던 한 명의 친구를 만난다. 내가 또 다른 사람이되면 지금의 친구를 잃어버리게 될까. 그런 무서움은 말하지 않는다. 잃어버리면 나는 또 다른 사람이 될 테니까. 그런 일은 항상 일어나는 것이니까. 무서워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 P124

여름까지 나는 지옥에 사는 것 같았다. 그간 나를 못살게군 건 단 두 가지뿐이었는데, 그게 하필 내가 끼고 살던 전부였다. 날아간 보증금, 사라진 남자친구.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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