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두는 사람은 판을 읽는다는 말을 한다. - P111

전략 없이 바둑을 두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전략 없이 소설을 써서도 안 된다. 소설을 쓰는 사람은 바둑기사처럼 치밀하고 정교해야 한다. 바둑을 두는 사람에게 바둑판이 하나의 세계인 것처럼 소설을쓰는 사람에게는 소설이 하나의 세계다. 바둑기사가바둑 한 판을 경영하듯 소설가는 ‘소설판‘을 경영하는것이다. - P112

고독을 이길 힘이 없다면 문학을 목표로 할자격이 없다. 세상에 대해, 혹은 모든 집단과조직에 대해 홀로 버틸 대로 버티며 거기에서튕겨 나오는 스파크를 글로 환원해야 한다. - P114

소설 쓰기는 전혀 고상한 일이 아니다.
우리의 삶이 고상하지 않기 때문에소설 또한 고상하지 않다. - P115

숲과 성만 써서는 안 된다. 강을 건너는 이야기도 써야 한다. - P118

구체가 소설의 핵심이다. 거 - P121

어떤 빛나는 감각이나 어떤 심오한 사유도이야기를 통하지 않고는 소설이 되지 않는다. - P123

강물 속으로 몸을 밀어 넣어야 한다. 그리하여물이 당신의 몸속으로 스미게 해야 한다. 그 길밖에 없다. - P122

공간은 인물에게 처소를 제공하고 시간은 인물에게 움직임을 제공한다. 시간이 만물을 움직이게 한다. - P125

허구든 실화든 모든 이야기는 누군가를 통해 서술된 것이다. 앞에서 예를 든 것처럼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말하는 사람이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 P135

그러니까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사건과 함께 그 사건을옮기는 사람의 욕망과 의도도 함께 듣는 셈이다. 이것이 소설이다.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지만, 그러나 누군가에 의해 말해진 이야기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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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요긴한 것을 고르는 안목과 요긴하지 않은 것을 버리는 과감함이 요청되는 것이다. - P108

철학자 질 들뢰즈의 성찰에 의하면, 사물들은 본래적인 성격을 따로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무엇과 배치되느냐에 따라 그 의미와 뜻이 정의된다. - P109

스토리와 플롯에 대한 잘 알려진 명제가 있다. 스토리는 사건이 일어난 순서에 따라 단순하게 늘어놓는 것이다. 플롯은 사건들을 일어난 순서에 따라서가아니라 인과관계라든지 전달의 효과라든지 하는 다른기준에 따라 엮어내는 것이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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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은 존중받지 못했을 때 불편함을 느껴요." 상담사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나는 오래도록 내가 존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깊이 믿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그 믿음의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 내게는 상담 치료의 과정이었다. - P193

‘나를 부드럽고 사랑스럽게 대해주자. 작가가 되기 전, 어느 수도원에서 봉사자로 지내면서 나는 그렇게 썼다. - P197

나는 은희가 부모의 무관심과 오빠의 폭행 ‘때문에‘ 성장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사회에는 상처를 미화하는 문화가있다. 어떤 영웅 서사처럼 상처받은 사람이 그 상처를 ‘극복‘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 P198

몇 달이 지나고 ‘나‘의 가족이 독일을 떠나게 되었을 때, ‘나‘
는 마지막으로 만난 투이에게 말한다. "아무것도 몰랐던 거,
미안해"라고. - P205

‘죽이지 마라. 아이들은 죽이지 마라. 전쟁에도 룰이 있는거다.‘ 이런 식으로 교육을 했으면 그렇게 막무가내로 죽이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내가 받은 교육은 이 새끼들도 크면 다 베트콩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애비가 베트콩이면 자식도 베트콩이다. 왜 다 베트콩이 된다고 생각했을까. 우리야말로 베트남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러 간 건데, 우리는 도대체왜 그들을 죽였습니까." - P209

한국의 근현대사는 여전히 쓰이는 중이다. 국가 폭력과 폭력의 희생자들은 충분히 기억되지 못한 채 쉽게 잊혀왔다. 폭력은 망각과 왜곡에 의해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가해자들에게는 여지를 주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에게는 무력감과 차별을안기는 방식으로. - P213

기억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이자 해석의 문제이기도 하다.
프리모 레비는 자신의 글을 통해 ‘유대인 사망자 육백만 명‘이라는 숫자 아래 가려진 개개인의 삶과 존엄을 인식하게 했다.
그의 글은 모든 포로에게 같은 죄수복을 입히고 머리카락을잘라 모두를 몰개성한 물질적 대상으로 전락시킨 SS의 수법에대한 저항이었다. - P219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은 이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고자한 시도는 어쩌면 그 의도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었는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는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들에게 냉혹하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동정‘해줄 수는 있지만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들으려고는 하지 않는다. 거의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이러한 반응은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일정하게 반복되어왔다. - P231

지나간 일은 잊고 ‘빨리빨리‘ 미래를 향해나아가자는 태도, 참사를 국가나 도시의 ‘체면‘ ‘이미지‘ 문제로 인식하고 보이지 않도록 치워버려야 한다‘는 폭력적인 생각 또한 긴 시간 동안 반복되고 있다. - P236

그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참사를 유가족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그곳에 고통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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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더라도,
힘들더라도 대답해주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처음에는 윤곽도 잘 보이지 않던 그림들이 윤곽을 형성해가고, 선이 분명해지고, 선명한 부분이 점차 확대되어가고, 제 몸에 맞는 색깔이 칠해지고, 그리하여 하나의 큰 그림, 소설이 완성된다. - P91

하나의 궁금증이 해결되는 순간다른 궁금증이 생기도록 하는 것.
궁금증의 지속적인 생산이 중요하다. - P95

플롯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긴장감이다.
긴장감은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듣도록(읽도록) 하는힘이다. 긴장이 없으면 듣지(읽지 않는다. 들어도 건성으로 듣는다. - P97

소설 쓰기는 ‘기르기‘보다 ‘만들기‘ 쪽이다.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하는‘ 것이다. - P104

그럴듯하지 않은 참이 아니라 그럴듯한 거짓이어야 한다. 그럴듯하지 않은 참은 소설의 흐름에 어울리지 않거나 소설의 흐름을 방해한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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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도를 만드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 설계도를만드는 데 들이는 시간이 소설을 쓰는 데 들이는 시간보다 더 많아야 한다. 말하자면, 소설을 다 써놓고 소설을 써야 한다. - P82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 - P83

치밀하고 섬세할수록 좋다. 코가 엉성한 그물에는 작은 고기가 걸리지 않는다. 축소는 하되 생략해서는 안 된다. - P83

질문들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왜? 어떻게? 한 질문에 대답하고 나면 다른 질문이 기다렸다는 듯 곧장튀어나온다. 튀어나오는 질문들을 소홀하게 다루어서는 안 된다. 질문을 멈추는 순간 대답이 멈추고, 대답이 멈추는 순간 소설도 멈추기 때문이다. 귀찮더라도,
힘들더라도 대답해주어야 한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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