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참 이전에 나는 세상의 사랑과 기쁨도 인간의 아픔과슬픔처럼 노래하는 시인이다. 나는 대여섯 가지의 예술장르들을 섭렵하면서 그중 글쓰기로서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들은 다 하고 있다. - P186

어느덧 이제 나는 부모형제 일가친척 하나 없는 완전한고아가 되었다. 이제 내 곁에는 정말 아무도 없다. - P188

사랑을 한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게 아닌 줄 알면서도사람들은 다시금 사랑에 빠진다. 어리석어서가 아니고 두렵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짐승이 자신의 불행과 맞서 싸우는 가장 현명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 P190

본시 인간은 그처럼 자신이 자신의 안개이자 늪이니까. - P191

나는 ‘인간‘을 의심하였기에 작가가 되었다. 인간을 신뢰했더라면 문학이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세상을 사랑했다면 돈을 벌었을 것이고 인간과 세상을 연민했다면 종교인이었을 것이다. 이러니 나는 내 어둠에 불만이 없다. - P196

"한 작가의 문학은 그 작가가 죽고 나서의 일이다." - P199

죽고 나서의 일은 시체들에게 물어보라. 흙먼지에게 물어보라. 재에게 가서 물어보라. 예술도 사람의일이다. 의지가, 사라지지 않을 권리를 만든다. - P2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교실에서 그림책은 책장 맨 아래 두 칸을 차지하고있다. 그림책은 크기가 제각각이라 정리하기 어렵고, 몇 쪽되지 않아도 무겁기 때문이다. 키가 제일 큰 그림책을 기준으로 선반 높이를 조정했는데도 더 큰 그림책이 자꾸 나타난다. 그렇다고 비스듬히 세워 두면 책도 상하고 공간도 낭비된다. 그럴 때는 책등이 드러나도록 책을 눕혀 꽂아 둔다. - P9

좋은 그림책은 어떤 것일까? 나에게는 뚜렷한 기준이 있다. 어린이를 독자로 삼은 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림을해석하기가 너무 어렵지 않을 것, 내용이 선명할 것, 주인공이 어린이에게 친근한 인물일 것, 어른의 만족이 아니라 어린이의 즐거움을 위할 것. 때로 이 기준에 어긋나면서도 좋은 책을 만나기는 하지만 마지막 조건만큼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림책은 어린이의 것이기 때문이다. - P11

새 학년이 시작될 무렵이면 독서교실 어린이들과 ‘예언하는 글‘을 써 본다. 올해 학교생활에서 일어났으면 하는 일을자기 암시 형식으로 적는 것이다. 평소에 ‘소원‘이라고 하면
"우리 가족 모두 오래 살기" "세계 평화 같은 추상적인 내용이나 "돈이 엄청 많은 과학자 겸 농구 선수 겸 유튜버 되기"
처럼 거창한 장래 희망을 쓰는 어린이들도 이 주제로 글을쓸 때는 태도가 달라진다. - P17

글쓰기 시간에 3학년 어린이들과 선거용 문구를 만들어보았다. 지우의 제안에서 시작된 작업이었다. - P25

팬데믹 이후 사회생활이 단절된 어린이들에게, 미디어를통해 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긍정적인 답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 P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정을 폭발시키는 데 재능이 있는 것 같아."
잠시 뒤 나는 히데오에게 전화를 걸어 합격 사실을 알렸고, 히 - P153

"아 근데, 저번에 너랑 같이 있던 애 있잖아. 개 일본인이었다가 귀화했다며?" - P153

히데오는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때려주고 싶었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결말이자 자기가 <따귀 게임>의 불량소년 역에지원하게 된 중요한 단서임을 전하려는 것 같았다. - P155

마침내 환한 빛이 어둑한 소극장 가득 번쩍여서 저절로 눈이감겼을 때, 눈꺼풀 안쪽에 박힌 빛의 파편이 망막을 파고들었을때, 나는 머리 위로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그려 보였다. 그리고 환한 빛 속에서 히데오를 만났는데, 그 사람은 히데오가 아닌 히데오, 언젠가 히데오가 내게 말해준 또다른 히데오였다. - P160

내가 그렇게 말하자 영도는 화들짝 놀라서 외쳤다.
"여자 감독들이야 피해의식에 찌들었으니까 페미 영화 같은 걸만들지." - P162

"그럼 넌 이제 비밀이 없어?"
히데오는 또 한번 웃음을 터뜨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새로 생긴 비밀이 아주 많지." - P165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시간과 타인이라는 두 겹의 필터가 화자에게 덧씌워져 있다고 생각했다. - P168

한 사람에게로 다다르는 가장 쉬운 길은 이름일 것이다. 누군가를 무어라 이르는 일, 혹은 무엇이라 부르기로 마음먹는 일은그에게 가까워지기 위한 첫걸음이자 이해의 출발점이 된다. - P1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약 내가 오로지 선하거나 오로지 악했다면 나는 방황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지켜보게 되는 나는 악하다가도선해졌고 선하다가도 악해졌다. 심지어는 선하면서 동시에악했고 악하면서 동시에 선했다. 이게 문제였다. - P179

필경 그는 자신의 모순을 몰랐거나 모른 척했을 게다. 하지만 그 자와는 달리 이제 내게 모순은 모순일 뿐이었다. 모순은 인간과 인간에 대한 모든 것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어려운 수수께끼인 나 자신에 대한 해답이 되었던 것이다. - P180

다만 모순(矛盾)은 모순이 그저 모순이아니라 내 창과 방패(盾)라는 것을 믿는 내 시의 아름답고무서운 무장(武)이 될 것이다. - P181

몽골군대는 항복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총공세로 함락해전 주민을 몰살하고 온 도시를 파괴했다. 특히 도서관은반드시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고 한다. 그들이 야만의 궁극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은 기록을 말살당한인간은 인간 이하가 되고 만다는 진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적을 짐승으로 전락시켰던 것이다. - P18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나는 내가 만약에 나고야에서 살았으면 어땠을 것 같아?"
"나고야에서 살았어도………… 지금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넌 거기서도 비밀을 갖고 있겠지." - P162

"환한데 그냥 예쁘게 보여!"
"잠깐 반짝거리기만 해!"
"아주 환해!" - P1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