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만을 따돌린 채로나는 걷잡을 수 없이 자라는 중이겠지. - P43

그렇지만 뜨고 싶지 않은 눈을 뜬 날에도키스를 받고 싶다. - P44

한 개의 눈을 미리 뜨고약간의 사람이 되는 건 옳지 않은 일. - P45

누구니, 라고 묻는다면나야, 라고 대답할 것. - P53

도로에서 죽은 사람의 하얀 자세가오랫동안 차에 밟히고또 오랫동안 비를 맞는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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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이 글을 죽기 살기로 읽어주세요 - P7

베란다에서는 종종 커다란 우산을 펼쳐놓고 그 안에들어가 있었다. 숨을 곳이 필요했지만, 숨을 곳이 없었다. 눈을 떴다 감을 때까지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했다. 몸에는 긴장감이 하염없이 흘렀다. - P16

끝없는 혼잣말이었던 소리가 언제부터 노래가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 P22

엄마는 세 차례에 걸친 자신의 재생산 경험을 ‘생각없는 20대 엄마‘들의 문제로 간단하게 치부해버렸다.
무척 치사한 대답이었다. - P27

그렇게 집안에서 나를 아주 미친년으로 만들어버린 거야. 내 체면은 먹칠이 되고, 치료도 더 못 받고...... 엄마한테 배신감을 많이 느꼈지. 그다음엔 그냥 대학교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어. 어떻게든 혼자 헤쳐나가보려고. - P37

산에 가지 못하게 된 엄마는 답답했는지 어느 날부터 안방 장롱 속에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 P41

가부장제와 남아선호사상에 물든 대가족 집안에서태어난 우리 엄마 김경형의 ‘미친년 인생‘은 엄마 탓이 아니다. 엄마 탓은 아니지만 엄마가 미친년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 잔혹한 굴레 속에서 나 또한 미친년으로 자라났다. 그나마 나는 내 이야기를 세상에 꺼낼 수있는 미친년이라 다행이다. 하지만 나뿐 아니라 엄마의 미친년 역사도 무척 소중하기에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 - P51

책은 우리집의 일부였고 쓰레기였고, 동시에돈이었다. 무기였고 가구였고 희망이었다. - P60

엄마 아빠는 한 번도 보러 오지 않았고 초대한 적도 없다. 엄마와 아빠가 인터넷을 통해 내 활동을외울 정도로 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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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무서우리만치 냉혹하고크며, 다양한 주파수를 지니고 있다. 이슬람과 그리스도 신앙전통의 이상은 고귀하고, 아름답고, 평화롭고, 지극히 거룩하다. 그러나 그 전통에서 살아 숨 쉰 신앙인이 만든 현실은 이상과 동떨어져 온전하지 못하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면 신앙인이 해야 할 일이 의외로 단순 명백하다.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 - P17

1979년 12월 24일 소련이 친소 공산정권을 수호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증파하면서 시작된 이른바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현대 세계에 알카에다, IS, 탈레반이라는 괴물을 낳았다. 미국은 소련에 대항하는 반소 무자헤딘(지하드 전사)을 지원했고, 무신론자 소련과 싸우기 위해 전 세계 무슬림전사들이 참전했다. 오사마 빈라덴은 아프가니스탄 밖의 무슬림을 모아 전사로 투입하는 사업을 진행했고, 1988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알카에다를 조직했다. 미국은 무자헤딘에게 지대공 스팅어 미사일을 제공해 소련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 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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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도터의 불치병이 하나 있는데, 어머니가 겪는 불행의 원인을 자신과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존재가 어머니 삶에 행복을 더했다는 확신을 갖기 어려워한다는 자존감의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자신의 ‘남은생‘을 어머니로부터 독립한 개인으로 생각하기 어렵게 한다. - P138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가장 기억할 만한 케미는 모든 등장인물과 빛이 맺는 관계에 있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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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빈티지 엽서를 모으는 취미가 있대요. 그분 말이에요. 외국 사람들은 누가 누구한테 썼는지도 모를 엽서들을 사고팔고 하거든요. 저도 외국 갔을 때 본 적은 있는데 사고 싶은 마음은 안생기더라고요. 괜히 께름칙하기도 하고. - P170

모른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그녀는 힘껏추측했고 유추했고 상상력을 발휘했다. - P175

그는 고개를 살짝 들었지만 그녀를 바라보진 않았다. 그의 시선은 테이블 모서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알게 될지도 모를 어떤 감정들이 그의 얼굴을, 표정을 낯설게만들고 있었다. 그녀는 그 말 뒤편의 말들, 그러니까 그가 질문 뒤에 감추고 있는 진짜 질문들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 P177

그러곤 엽서를 내려다보며 문장을 읽었다. 아니, 읽는 척했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삶을 살게 된 건 사소한 용기가 부족했기때문이에요. 그걸 알아야 해요. - P180

소설 쓰는 일은 내 삶과 타인의 삶 사이에 반투명한 종이를 겹쳐놓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타인의 삶은 내가 모르는 것이어서 힘껏 상상해야 겨우 짐작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속엔 내가 살아보지 못했던 삶과 한 번쯤 살아보고 싶었던 삶, 한때갈망했던 삶과 단 한 번도 그려보지 못했던 삶이 모두 있다.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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