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내가 올 곳인가………?"
RE입가에 미소의 형태를 만들며 그는 고개를 떨군다. 얼음으로 뒤덮여 가는 몸은 점점 무거워진다. 그러나 차가운 냉기가그 무게조차 마비시킨다. 공백과 같은 무감각이 묘하게 달콤하다. - P157

"저거, 간다가와 근처네. 강에 무슨 일 있나?"
이 사람에게는 안 보이는 것이다. 중요한 게 보이지 않는다.
콰당, 의자 다리가 내는 소리가 들렸다. - P185

우리를 태우고 미미즈의 몸은 상승했다. 올려다보니 그 끝은 저녁 하늘을 향해 거대한 소용돌이를 천천히 그리기 시작했다. - P197

귓가에서, 낮게 바람이 불고 있다.
졸졸 흐르는 작은 물소리가 바람 소리에 섞여 있다.
번뜩 눈을 떴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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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관점을 소설 쓰기에도 적용해본다. 진실을 존중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쓰면, 정성스러운 거짓말이어야 할 소설이 그저 개소리가 되어버린다고. 그리고 소설에서 진실을 존중하는 강력한 방법 중 하나가 사실성, 혹은 개연성, 핍진성을 추구하는 것이라고본다. - P110

‘원리는 모르겠지만 과거의 나와 소통할수 있는 휴대폰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는 식의 설정을 잘 견디지 못한다. 너무 편협한가. - P114

세상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직업 분야가 점점 더세분화, 전문화되어서 리얼리즘 소설 쓰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생각도 한다. 문학의 힘이 약해진데에는 그런 요인도 있지 않을까 싶다. 소설이 현실 세계의 깊은 구석을 잘 살피지 못하게 되면서,
전문 직업인 필자들의 에세이가 주목받게 된 것 같기도 하다. - P116

한때 나는 작가가 그런 질문에 답하면 안 된다고믿었다. 작가의 임무는 책 발간으로 끝나는 것이며,
작품의 해석은 독자의 몫이라는 생각이었다. 사실 지금도 어느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작가가 살아있는 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에게 작품 주제가 뭐냐고 묻는다. - P122

그러니 설령 내가 인터뷰에서 ‘이 작품의 주제는이겁니다‘라고 한 말을 보더라도, 독자들께서는 그런 얘기에 신경 쓰지 마시고 책을 읽어주시면 좋겠다. 작가의 의도 같은 게 그렇게 중요한가? 독자의의지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 ‘다툼 중 저자의 의도가 아닌 것은?‘ 같은 문제를 출제해야 하고 풀어야하는 한국 중고교 국어 교육 현장도 슬프고 불행하다. - P126

당시 내가 소셜 미디어에서 기대했던 것은 크게 정보와 홍보였다. 내가 바랐던 정보들은 이러하다. 세상돌아가는 분위기, 다른 사람들의 생각, 신문이나 책에서 접하지 못하는 숨은 고수의 통찰, 다른 작가들의생활. 한데 그런 기대는 소셜 미디어 활동을 하면서빠른 속도로 사그라들었다. - P132

‘소셜(Social)‘이라는 단어를 메리엄-웹스터 사전에서 찾으면 세 가지 뜻풀이가 나온다. 첫 번째는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하거나 즐거운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활동과 관련된(relating to orinvolving activities in which people spendtime talking to each other or doingenjoy ‘le things with each other)"이다. 두번째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는(liking to bewith and talk to people, happy to be withpeople opposite)"이다. 세 번째 뜻이 "일반적으로 사람이나 사회에 관련된(relating to peopleor society in general)"이다. - P140

그런데 정작 내 이름이 외국인들한테는 제일 어렵다.
Chang Kang-myoung…………. 오 마이 갓. 하이픈 포함해서 열여섯 자나 된다. 그리고 이걸 단번에 읽는외국인은 국적을 막론하고 여태껏 본 적이 없다. 사실한국 사람들도 힘들어한다. 흑. - P150

개인 차원이 아니라 업계 차원에서 두 분야가 맺은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다. 세상에는 미술 작품에서 영감을 받는 소설가도 있고(예를 들어 도스토옙스키), 문학 작품에서 악상을 얻는 음악가도 있다(예를들어 슈베르트). 그러나 영화계와 소설계의 거리는 그보다 훨씬 더 가깝고 끈끈하다. - P158

대신 영화는 드라마보다 플롯이나 설정, 세트, 미술이 훨씬 더 정교해야 한단다. ‘이거 가짜다‘라는 생각이 한번 머리에 떠오르면 관객이 다시 화면에 집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에. - P168

계간 『대산문화』2020년 가을호에는 한수산 작가의 에세이 「군함도가 울고 있다 우리의 역사 왜곡3:언제까지 ‘죽창가‘를 불러야 하나」가 실렸다. 군함도강제 징용이라는 비극을 기억하고 알리는 데 있어서한국 측의 역사 왜곡도 있음을 아프게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27년의 치열한 취재를 통해 소설 『군함도』를펴낸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용기 있는 글이었다. 그런글을 더 많이 보고 싶다. - P180

"음………… (더듬더듬) 네덜란드에서도 문학 행사는 이렇게 지루한가요?"
"오우, 문학 행사인데 당연하죠. 그런데 이렇게 길게 하진 않아요." - P186

"저 이번 책 쓰다가 아주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안써져서."
이런 말은 다른 소설가 앞에서밖에 못 한다. 독자앞에서 하면 허세 부리는 것 같고, 편집자 앞에서 하면 응석 부리는 것 같다. - P188

작가들에게는 자신이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오해하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름을 얻은 작가들도 다르지 않았다. 책이 많이 팔리는 작가는 그 때문에 편견이 생겨서 문학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었고 반대인 경우는 문단의 상업주의 탓에 형편없는 작품이 대중의 인기를 업고 후하게 평가되고 있다고 불만이었다. - P194

나쁜 평가는 좋은 평가와 일대일로 상쇄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렇게 생겨먹었다. 인간이 그렇게 진화했다. 내게 우호적인 사람들보다 나를 공격하려는 사람들에 주의를 기울이는 게 안전에 훨씬 더 중요하니까. - P206

유리 거울이 발명되기 전에 살았던 사람들은 자기생김새에 대해 얼마나 확신이 있었을까? 고작 흔들리는 물이나 금속 조각에 비친 불완전한 모습인데. 나는자아상에 관한 한 우리가 여전히 고대인과 다를 바 없는 처지 아닐까 생각한다. 인터넷이 전에 없던 방식으로 우리의 모습을 비춰주기는 하지만, 정확한 거울은분명 아니다. - P210

하루키라고 예지 능력이 있진 않았을 테고, 밥벌이를 못하면 궁핍해진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규칙을 모르지도 않았을 터. 그는 "먼 북소리"를 들으며 떠났다. 아득히 먼 데서 들려오는 가냘픈 소리였다고 그는썼다. 그리고 돌아올 때는 완전히 다른 작가가 되어있었다. - P222

사실 한국에서 어느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거 되게 놀라운 얘기인데 다음 장에………….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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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 사랑받았을까요? 누구를 사랑했을까요? 어떤 일로 누군가 그분에게 감사를 표한 적이 있었을까요?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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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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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하고 서정적인 클래식의 힘과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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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친구 중에 화가가 된 이가 있다. 오랜 친구가 대부분 그렇듯, 자주 보는 사이는 아니지만 몇 년에 한번쯤 만나는 가늘고 긴 인연을 어쨌든 이어오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중간쯤 되는 무료하던 시절, 우리는 때때로 각자 읽을거리를 들고 만나 해가 뉘엿뉘엿저물 때까지 책을 보다 돌아오곤 했다. 읽을거리 중에는 가끔 『뉴턴』도 있었다. 진홍색 테두리의 과학 월간지. 그 안에는 허블 우주망원경이 보내온 신비로운 성운과 은하의 사진이 잡지의 두 쪽, 때로는 네 쪽에 펼쳐져 있었다. 태양계 저멀리 타이탄이라는 곳에도 험준한 계곡과 바다가 있다고 했다. - P14

"내가 여기 점을 몇 개 찍었죠?"
"한 개요."
맨 앞에 앉은 학생에게 똑같이 물었다.
"두 개요." - P18

오늘 내가 할 일은, 애써서 받은 그 ‘연구 면허‘가별무소용인 종잇장이 되지 않도록 연구자로서 할 일을 다 하는 것뿐이다. 평가하고 평가받는, 누구나와같은 그 삶 속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뿐이다.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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