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게 되는 그 순간에아름다움이 만들어지는 것이겠지 - P27

그새 비가 쏟아져서 사람들은 내릴 수 없다고 하네 - P29

그래도 키스는 해줄 수 없다고돌아가는 길에 잠시 생각했습니다 - P31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이유가 ‘누군가’가 되기 위함이 아니라 살다 보니 ‘나’라는존재가 된 것처럼 허락된 날까지 나를 찾아가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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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누군가‘가 되기 위함이 아니라살다 보니 ‘나‘라는 존재가 된 것처럼허락된 날까지나를 찾아가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 것.

주인공의 꿈은 이 크고 넓은 세상에서 나 자신만이라도 온전히 알고 죽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인류가 그래왔듯자신 또한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소멸해갈 것을 안다. 그럼에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나를 더 잘 알기 위해 글을 쓴다. - P8

동화작가였던 할아버지는 언제나 2층 다락에서 글을 썼다.
다락은 사방이 책으로 뒤덮여 있었는데 바닥에도 어른 무릎에 닿을 만한 높이까지 책이 쌓여 있었다. 종유석 밑, 자라나는 석순처럼. - P24

"그림은 안 돼. 배고파. 차라리 글을 쓰렴." - P27

길의 끝은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여행에서 돌아온 자는 아직 없다두려워 말라젊은이여그 길은 너의 것이다" - P30

"너 그러다가 진짜 죽어."
그러다가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스무 살 언저리. 나는 대학 시절 가죽보다 청테이프 지분이 더 많았던 동아리방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워댔다. 담배 연기가눈에 들어갈 때면 마스카라로 정성스레 칠해 올린 속눈썹을 찡그리며. - P49

아이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보다 더 나쁜말은 없다는 아동 전문가의 단호한 음성이 뇌리에 스쳤기 때문이다. 자존감, 자기효능감 같은 것은 사소한 집안일을 성공하면서 생기는 거라고. 아이의 사소한 집안일 때문에 겨우청소한 주방은 엉망이 되었지만. - P54

까울 거라 생각했다. 별 기대 없이, 그를 기다렸다. 그가 평소입던 파란색 파카 대신 감색 블레이저를 입고, 눈이 무릎 위로 쌓인 겨울에 작정하고 구했을 빨간 장미를 내밀기 전까지는 그 약속을 데이트라고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 P65

"오늘은 마취 선생님이 안 오시는 요일이에요. 무통주사는 못 맞습니다."
경상북도, 바닷가 동네. 나는 출산일을 그 지역에 단 한 명뿐인 마취과 의사의 출근 요일에 맞추지 못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무통 주사는 못 맞을 거라 예상했다. 그 대신 촉진제를 맞았다. - P69

한참이 지나, 나는 소창을 정련하는 행위가 글을 쓰는과 다르지 않았음을 느낀다. 기저귀에 배출을 멈춘 아기와나. 이제 우리 가족은 내가 글로 상처와 눈물을 닦듯이 그때만들어놓은 소창으로 식탁의 얼룩을 닦는다. 어떤 얼룩도 푹삶으면 다시 하얘지는 소창 행주로. - P78

해가 아직 중천인데 바람이 유난히 찼다. 그런데 바람을피할 곳이 없었다. 그래서 그 섬에는 길고양이도 살지 않는모양이었다. - P105

"큰일이라니? 고양이가 산다니까?"
나는 완벽해 보이는 이 인공섬에 나 말고도 외면받는 존재가 산다는 것에 대한 기쁨으로 들떠 있었다. - P109

전업주부가 어린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다는 행위에는 아직도 딱지가 붙는다. 업무태만, 아니 ‘엄마태만‘ 같은. 나는부정적인 주위 시선에 무너지지 않으려고, 나를 위해 처음시작한 이 공부를 취미로 끝내지 않으려고 눈만 마주치면 아이들을 붙들고 ‘꿈‘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다 컸는데 왜 아직도 꿈이 있어?"
수업을 갈 때마다 헤어지기 싫어 울어대던 첫째가 물었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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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잊고 살곤 한다. 앞으로도 내 인생에 수많은 ‘첫’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내가 누군가의 ‘첫‘이 될수 있음도. 그 뒤로 나는 동해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났다. 몇몇의 친구들과는 정해진 수순처럼 연락이 끊겼다.
그래도 더 많은 친구들이 남아 있다. - P108

"얼마죠....…???
ME그렇게 예상에도 없던 50만 원의 지출을 한 뒤 저녁에동생과 울면서 술을 퍼먹었고, 장미색 비강진이 나은 날나는 다시 만성 위염의 길로 들어섰다. - P125

"지현아. 이건 깨끗한 거야. 사람들 다 소주잔에 따라마시잖아?? - P130

"혹시 오일간 행사 가능하실까요?"
나는 재빠르게 통장 잔고를 확인한 뒤, 답을 보냈다.
"가능합니다." - P140

"보시다시피 카페 아르바이트요!"
"아니, 맨날 노트북으로 뭐 하던데?"
"그냥 메신저 하는 거예요??
이곳에서 그동안 쓴 소설들을 수정했고, 첫 책을 냈다.
그래서인지 어떤 때는 바다보다도 이 카페가 더 그립다.
카페는 우리 자매가 공유할 수 있는 담벼락 중 하나로 남아서, 우리는 아직도 이 카페에서의 나날들을 이야기하며 자주 웃는다. - P149

"젊음이 지나가는 게 왜 이렇게 힘드냐!"
우리는 패딩을 덮고 누울 때처럼 깔깔 웃었다. 이번 여름 여행은 바다가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고, 그러나 여름휴가엔 역시 바다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 P170

그리고 곧장 뒤집혀서 버둥댔다. 일어나려고 했지만 파도가 계속해서 밀려왔고 앞이 안 보이는 상태로 어떻게든 보드를 잡아 해변으로 올라왔다. 갑자기 참을 수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웃으면서 나는 바다에 떠 있는서퍼들을 보았다. 모든 게 파도를 잡는 이 순간, 걷잡을수 없는 속도가 붙는 이 한순간을 위한 것이구나. - P177

어디선가 본 글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 아내가 죽은 뒤모든 물건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거의 대부분의 것들을버릴 수 있었는데, 함께 휴가 가서 쓴 튜브만은 버릴 수가 없었다고. 바다에서 열심히 불었던 그 튜브 안에 아내의 숨결이 들어 있을 생각을 하니 그게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었다는, 그런 이야기. - P183

동생과 집에 돌아와서 튜브의 바람을 뺄 때면 자꾸 바랑 빠지는 입구에 서로 얼굴을 갖다 댔다. 우리는 웃으면서 이게 여름의 냄새라고 했다. 여름의 냄새는 고무 바람으로 각인되었다. - P189

"이거…… 앞으로 언니 소설에 나올 장면이지?" - P205

누군가 내게, 옛날에 태어났으면 너는 이야기꾼 불러다가 이야기를 듣느라 재산을 탕진했을 거야, 라고 한 적이있다. 나는 그 얘기를 은선에게 똑같이 돌려준다. - P228

그 뒤 대본을 받고 첫 문장을 읽었는데, ‘아니, 연고도없이 동해에 내려와서 사는 자매가 있다고요?"라고 적혀 있어서 동생과 한참을 웃었다. 동해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방송에 나가다니. 동해에 사는 것이 이제는 너무나일상에 불과했음에도, 그런 순간이면 문득문득 특별하게느껴졌다. - P247

동해 생활이 끝났다.
조금 눈물이 날 뻔했는데, 동생이 베개를 들고 내 방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아우, 혼자 누워 있으니까 적적하네?"
"그치, 그치. 어서 와."
나는 벽 쪽으로 붙어서 자리를 마련했다. 싱글 침대는비좁았지만 우리는 한쪽 다리씩 곁고 누워서 각자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한 시절이 끝나도 그 시절을 함께한사람은 그대로라서 다행이었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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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주 뒤. 기타 선생님의 다리가 부러졌고, 수업은 폐강되었다…………. 취미 생활의 끝자락에 우리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화선지 1000장이었다. 그것뿐이었다………. - P91

"그럼 저희도 해야 하나요???
"그럼. 우리 다음 주면 한 바퀴 다 도니까 다다음 주에준비해 오면 되겠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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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시에는 현실이 없군요현실에는 당신이 없는데요 - P14

눈을 다 뜨면 너무 많은 것들이 보이니까 - P16

너는 그런 걸 어떻게 다 기억하니(다날아가고 눈 코 입만남은 사진 그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날들의 기억) - P18

그가 떠나고 힘활짝 열린 창을 보면서도새는 아무것도 찾지 않았다 - P21

기쁨은 이렇게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도 찾아온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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