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쿠사에 가고, 오다이바에서 도라에몽이랑 사진도 찍고, 하코네 온천도 가자.
-그래, 그래.

규호와 내가 처음 만난 곳은 지금은 망하고 없는 이태원의 한 클럽.

탁음이 섞인 저음의 목소리. 귀여운 덧니를 덮고 있는, 왠지 건조해 보이는 입술. 몹시도 친절해 보이는 그 입술을 가만히 두는 건 범죄나 다름없는 것 같았고, 나도 모르게 너에게 키스를 해버리고 말았지. 눈빛만큼이나 따뜻했던 너의 혀와 두둑하게 살진 내 혀가 포개지는게 느껴졌고, 그렇게 사랑이 시작됐으면 좋겠지만, 실은 사랑의 사자도 시작되지 않은 상태. 나는 단지 미쳐 있을 뿐이었지. 너에게? 아니. 너무 많이 마셔버린 술에, 음악에, 정신없이 깜빡이는 조명에, 당장이라도 죽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답답한 공기에,
다른 무엇도 아닌 나 자신의 불행에

-그만 웃어요.
-미안해요. 근데 정말 여기까지 왜 온 거예요?
-제발 잊어달라고 하니까 더 못 잊겠던데요?
-아.... 어제는 정말 죄송했어요. 커피라도 사드릴게요. 뭐 드실래요?
-커피는 아까 마셨고, 이거 받으세요.

그렇게 질색할 필요는 없잖아요. 방금 전까지 홍대에서 술을 마셨는데 한참 모자라서요. 해는 자꾸만 뜨려고 하고 술 생각은 계속 나는데, 여기 오고 싶더라고요. 여기가 술 하나는 세게 잘 말잖아요?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세번째 법칙을 지켰다. 비록 성공적이지는 못했지만.
규호는 조용히 빼고 해도 돼?라고 반말로 물었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규호가 쑥스러운 듯 말했다.
-미안해요. 끼고 하면 자꾸 죽어서.
-(그거 발기부전 환자들의 흔한 변명이라던데.) 괜찮아요. 제가 할까요?
-그건 좀・・・・・・ 제가 잘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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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하자센터를 오기 위해서 타고다닌 60번 좌석버스는 김포공항을 지나 강서구를 통과해 영등포까지 이어지는 노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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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내가 냉동 블루베리를 맛있게 먹는 걸 본 이후로 재희는 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벌크 사이즈의 미국산 냉동 블루베리를 사다 냉동실에 넣어놓곤 했다. 나는 보답처럼 재희가 좋아하는 말보로 레드를 사서 냉동실 블루베리의 옆자리에 올려놓았다. 재희는 새 담배를 꺼내 피울 때마다 입술이 시원해서 좋다고 했다.

─아니요, 광어라고 부르겠습니다. 속이 다 보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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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으며 지금까지 먼 길을 온 것만으로도 나는 감사한다.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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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하지 않는 사람에게 있는 만회하려는 마음이 만족한 사람에게 있을 리 없다. 자기만족에 빠진 사람은 쓰기를 멈추거나 더 큰 만족, 명예, 즉 보상을 바라며 쓴다. 쓰던 대로 쓰거나 함부로 쓴다. 그래서 위험하다.

영감이란 약삭빠른 작가들이 예술적으로 추앙받기 위해 하는 나쁜 말이라고 꼬집은 사람은 움베르토 에코이다.

꿈은 텍스트이다. 해석을 기다리는 것이 텍스트의 운명이다. 모든 텍스트는 그 처지가 꿈과 같다. 해석가의 입장이나 시각, 심지어 이해관계에 따라 텍스트가 요동친다. 나쁜 것도 좋은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해몽가의 입이다. 해몽이 있기전까지 꿈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인지할것. 꿈은 내가 꾸어도 그 꿈의 실현이 나의 뜻과 무관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것. 삶의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을 인정할 것.

두 사람은 물리적으로 같은 장소에 있지만 실제로는 다른 곳에 접속해 있다. 같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있다. 같은 공간에 마주앉아 있지만 다른 사이트에 접속하여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채팅을 하고 있다.

모든 개혁은 근본적으로 강요된 것이다. 강요는 항상 외부에서 온다. 코로나19 상황은 사람의 모든 삶에 대한 개혁을 요구했다. 우리는 이제까지와 다른 삶을 주문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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