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쿠사에 가고, 오다이바에서 도라에몽이랑 사진도 찍고, 하코네 온천도 가자.
-그래, 그래.

규호와 내가 처음 만난 곳은 지금은 망하고 없는 이태원의 한 클럽.

탁음이 섞인 저음의 목소리. 귀여운 덧니를 덮고 있는, 왠지 건조해 보이는 입술. 몹시도 친절해 보이는 그 입술을 가만히 두는 건 범죄나 다름없는 것 같았고, 나도 모르게 너에게 키스를 해버리고 말았지. 눈빛만큼이나 따뜻했던 너의 혀와 두둑하게 살진 내 혀가 포개지는게 느껴졌고, 그렇게 사랑이 시작됐으면 좋겠지만, 실은 사랑의 사자도 시작되지 않은 상태. 나는 단지 미쳐 있을 뿐이었지. 너에게? 아니. 너무 많이 마셔버린 술에, 음악에, 정신없이 깜빡이는 조명에, 당장이라도 죽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답답한 공기에,
다른 무엇도 아닌 나 자신의 불행에

-그만 웃어요.
-미안해요. 근데 정말 여기까지 왜 온 거예요?
-제발 잊어달라고 하니까 더 못 잊겠던데요?
-아.... 어제는 정말 죄송했어요. 커피라도 사드릴게요. 뭐 드실래요?
-커피는 아까 마셨고, 이거 받으세요.

그렇게 질색할 필요는 없잖아요. 방금 전까지 홍대에서 술을 마셨는데 한참 모자라서요. 해는 자꾸만 뜨려고 하고 술 생각은 계속 나는데, 여기 오고 싶더라고요. 여기가 술 하나는 세게 잘 말잖아요?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세번째 법칙을 지켰다. 비록 성공적이지는 못했지만.
규호는 조용히 빼고 해도 돼?라고 반말로 물었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규호가 쑥스러운 듯 말했다.
-미안해요. 끼고 하면 자꾸 죽어서.
-(그거 발기부전 환자들의 흔한 변명이라던데.) 괜찮아요. 제가 할까요?
-그건 좀・・・・・・ 제가 잘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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