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구속되고 속박된 채 정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족쇄를 거부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사유와 운동의 절대적 자유를 주는 것이다. - P41

여기서 우리는 자리가 지속적인 헌신, 소속과 동의어임을 알수 있다. 자리는 장소만큼이나 시간과 관계를 맺는다. 자리는 자기와의 관계인 동시에 타인과의 관계이기도 하며, 그리하여 강제적이고 구속적일 수 있다. 이따금 견딜 수 없어지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 P43

"그녀는 나를 보고는 말했다. 아마, 넌 곧 빠져나가게 되겠지.
날이 갈수록 굳어 가는 생각. 그것은 무엇엔가 도달해야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곳에서 빠져나가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 P45

"우리는 뿌리를 내리고 자신을 위한 땅과 나라를 만들기 위해노력한다. 우리의 육신이 그저 흘러가는 계절보다 더 가치 있고 오래 지속되도록 "54 - P51

"백인의 세상에서 흑인은 일종의 항성으로, 움직이지 않는기등으로 기능해 왔다. 그러므로 흑인이 자기 자리에서 벗어나면 백인으로서는 하늘과 땅의 기틀부터 흔들리는 셈이다." - P58

다시 말해, 모든 자리 옮김은
"공간의 시련"인 것이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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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렉은 "산다는 것, 그것은 최대한 부딪치지 않으려 애쓰면서하나의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있다. 이따금 충돌은 가혹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 P12

"사람들은 자신을 보호하고, 스스로 벽을 쌓는다. 문은 가로막고 갈라놓는다. (...)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스며들 듯 건너갈 수없고, (...) 비밀번호가 필요하며, 문턱을 넘어야 하고, 식별표지를보여줘야만 하며, 죄수가 외부와 소통하듯 해야만 한다." - P13

환대하고 돌보는 것은 누군가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는 또 하나의방법이다. - P16

운동하는 삶의 격렬함과 충동, 강렬함을 잃어버린다는미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팽이와 같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거나 아주 조금만 이동하는 움직임을 만들어야 할까? 우리는 이처럼소용돌이치는 에너지의 불안정한 균형 속에서 자기만의 공간에대한 열망과 운동의 생명력을 결합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 P21

우리는 어떤 논리에 따라 공간과 삶을 점유하게 될까? 한곳에자리를 차지하는 것들은 무슨 예기치 못한 사건과 우연으로 거기있게 되었을까?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사물들, 우리 삶에 머무는 사람들은 모두 결국에는 어느 정도 우연에 의해 그곳에 있게 된 게아닐까? - P25

그 정도로 자리가 미리 규정되어 있을 때, 내 실존의 그림이가장 세세한 윤곽까지 미리 그려져 있을 때, 나를 가시화하기 위해할 수 있는 일은 부재밖에 없다. 나와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저항하고 자신의 힘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다른 자리를 요청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자신을 지워 버리거나 사라지는 것이 최후의 방편인 것이다. - P34

자유는 찢겨져 나오는 일이며, 선재하는 것의 파괴를 통삭하므로한 해방이다. 짐 없는 인간의 개운함을 누리기 위해서는 관계의 끈을 희생하는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작가 미하엘 페리에는 『바다저편의 회고록」에서 이러한 인물을 묘사한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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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소리가 점점 커진다. 다림은 슬쩍 미소 짓지만 걸음을 멈추지는 않는다. 정원은 짐을 받아 오토바이에 놓고 뒤에 다림을 태운다. 바람 때문인지 빛 때문인지 다림은 연신 눈을 찌푸린다. 정원은 그녀에게 좋아하는 남자가 있는지묻는다. 대답은, "없어요." - P144

예전에 봤던 때보다 사회생활 경험이 쌓인, 십수 년간 여러방송국에서 여러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볼꼴 못 볼꼴을 본 나는 그사이 방송국 PD라는 직업을 가진 ‘일부‘ 남자들이 젊고 예쁘고 재능 있는 여자 작가를 대하는 어떤 방식에 대해 쌓인 불만이 많았다. 동현의 방식이든 동현의 선배의 방식이든 넌덜머리가 나서 <접속>에 대해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 P147

어떤 페르소나: (주인공이 아닌) 보호자의 위치에서 - P153

윤가은 감독의 영화에서 장혜진 배우가 연기하는 엄마는크든 작든 주인공이 경험하는 어려움과 떼놓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이것이 가정 내에서 어른과 아이가 맺는 관계의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아이가 겪는 어려움은 유전적으로든 환경적으로든 어른이 만들어낸 자장 안에 있다. - P153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선 듯한 세계에서 방랑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종교에서든 설화에서든 언제나 강을 비롯한물길로 이야기되어 왔다는 점을 떠올려보라. 충분히 떠돈뒤에야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 P170

요약 영상 자체도 이제는 롱폼이라서, 마치 구두점 몇 개로 작품을 설명하는 것 같은 숏폼 영상도 흔히 볼 수 있다.
책 내용을 백 마디로 설명하는 것보다 읽고 오열하는 영상을 일종의 ‘인증‘으로 올린 숏폼 영상이 틱톡에서 인기를 끌면서 <리틀 라이프>가 역주행 베스트셀러가 된 일은2020년대 중반의 인상적인 풍경이다. 요약 영상은 그 자체로 콘텐츠 본편을 대체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본편에 시간과 돈을 들일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 P179

설명적 대사와 지시적 자막은 영상을 보는 사람을 게으르게 만든다. 우리는 영상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말을 듣고 자막을 읽는다. 다른 말로 하면 대사가 줄어들고 자막이 없으면 ‘어렵다‘ ‘이해가 안 된다‘ ‘복잡하다‘고 느낀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대사가 없는 장면은 건너뛰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까지 발전한다고 한다." 장면을 읽어내려고 노력하는 데서 피로감을 느낀다는 뜻이기도 하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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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사랑을 베풀고 마음을 썼던 사람.
하지만 무엇보다 무한하고 온전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었던 사람. - P85

가난한 친구의 투병을 내 가난 속에서 지켜보며 서로의 가난과 고통을 이야기했어야 한 걸까. 아니면 친구와 멀리 떨어져 죽도록 일하고, 그가 조금이라도 편안한투병생활을 할 수 있게 돈을 보내는 것이 맞았던 걸까. - P94

내년에 나는 언니와 같은 나이인 서른여덟이 된다.
후년에는 언니보다 한 살 더 나이를 먹는다.
언니보다 언니가 된다. - P99

"모르겠어, 머리가 멍해서………… 나 호구병 걸렸나봐." - P118

긴 이야기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이슬 - P123

나는 감정적이지 못한 사람이구나.
나는 몸과 분리되어 있구나.
무언가를 열망하는 게 무척 어색한 사람이구나.
겁이 나는구나.
겁이 많아지니 그 누구도 믿질 못하는구나.
그럼에도 끝없이 외롭구나. - P149

그들이 욕망하는 것이 나 자신이 아니라 ‘젊은 여성‘이라는 것을 자주 느꼈다. 가끔은 누군가의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게 재미있었고 신기했다. 하지만 젊은 여성에게는 어떻게 해도 ‘권위‘라는 게 생기질 않았다. 내가 원한 것은 힘인데, 권위인데, 존엄성이었는데. - P157

고양이 오줌 냄새는 너무 강해서 어떻게 해도완전히 사라지지 않네요.
벌써부터 이 차와 이별할 수 있을지 무서워요.
이 차는 제 차가 아니라 언니 차이기 때문이에요. - P168

그 한 문장 한 문장에 기대 내 생명을 조금씩 조금씩연장해왔다. 하지만 이것들 없이도 살 수 있어야 했다.
살아가야만 했다. 버린 편지들 사이로 10년 전쯤의 연인이었던 I의 엽서가 눈에 띄었다. - P175

이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수많은 말을 쏟아내면서. 그래도 혹시 나중에 누군가가 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니면 갑자기이 모든 게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을 살아간다. 38년 차 여성으로서, 새벽 2시를.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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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의 주요 공간인 헬스장과 카페에는 거울이 있거나 타인의 시선이 있어 어디서라도 그들은 비춰진다. 순수함, 친절함, 알게 모르게 두 사람 사이로 틈입한 선의는 제외하고 오직 결혼한여자와 한 남자가 앉아 있는 모습만이. 공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타인에 대한 예의"보다 타인에 대한 오해가 앞선다. 해석이필요한 일에 적극적인 설명이 필요해지며 해석과 설명 사이는 선의와 오해처럼 멀어 보인다. - P187

이상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일상을 지키고 싶은 마음 사이. 그래서 이 해석할 수 없는 엽서는 버릴 수 없다. ‘빈티지 엽서라는, 수신자와 발신자, 타인과 연결된 얇고 납작한 사물이 바로그 점을 상징하는 것만 같기에. - P188

바로 같은 날, 그들 중 두 명이예루살렘에서 60스타디온 떨어진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그 마을의 이름은 엠마오이다.
-누가복음 24장 13절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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