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때 내가 좀 이상했구나.
사람이 아닌 미역이었구나.
고갈된 것이 체력이거나 사회성이거나 집중력이거나하여간 바닥을 드러낸 채로 꾸역꾸역 계속하고 있었구나.
저 같은 사람들은 멈추는 방법을 몰라서계속하곤 합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벽시계도 들켜본 사람이니까요.
벽시계에 비하면 목탁은 얼마나가방 속에 하나쯤은 들어 있을 법한 물건인가요.

수평 자세로 가마 누워 보는 세상

그리고 때로는 그렇게 옆에서 찾아주는 정확함께 자벽처럼 관통당하기도 합니다. 한번은 제가 당시 같이 쓰로젝트를 진행중이던, 아주 하는 짓마다 주변에 민폐를부터 얄밉기 그지없는 모 계열사 팀장에 대해 투덜거리는 걸 한참 들던 박태하가 불쑥 질문을 던졌어요. - P43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는 데에 요즘 꽤나 큰 기여를하는 목탁을 선우씨가 보고 싶다고 하셔서 지금 저도, 목탁도 조금 흥분한 상태입니다. - P45

몇 달을, 특히 여름을 번아웃 상태로 통과하면서 번아웃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번아웃이 일 효율을 깡그리 앗아가는 통에 한 번 붙든 일이 끝나질 않아 마음놓고놀거나 쉴 시간까지 사라지는 게 가장 문제라는 걸 알게되었어요. 휴식과 저 사이에 연결되어 있는 다리마저 불태워 없애버리는 게 번아웃이더군요. - P63

축구장에는 경기를 하러든 보러든 더 자주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더 많은 오타를 발견해내고 더 많은 실수를 웃어넘기기를, 그래서 저에게 보내는 편지에 적어주기를 바랍니다. 그러는 사이 혼비씨는 분명 휴식계의 대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거예요.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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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라데팡스와 달리 낭테르 아망디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퍼포먼스가 시작됐고 거대한 스크린앞에서 또는 안에서 브뤼노 라투르는 SF영화를 방불케 하는 강연을 펼쳤지만 나와 친구가 깨달은 것은 자막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 P81

그러므로 잠은 곧 해방이 될 수 있습니다. - P82

그 영화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체력과 시간을잃었다는 것만 알게 됩니다. 정말이지 여러분이 이 영화를 보는 동안엔 졸아도 됩니다. - P85

『혁명과 모더니즘』은 20세기 초 러시아의 시인과이론가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평론집이라고 할 수 있지만 분석적이기보다 아름답고, 객관적이라기보다 편파적이다. - P91

그는 세상에서 세 가지를 좋아했지.
저녁의 찬송, 흰 공작들,
그리고 낡은 미국 지도.
좋아하지 않았던 것은아이가 우는 것, 딸기를 넣은 차,
그리고 여자의 히스테리.
"그런데 나는 그의 아내였었네.
- 「그는 좋아했지………」 전문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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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행이 붙었으므로 집에 돌아가선 안 된다오늘은 그런 설정으로 밖을 헤맨다 - P64

그러나 집에 돌아가서는 안 된다 - P65

"하지만 꿈이 너무 안 좋았어"
이제는 창밖의 우주처럼 어둡고 쓸쓸한 얼굴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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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야말로 기진맥진, 파김치 귀신이 되어아현역에 내린 것은 그로부터 두 시간이나 지난 뒤였다. - P32

"귀신이 왜 나오는 자리에만 계속 나오는지 알것 같아요." - P32

"잘 지내고요. 소멸되기 전에 한번 봐요.‘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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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자라고 여행을 거듭하는 동안 얼이는 계속 사랑에 빠졌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담벼락에 붙어 있는 도마뱀도, 줄을 지어가는 개미도, 동네를 산책하거나 잠이 든 강아지나 고양이도. 나중에 얼이 카메라를열어보면 우리가 걸어온 길에 있던 모든 숨탄것이 거기 있었다. - P121

끝이 없는 것은 여행이라 부르지 않는다.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끝내 떠나는 우리처럼. 언젠가는 헤어질 것을 알면서도 다시 사랑한다. 기어이 그러고야 만다. - P124

기차 여행을 앞두고 작은 백팩을 하나 샀다. 얼이 가방이었다. 흙바닥에서 굴러도 크게 표가 나지 않을 베이지 색상에 얼이 등에 잘 맞게 크지 않고 가벼웠다. 집에 와서 얼이에게 가방을 선물하며 며칠 후에 떠날 기차 여행에서 필요한짐을 담으라고 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각자 가방 하나씩만메고 떠날 거라고. - P137

평소와 다른 도전을 시도하기에 여행만 한 기회가 없다. 무엇을 넣고 무엇을 빼야 하는지 연습해볼 수 있다. - P141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얼이가 찍은 사진을 함께 보았다. 거기에는 얼이 눈높이에서 바라본 풍경과 그 안에서 숨쉬는 것들, 그리고 우리가 있었다. 덕분에 나는 내 배 언저리가 찍힌 사진을 잔뜩 갖게 되었다. - P144

셔터가 열렸다 닫히는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흔들린사진도 많지만 얼이의 시선을 보는 일은 때로 경이롭고 종종재미있고 대개 아름답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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