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내게 숨이었다 - 한 모금의 환상이 불러온 이야기
이명희 지음 / 낮은산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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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 닿을 수 있을지도 모를 나를 향한 한 번의 휴식과 백번의 이완. 한 모금이 이토록 귀한 해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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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내게 숨이었다 - 한 모금의 환상이 불러온 이야기
이명희 지음 / 낮은산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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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 정원의 식물을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이내 실망스러웠지만,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식물을 연약하고 수동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건 식물이란 생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며, 그렇다면 그 기관은 애초에 식물로부터 어떠한 혜택도 기대할 자격이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입니다. - P9

괭이밥은 땅속줄기를 옆으로 퍼뜨려 영역을 넓히기 때문에도시 틈새 환경에서도 잘 살아간다. - P18

다는 말이다. 유럽 시골 마을에서 오래 관리되지 않은 라일락 나무를 본다면 그곳에 지난 세대의 보금자리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 P23

가을에 장미와 벚꽃을 마주해 놀랐다는 충격만큼, 키보드로지구에게 미안하다고 쓰는 걱정만큼, 과연 우리는 지구에 살고있는 인간 외 다른 생물종을 위해 쏟아낸 말들에 버금가는 행동을 하고 있을까. 실상 말과 행동이 같지 않다면, 우리가 어떤 기념일마다 지구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은 시혜적인 자기만족일 뿐이다. - P34

인류는 자연을 그 자체로 바라보지 않고 늘 의미를 부여해왔다. 약용식물을 연구하던 16세기에는 인류에게 처음 발견된 미지의 식물을 불사초라고 여겼으며,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는 식물에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아 꽃말을 전파했다. 수선화의 ‘자존심‘, 아네모네의 ‘배신‘과 같은 의미는 모두 그리스 신화로부터 탄생했다. 문화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추상적이며 간접적인 표현을 좋아한다. 이 시대에는 직접적으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빨간장미 한 송이를 선물하는 행위를 낭만적이라 여긴다. - P47

가을에 노랗게 익는 모과나무 열매는 참외와 비슷하다. ‘나무에 열린 참외‘의 의미로부르던 ‘과‘란 이름이 변형돼 오늘날 모과가 됐다. - P60

식물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일을 하며 나는 식물에 관한 책과그림, 고문헌 그리고 이제는 우표까지 수집하게 됐다. 누군가는내게 무엇하러 많은 수고를 들여 헌 종이를 수집하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러나 북한의 ‘홍당무‘ 우표가 내게 기나긴 당근의 역사를 탐구하도록 만들어주었듯, 이 기록물들은 언제나 내게 소중한 스승과 같은 존재일 것이다. - P77

식물로부터 시작된 색 이름이 있다. 바이올렛(보라색)은 제비꽃속의 라틴어명 비올라 viola로부터 시작됐고 오렌지색은 오렌지나무의 열매 표면색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명명이 존재를 인정하는 의미라면 색 이전에 식물이 먼저 존재했던 것이다. - P85

속성수는 빠르게 자라는 나무를 일컫는다. 우리 산에는 리기다소나무와 아까시나무, 오리나무 등 속성수가 많다. 1960~70년대 황폐한 우리 땅을 하루빨리 푸르게 만들어야 했고, 그렇게 심어진 나무가 이제는 아름드리나무로 커버렸다. - P89

이들은 자라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특별한 관리 없이가끔씩만 전정해주면 원하는 모습 그대로 있어준다. 무생물과 같은 생물. 인간은 느리게 자라는 나무를 숲에서 가져와 살아 있는장식물로 이용한다. - P90

생장 속도에 따라 종의 우열을 가릴 필요가 없다. 그저 나무라는 생물 각자 자라는 속도가 다를 뿐이다. 생각해보면 인간 또한 모두 살아가는 속도가 다른데, 나무라고 다를 게 있을까 싶다. - P91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는 전나무는 잎끝이 뾰족하다. 강원 오대산 월정사,
전북 부안 내소사, 경기 광릉의 전나무 숲이 3대 전나무 숲길로 꼽힌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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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이야기 내가 해드릴까요? - P245

"맞다. 요즘 치매 노인들 고용하는 식당 있는 거 알지? 주문을틀리는 요리점? 그런 책도 있잖아. - P251

"매니저님, 제 사진 찍은거 아녜요?"
하루카가 언제나처럼 공손하게 말했다. 지금 표정이 너무 좋아서 찍었다고 민지가 말하자 하루카가 말했다.
"저 오늘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죄송합니다." - P254

"슬기롭고 평화로운 비건 생활 같은 건 그냥 이데아야. 하지만우리는 그걸 믿는 시늉을 하면서 그 일을 해야 하지." - P259

"입이 있다고 해서 모두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는 게 아니라는걸 민지씨도 알잖아. 하고 싶은 말 못 해서 민지씨도 아프고, 나도아파. 나라고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살까? 혐오 발언도 금지, 차별도 금지인 이 시대에 혐오와 차별을 역으로 활용하겠다는 게 문제가 될까? 법과 제도가 엉망진창인 나라에서 그걸 활용하는 게 문제가 될까? 어디 가서 이런 말 못 하지." - P259

"알고리즘이 나 사랑하나봐, 이랬던 거야?" - P260

월급사실주의라는 이름은 다분히 1950~1960년대 영국의 싱크대 사실주의 Kitchen sink realism를 의식했다. 지난해 동인 참여를제안하면서 작가분들께 미리 말씀드린 문제의식과 규칙은 있다.
문제의식은 ‘평범한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사실적으로 그리는 한국소설이 드물다. - P262

2022년 비정규직 노동자는 815만 명을 넘었다. 이제 한국인 절반가량은 본인이 비정규직이거나 가족이 비정규직으로, 이것은2020년대 한국사회 불평등의 핵심 중 하나다. 그런데 나는 2000년대 들어 그렇게 비정규직이 늘어나던 시기, 한국 노동시장이 둘로쪼개지던 때에, 그 실태나 증가세를 사실적으로 알리고 비판한 작품으로 한국소설보다는 드라마나 웹툰이 먼저 떠오른다. 백수나시간강사가 등장하는 소설들을 놓고 노동시장 이원화를 지적한거라고 주장하고픈 마음은 안 든다. - P265

아름다운 노래가 재난을 당한 이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고 그것은 예술의 힘이다. 때로는 찢어지는 비명이 다가오는 재난을 경고할 수 있고 그것 역시 예술의 힘이다. 위로의 노래가 필요한 순간이 있고 사이렌이 필요한 순간도 있다. - P266

치열하게 쓰겠습니다.
2023년 9월장강명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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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병균이 식사할 때는 휴가를 갔다가 식사 끝나면 잽싸게 돌아오나봐요?" - P157

혜린은 통역하는 기술을 배웠잖아요. - P214

지금 이 순간은 남을까. 사라질까. - P217

화면 속 나는 건조하고 색깔 없는 표정이었다. 모건은 정지된내 표정에 내레이션을 입혔다. - P216

이 표정이 바로 지금, 한국 젊은이들의 대표적인 모습이라고 하겠습니다. - P216

숨을 작게 뱉었다. 원본의 시간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스쳐지나감과 아무것도 아니라서 없어져버릴 것들이 주는 안도감에대해 나는 생각했다. 물론 그것이 스쳐지나갈지, 머릿속에 쳐둔그물에 단단히 붙잡히게 될지, 지금의 우리는 알 수 없다. - P218

"어떤 음식 좋아해요?"
햄버거, 키, 미트볼, 곱창, 포케∙∙∙∙∙∙ 좋아하는 음식이야 있었지만 민지는 대답하는 대신 보이사가 할 말을 기다렸다. - P225

오오! 오늘도 오늘의 일을 즐기면서 하자, 나는 같이 일하는 사99람들이 이런 마음이었으면 좋겠어. - P227

"한 명은 흑인 티오야. 그냥 흑인은 안 되고 아주 잘생긴 흑인."
"잘생긴......?"
민지는 차마 ‘흑인‘이라는 단어를 발음하고 싶지 않아서 얼버무려 물었다.
"의식 있음. 내가 늘 강조하는 거." - P231

"제1세계 흑인 말이야. 제3세계 흑인은 아무래도 세련미가 없잖아. 그런 의미에서 프랑스 흑인이 좋다는 거지. 마허셜라 알리알아? 미국인인데 프랑스 사람 같단 말이지. 그런 애 하나 데려와서 하얀 앞치마 입혀놓으면 매출은 끝이야. 지금 이 시대에는." - P232

"한국 물가 너무 비싸요.‘ - P241

민지는 앙투안에게 돈을 많이 받는 이유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다. 네가 특별한 줄 알지? 흑인이라서 많이 받는 거야. 비건 식당의 ‘의식 있음‘을 위한 액세서리라고. 인종차별이기도 하고, 이바보야. 흑인이라는 이유로 특별 대접을 받는 건데 기분이 좋아? 정말 그래?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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