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 정원의 식물을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이내 실망스러웠지만,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식물을 연약하고 수동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건 식물이란 생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며, 그렇다면 그 기관은 애초에 식물로부터 어떠한 혜택도 기대할 자격이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입니다. - P9

괭이밥은 땅속줄기를 옆으로 퍼뜨려 영역을 넓히기 때문에도시 틈새 환경에서도 잘 살아간다. - P18

다는 말이다. 유럽 시골 마을에서 오래 관리되지 않은 라일락 나무를 본다면 그곳에 지난 세대의 보금자리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 P23

가을에 장미와 벚꽃을 마주해 놀랐다는 충격만큼, 키보드로지구에게 미안하다고 쓰는 걱정만큼, 과연 우리는 지구에 살고있는 인간 외 다른 생물종을 위해 쏟아낸 말들에 버금가는 행동을 하고 있을까. 실상 말과 행동이 같지 않다면, 우리가 어떤 기념일마다 지구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은 시혜적인 자기만족일 뿐이다. - P34

인류는 자연을 그 자체로 바라보지 않고 늘 의미를 부여해왔다. 약용식물을 연구하던 16세기에는 인류에게 처음 발견된 미지의 식물을 불사초라고 여겼으며,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는 식물에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아 꽃말을 전파했다. 수선화의 ‘자존심‘, 아네모네의 ‘배신‘과 같은 의미는 모두 그리스 신화로부터 탄생했다. 문화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추상적이며 간접적인 표현을 좋아한다. 이 시대에는 직접적으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빨간장미 한 송이를 선물하는 행위를 낭만적이라 여긴다. - P47

가을에 노랗게 익는 모과나무 열매는 참외와 비슷하다. ‘나무에 열린 참외‘의 의미로부르던 ‘과‘란 이름이 변형돼 오늘날 모과가 됐다. - P60

식물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일을 하며 나는 식물에 관한 책과그림, 고문헌 그리고 이제는 우표까지 수집하게 됐다. 누군가는내게 무엇하러 많은 수고를 들여 헌 종이를 수집하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러나 북한의 ‘홍당무‘ 우표가 내게 기나긴 당근의 역사를 탐구하도록 만들어주었듯, 이 기록물들은 언제나 내게 소중한 스승과 같은 존재일 것이다. - P77

식물로부터 시작된 색 이름이 있다. 바이올렛(보라색)은 제비꽃속의 라틴어명 비올라 viola로부터 시작됐고 오렌지색은 오렌지나무의 열매 표면색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명명이 존재를 인정하는 의미라면 색 이전에 식물이 먼저 존재했던 것이다. - P85

속성수는 빠르게 자라는 나무를 일컫는다. 우리 산에는 리기다소나무와 아까시나무, 오리나무 등 속성수가 많다. 1960~70년대 황폐한 우리 땅을 하루빨리 푸르게 만들어야 했고, 그렇게 심어진 나무가 이제는 아름드리나무로 커버렸다. - P89

이들은 자라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특별한 관리 없이가끔씩만 전정해주면 원하는 모습 그대로 있어준다. 무생물과 같은 생물. 인간은 느리게 자라는 나무를 숲에서 가져와 살아 있는장식물로 이용한다. - P90

생장 속도에 따라 종의 우열을 가릴 필요가 없다. 그저 나무라는 생물 각자 자라는 속도가 다를 뿐이다. 생각해보면 인간 또한 모두 살아가는 속도가 다른데, 나무라고 다를 게 있을까 싶다. - P91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는 전나무는 잎끝이 뾰족하다. 강원 오대산 월정사,
전북 부안 내소사, 경기 광릉의 전나무 숲이 3대 전나무 숲길로 꼽힌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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