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짧게 날지도 않는다. 산만하고 무질서하게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없다. 날것 그대로의 희고 따뜻한 알을 발견한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정착감이 든다. - P31

내가 마지막으로 팔았던 책은 알베르투의 시집. 알베르투는 시가 자신이 혼자 있는 방식이라고 했지. 수십 개의 필명을 가졌던 시인. 그는 자신을 타이르다가 그렇게 많은 사람이 되었을까. - P32

시인이 관심을 보인다, 인사만 할 거면서. - P35

한 사람이 서 있다나를 보며 웃는 사람을 오늘 처음 본다 - P36

따뜻하고 이국적인 음식을 나눠 먹으면우리는 더 먼 나라로 여행하는 기분이 들 테지 - P36

아까 그 노래 제목은미아 퍼 셈프레너는 영원히 나의 것그런 뜻입니다 - P38

그곳에서 그는 재킷 없는 음반을 다루듯조심스럽게 프라이팬을 닦을 것 같다 - P39

의자가 많은 식당처럼 적적한 마음에모르는 노래가 부서진다 - P40

피도 지구처럼 일정한 방향으로 돈다몸속의 피는 지구 세 바퀴 넘는 거리의 혈관을 순환한다이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라고 한다 - P42

북극여우도 살지 않는 설원에서 길은 끝나고 심장과 마음을 잇는 선이 사라질 즈음나에게서 가장 멀리 떠나온 거기에서그 극지의 눈보라 속에서 너에게 미래를 부칠 수 있다면 - P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츠제럴드는 루바이야트]를 번역하면서 코웰과 계속편지를 주고받으며 페르시아어 문구를 어떻게 해석할지 상의했다. 이 원고는 코웰과 피츠제럴드를 이어주는 끈이었고, 코웰과 협업으로 탄생한 두 사람 사이의 (적어도 피츠제럴드 입장에서는) 사랑의 결실이었다. - P1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좋은 예술은 공동체를 제 마음과 대면하게 함으로써 의식의 부패를 막는 ‘약‘이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안녕을 위해 김애란의 안녕을 기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 P3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툭-툭툭-투두둑- - P276

지수는 침묵하다 고개 저었다.
-아니야. 여기 물 찰 텐데 계속 비워내야지. - P277

물소리는 며칠 동안 계속됐다. 급기야 더 커진 듯했다. 지수는 종종 자신이 물방울이 되어 어디론가 낙하하는 꿈을 꿨다. - P280

여자의 팔자주름 위로 작은 미소가 어렸다.
카메룬 속담입니다. 내 친구가 알려줬어요. 한글학교 친구입니다. - P286

지수는 교재 한 귀퉁이에 연필로 무의미한 선을 그렸다. 문득 수호를 화장할 때 수호의 어머니가 화구로 들어가는 아들을 보며 "안 돼, 안 돼" 하고 오열한 기억이 났다. 장례 기간내내 끝내 자기 손을 한 번도 잡아주지 않았던 것도. - P288

툭-살아 - P293

그러자 어디선가 방금 전 낙숫물에섞인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마치 누군가 이 집에 일부러 흘리고 간 단어마냥 툭툭. 안 된다고, 그러지 말라고, 부디 살라고 얘기하는 물소리가 지수의 두 뺨 위로 빗방울 같은 눈물이뚝뚝 흘러내렸다. - P294

아니 그래선 안 되는데, 언제나 ‘경제적 인간‘으로만 살아가게되어버린 우리가 이 책에 있다. 그들은 제 이웃을 제 돈과 같이 사랑하거나 그보다 덜 사랑한다. - P299

그걸 김애란은 "언젠가 내가 상대에게 준무언가를, 아니 오랜 시간 상대가 내게 주었다 생각한 무언가를" (86쪽) 빼앗고 또 빼앗기는 기분이라고, 도려내듯 적었다. - P303

물론 파티 참석자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대체로 우리는 나빠서 틀리는 게 아니라 몰라서 틀린다. - P305

이것은 SNS라는 전장에서 펼쳐지는 중산층 내 계급투쟁의 수줍은 ‘현피‘인데, 기태는 전투에선 이겨도 전쟁에선결코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 P307

좋은 예술은 공동체를 제 마음과 대면하게 함으로써 의식의 부패를 막는 ‘약‘이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안녕을 위해 김애란의 안녕을 기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 P313

마지막으로 점점 말과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마치 세상에 아는 말이 그것뿐인 양 가족의 이름만은 이따금 또렷이 발음하시는 아버지께, 딸이 새 책을 내고 신문에 날 때마다 누구보다 기뻐하셨던 아버지께, 이제는 그가 읽을 수 없는 책의 한면을 빌려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 P3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빗방울처럼요?
지수는 그 표현이 좀 어색하게 다가왔지만 순순히 고개를끄덕였다. 며칠째 잠을 설친데다 오늘도 새벽에 겨우 눈을 붙여 몇 시간 못 잔 상태였다. - P263

그러곤 지수 눈에 어린 불신을 의식한 듯 한마디 덧붙였다.
-저 이거 오년했습니다. 걱정 마세요. - P264

지수는 그곳이 어디든 자신이 머물다 떠난 자리가 늘 단정하고 깨끗하길 바랐다. - P269

-확정일자는 자정 이후 효력이 생기는 반면 근저당권 설정은 등기를 접수한 순간 바로 적용돼서요. 아무래도 임대인이 그걸 알고 두 분 입주일에 대출을 받은 것 같습니다. - P269

-세탁물 넣기 전에 주머니 꼭 확인하라고 내가 몇 번을 말해. 그게 그렇게 어려워? 나한테 겨우 그 정도도 못해줘?
그러곤 그대로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 P271

지수는 천장 속 어둠을 응시했다. 십자 철골이 마치 ‘땀 흘리는 십자가, 온몸에 고름이 맺힌 십자가‘처럼 보였다. 준오가지수를 걱정스레 쳐다봤다. - P27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