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말하고 가만히 서서 커피 내리는 것을 지켜봤다. 뜨거운 물이 커피 알갱이를 통과해 드리퍼를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 P31

남자가 내게 책을 건네며 웃었다. 모든 관계는 오해로 시작된다.
다 읽으시면 글방 오시는 길에 돌려주세요.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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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손에 들고 잠든 사람들은 글자에서 올라오는 책 냄새를 들이마시려는 것처럼 보인다. - P103

책을 들고 있는 손가락들은 독서를 하는 사람들마다 모두 다른 형태를 갖게 된다. 손가락들은 책의 내용이나 책을 읽는 사람들의 자아 이미지와 아무 상관이 없는, 정말로 다양한 표정을 만든다. 책을 읽는 사람들의 손가락들은 서로 아무도 못 알아듣는 대화를 나눈다. 그들의제스처 언어는 전철의 밀어가 된다. - P103

책 읽는 사람 옆에서 잠이 드는 사람은 꿈속에서책의 주인공을 만난다. 잠을 잔 사람이 어느 날 우연히 그책을 읽으면 그는 책의 주인공이 잘 아는 사람인 것처럼느껴져 놀란다. - P105

전철에서 읽는 책은 기댈 곳이 없다. 책들은 책상위가 아니라 공중에 떠 있다. 때로 책들은 적당한 고도를 찾지 못해서 엘리베이터처럼 오르락내리락한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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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인형들을 거리낌 없이 빤히 쳐다볼 수있다는 건 다행이었다. 만약 그 인형들이 살아 있는 인간이었다면, 나는 그들을 그렇게 바라보는 일이 무례하다고느꼈을 것이다. - P75

좁은 골목길에서 나는 나를 몰래 지켜보는 여러개의 눈을 느꼈다. 작은 쇼윈도에 나란히 앉아 있는 테디베어 다섯 마리였다. 일본의 테디 베어들과는 달리 이테디 베어들은 호기심, 배고픔, 악의를 망설임 없이 표현하고 있었다. - P77

내 입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단어들은 내 감정과딱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나는 모어에도 내 마음과
‘딱 맞아떨어지는 단어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낯선외국에서 살기 시작할 때까지 그것을 자각하지 못했을 뿐이다. - P83

내 일본 안경은 가게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것이아니다. 기분에 따라 썼다 벗었다 할 수도 없다. 이 안경은눈의 통증에서 생겨나, 내 살이 안경 속으로 자라 들어간것처럼 안경도 살 속으로 자라 들어갔다. - P93

길다의 문에서는 스티커가 매끈거리는 금속 표면에서 떨어져 나오고 싶어하며 펄럭거렸다. - P101

도쿄 사람들은 집이나 도서관이 아니라 언제나 전철에서책을 읽는다. 전철에서는 익명성이 주어지기에 충분한 시간을 누릴 수 있다. - P103

전철에서 책 읽는 사람들에게는 특이한 습관이있다. 그들은 책을 얼굴에 바싹 대고 읽는다. 그래서 책으로 얼굴을 가리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쉽게든다. 책은 읽는 사람들의 얼굴에 두 번째 이름과 호칭을주는 마스크라 할 수 있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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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남루를 벗겨주고 상실감을 달래주는 작가의 자리에 대해, 요즘나는 다시 생각하고 있다.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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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불행, 삶과 죽음, 정신과 육체, 풍요와 빈곤.
『모순의 창작노트 곳곳에는 이런 종류의 복합어들이 아주 많이 발견된다. 흘려 쓴 글씨로 붙박여 있는 그 편린들은 아마도 주제에 관한 내마음의 무늬일 터였다.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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