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창작은 무리하기와 마무리하기다.
잘 쓰지 못할까봐, 인정받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에쓰기를 미루는 나를 채찍질하며에너지를 무리하게 소진하고거기서 오는 불안을 에너지 삼아결국 마무리해 내는 것. - P171

생각이 여기까지 흘러가면 답이 없어진다. 보통은 이러고다시 자버리곤 하는데 더는 미룰 수 없는 ‘오늘은 진짜 써야해‘ 날이니까… 겨우겨우 마음을 다잡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거짓말아니고 진짜 울면서 나왔다 - P175

"야, 그렇게 쓰면 안되는거야?"
"뭐가?"
"아니, 네가 방금 말한 거 쓰라고 하니까 설명적이라서 안된다고 하고, 그럼 저번에 했던 이야기 쓰라고 하니까 너무자기연민이 심하다고 하고. 뭐, 다 안 된다고 하길래. 설명적으로 쓰면 안 되는 거야? 그리고 솔직하게 쓰다 보면 자기연민 드러날 수도 있는 거 아냐?"
"어? 그게 아니라…" - P182

일단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던 나의 소설 E를 열어보는걸로 다시 시작하라고 했다. 그러면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그날 돌아와 E를 열었다. 2020년 11월이었다. 다시 쓰기시작했다. 펼쳤다 덮었다, 아팠다 아프지 않았다 하는 시간이 반복되었다. 2021년 11월, 최종 원고 상태인 E를 출판사의 담당 편집자에게 보낼 수 있었다.
E는 2022년 3월 출간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아프지않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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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 엄마가 내게 했던 것처럼. "만세"나는엄마가 내 옷을 벗길 때 머리 위로 손을 들라는 뜻으로 하던말로 농담을 했다. - P155

"크림 스-프" 나는 조용조용 콩글리시를 발음했다. - P41

"나는 너 낳고 낙태까지 했어. 네가 너무 속을 썩여서!"
엄마는 손에 힘을 빼고 벌떡 일어서더니 방을 나가버렸다. - P115

엄마가 아프다는 걸 자신이 나보다 먼저 알았노라고, 내가 그 소식을 듣게 되는 순간에 반드시 내 옆에 있겠다고 두분에게 약속했노라고. 그리고 이 모든 일이 다 지나갈 때까지자기가 내 옆에 있겠노라고.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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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 스키 그렇계조개들은 번 무덤을 부르다가 잠든다 - P63

아무도 잠들지 못하던 방은눈처럼 떠나갔다 - P55

당신이 오는 계절,
딸기들은 당신의얼굴을 묻고영영 오지 않을 꿈의 입구를그리워하는 계절 - P31

**그런 다음 무얼 하지?
아직 마당엔빛의 연기가 하얀데빛의 향기만이 멈추어 섰는데 - P73

모든 우울한 점성의 별들을 태아 상태로 머물게해요, 얼굴 없는 타락들로 가득 찬 계절이 오고 있어요, 라고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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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는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생각거리들 중 하나이다. 피로는 질투 같고, 거짓말 같고, 두려움 같다. 우리가 애써이러 분수한 것들을 닦아 있다. 그것들처럼 피로는 우리를 땅으로 내려서게 한다. - P20

세 방울의 피. 백색의 삶 위에 떨어진 세 마디 붉은 말.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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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 속에 난 길을 깨뭅니다 오랫동안 입안에는기름의 가을빛이 머뭅니다 - P45

누가 오렌지 화분을 들고 왔어! 장례식에 이토록잔인한 황금빛 우물을? 우리는 항의했다 - P41

당신이 오는 계절,
딸기들은 당신의 품에 얼굴을 묻고영영 오지 않을 꿈의 입구를 그리워하는 계절 - P31

생각해보니 우리 셋은 연인이라는 자연의 고아였던 거예요 울지 못하는 눈동자에 갇힌 눈물이었던거예요 - P13

빛을 돼지 떼처럼 몰면서해는 천천히 어떤 날로 가는구나 - P71

아무도 잠들지 못하던 방은눈처럼 떠나갔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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