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버들 도령을 만나서도움을 받았던 일이 이상하게 느껴졌어.연이에겐 그동안 좋은 일이 하나도 없었거든.그래서 이런 기막힌 일이 닥쳤어도 그래, 그러려니 싶은 거야.
검은 상자를 칸칸이 두드리며 물었다기차 바퀴가 끽끽, 마찰음으로 울었다멈추는 것들은 대개 그렇듯, 슬프거든
순하디순한 전라도 엄마들 말은 말이 아니라 꽃 같았다. 채송화나 봉숭아 같았다. 애기들한테 아가라고 부르면서도 곧잘 높임말 비슷하게 하신가체를 썼다. 뭐뭐 허신가아, 울애기 추우신가, 더우신가. 또 뒷말에 뭐뭐 ‘하소와’라고 했다. 학교 파허고 핑 오소와. 집안일이 바쁘니 학교 끝나면 빨리 오라는 뜻이다. - P209
오메오메, 이것이 먼 일이당가, 손도 차고 뺨도 차네, 얼릉 들어소와, 얼릉 들와. - P210
무슨 일이 일어나서 무서운가? 인생이 무서운 것은 무슨 일이 반드시, 기필코 일어나서인 게라고만 여겼다. 그러나 20년 만에 그곳, 복도가 기린처럼 긴 집에 가보고서 알았다. 20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도 인생이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 P69
나는 죽어도 알 수 없는 타인의 마음 같은 것을 신경쓰면서 초조해하지 않고 내가 결정하면 되는 것들을 생각하는 것. 그것이 죽느냐 사느냐는 아니고 붕어빵이냐 옥수수냐 하는 것이지만. - P53
나는 잠시 후 우리 모두가 울게 될 거라는 걸 알았다. - P40
그 순간이 한 번뿐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 P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