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니 어때요? 아이가 말했다.
어디서 나온 이름이니?
우리 반 여자아이 이름이에요.
네가 좋아하는 아이니?
조금.
좋다. 그럼 보니다. - P99

모든 것에는 때와 장소가 있다, 뭐 그런 거죠? 그가 말했다.
자, 이 커다란 호텔 침대에서 내게 입을 맞출 건가요, 말건가요?
그러고 싶던 참이에요. - P171

네가 수치스럽다. 애디가 말했다. 할 말이 없어. 이 모든게 구역질이 나고 한없이 슬프구나.
저 사람을 만나지 마세요.
그날 밤 애디는 시트로 얼굴을 덮고 창 반대편으로 돌아누워 울었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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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얼마 남지 않은 프랑스 체류 기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그런 것들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내게는 이곳에 뿌리를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조언들이 필요했다. - P25

그후로 몇 주 동안 언니와 나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어학원 수업이 끝나면 지하철역까지 같이 걸어가다가 옆길로 새어 맥주를 마시기도 했고, 주말에는 영화를 보러 가거나 번화가에서 아이쇼핑을 하기도 했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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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거면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지 애당초 왜 상고에 왔느냐고묻는 사람은 우리 중에 아무도 없었다. 공부를 못하거나 대학에가고 싶지 않아서 선택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부모는 교육에대해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 P13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죠. 그러니까 아버지와 저, 두 사람 이름으로 예약했겠죠."
"그럼 두 사람밖에 못 들어가겠네요."
강PD가 말했다. - P73

나는 혼잣말인 양 중얼거렸다.
"꼬마는 무슨 고려 때 무관이야."
한오가 퉁명스럽게 굴었다. 제 말이 끊겨서였다.
"애들 영양제 파는 장군 아니야?" - P11

-성민씨 왔어요.
오대표의 말에 식탁에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누던 세 사람이엉거주춤 일어났다. 한 명은 반백의 쇼트커트 여성이고 나머지는서로 키 차이가 많이 나는 중년남성 둘이었다. 세 사람 모두 혈색이 좋고 얼추 오십대 초반으로 보였다. 오대표가 양쪽을 번갈아보며 말을 이었다. - P99

사수인 대리와 사이가 틀어지면서 윤주는 간단한 심부름이나서류 정리만 하는 굴욕적인 처지에 놓였다. - P21

건물 안으로 바람이새어들고 있었다. 분명 건물 내부로 들어갔는데도 어디 안에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거기서 그녀의 이야기는 끝났다.
그다음은 없었다. 내 귀로는 바람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 P79

내가 물었다.
"끝까지 잔인하시군요.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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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는 영어로 된 책뿐이었고 텔레비전도 없었다. - P21

1민영은 어릴 때부터 나쁜 꿈을 많이 꾸었다. 주로 낭떠러지 같은 데에서 떨어지는 꿈이었다. 엄마는 크는 과정이라며 꿈속에서 낭떠러지에 닿으면 떨어지기 전에 먼저날개를 펴는 상상을 하라고 말해주었다. - P37

"이제 너의 차례야. 너의 가족사진을 나에게 보여줘."
마마두의 말에 나는 곧바로 대꾸했다. "나에게는 가족사진이 없어. 그리고 나는 가족과 함께 살지 않아." 의아한 표정으로 왜 부모와 함께 살지 않느냐고 묻는 마마두에게 나는 둘 다 세상을 떠났다고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 P103

그다음부터는 로언의 기억이었다. 취한 현주는 로언과함께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자신은 이제 그만 퇴장을 해야 하며 그래서 로언과는 가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고 혀 꼬부라진 영어로 주장했다. - P181

그리고 또 뭘 했더라. 몹시 더운 날이었고, 전자레인지 크기의 에어컨은 방에만 있었고, 그 방에서 유일하게승아의 자리라고 할 수 있는 바닥의 담요 위에 엎드려 인터넷에 접속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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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민, 종회에 속기사로 입사한 민이 있었다. 점등식의 핵심 업무는 욱이 아니라 민이 맡았다고 경 혼자 줄기차게 부러워했던 걸 보면 민은 아마도 등과 초를 관리하는 팀에 들어갔을 것이다. 민은 업무 얘기를 하는 대신 경과 현을 보면서, 그래도 둘은같은 팀이어서 좋았겠다. - P315

마당에 햇빛이 반 찼을 무렵 유정은 디엔과 함께 아이들을 깨워오뚜기 미역국라면을 끓여먹었다.
아이들은 어제 휴게소에서 산 신비아파트 스티커북을 펼치고한참을 놀았다. - P272

일 년 전 이맘때 그 산문을 발표한 이후로 유정은 재상이 삼촌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었다. 마지막 통화는 수상 축하 전화였다.
잘했다고, 장하다고, 재상이 삼촌이 말했다. 유정은 감사하다고답했다. - P246

"넌 누구니?"
...
"엄마, 이 애기는 누구야?"
"나 애기 아니야."
옆에 앉은 애가 말한다.
"너 애기 맞거든? 아직 기저귀도 차고 있는 게."
"나 애기 아니야!" - P217

‘아이 문제가 다 제 상처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혹시 저도 센터에 오래 나오면 그렇게 말하게 되는 건가요? - P140

수미는 자신의 재난지원금을 나에게 와서 썼다.
그리고 나는 지금 수미를 만날 수 없다. - P51

어느 날 점심을 먹다가 윤이가 말했다.
"엄마, 어제 서윤이가 고양이 카페에 갔는데, 거기 고양이 중에서…………"
아이는 고양이 얘길 계속하고 싶어했지만 나한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래서, 누구랑 갔대?" - P25

아이를 으스러지게 껴안는다. 볼을 비빈다. 코도 비비고 이마도맞대고 입술에도 뽀뽀, 뽀뽀, 엘리베이터에 타서도 두 손으로 귀를 당기고, 쓰다듬고, 다시 껴안고, 터뜨릴 듯이 끌어당긴다.
"숨막혀, 엄마." - P20

나는 거실 저쪽에서 도란도란 놀고 있는 윤이들을 아득한 마음이 되어 쳐다보곤 했다. 이젠 다 컸어. 그치?
쟤들 어릴 때 우리 얼마나 힘들었어. 지금은 그때보다 낫잖아. 그렇잖아? 잘 놀다가도 툭하면 싸우고, 식탁으로 조르르 달려와서한 명이 한 명을 일러바쳤잖아. - P15

진아씨가 주문한 초기진압 소화용구는 택배 상자에 그대로 담긴 채 내 집에 있다. 소화기를 주문하는 마음과 이제는 소화기가 필요 없어진 마음, 진아씨, 그 사이엔 뭐가 있는지. - P11

"살구꽃이 피면 톡 하겠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채로 고개를 끄덕인다. 기약만 있다면 더 오래도 기다릴 수 있다고, 겨울이 다가온창밖을 보면서 생각하고 생각한다. - P45

"요새 인싸 맘들은 아이를 던지면서 찍는대요."
유정이 카메라 앱을 열며 말했다.
"던져보세요. 애를 던져보세요." - P250

"얼굴 익을 만하니까 헤어지네요." - P308

눈으로 만든 사람」과 「나와 내담자」 「내게 내가 나일 그때는
‘폭력 생존기‘ 3부작이다. 어떤 일이 있었는가. 자신을 충분히 방어할 수 없었고, 일어난 일을 충분히 의미화할 수도 없었던 어린여자아이에게 친족으로부터 성적인 폭력이 가해졌다. 꽤 많은 시간이 흘러 그 여자아이는 딸아이를 키우는 기혼 여성이 된다. 그런데 어느 날 그때의 일이 다시 찾아온다. - P364

여기에 후회가 없을수 없겠으나, 이 후회 속에서 자아는 무한히 높아지고 무한히 넓어진다. 그 깊이와 넓이로 최은미는 폭력을 생존으로, 생존을 구원으로 새롭게 번역한다. 자신을 무너뜨린 허공을 팽팽하게 가르며 찢고 나온 이 구원의 글쓰기만큼 생생하고 활기차고 투명하게아름다운 것을 나는 본 적이 없다. -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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