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마침표 뒤에 나만 볼 수 있는 괄호를 열고 ‘소설 만세’를 집어넣은 뒤 살며시 괄호를 닫곤 했다. 투명해서 나만 읽을 수 있는 그 문장은 중얼중얼 애처로운 주문이 되었다. 나중에는 불가능한 목표를 적어 벽에 붙인 표어 같은 것이 되었고 지금은 불안하여 뭐든지 믿어 보려는 믿음이 되었다 - P10
집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보살핌도 없이 겪어낸 일이기에 더더욱 기적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가족도 없고, 물정도 모르는 이곳, 이 낯선 땅에서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었다. 이곳에서의 삶이란 너무나 불확실하고 결핍된 어떤 것이었다.접기 - P15
우리 사회는 아직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생활할 만한 환경을 갖추지 못했다. - P11
이렇게 혼자 반복하는 말을 ‘반향어‘라고 한다 - P72
나는 천천히 쓰고 있다. 사실과 선택의 집합에서 한 인생을 잘 나타내는 실타래를 밝혀내기 위해 애쓰면서, 조금씩 아버지만의 특별한 모습을 잃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글의 초안이 온통 자리를 차지하고, 생각이 혼자 뛰어다닌다. - P40
나는 매번 개인적이라는 함정에서 빠져나온다.물론 들었던 단어와 문장에 최대한 가깝게 써야 하는 이런 작업에서 글쓰기의 행복이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 P40
우리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사랑을 나누었는지 헤아려보았다. 사랑을 할 때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우리 관계에 보태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동시에 쾌락의 행위와 몸짓이 더해지는 만큼 확실히 우리는 서로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었다. - P17
그 사람이 그럴 만한‘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지금은 그 모든 일들이 다른 여자가 겪은 일인 것처럼 생소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 P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