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혼자가 낫다고 초롱은 생각했다. 양식 없는 사람이 스스로 양식 있다 여기며 양심에 찔려 도와주겠다고 나선 걸 무턱대고붙드느니 혼자가 낫다. - P73

초롱의 소설에 대해 악하다는 표현까지 썼고 거기에는 ‘아‘ 해도 될 것을 ‘악!‘ 하고야 마는 문학의 낯간지러운 과장과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부당한 환기가 맴돌이치고 있었다. 초롱도 그 점을 잘알았지만 그렇다고 상처를 덜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 P75

"초롱은 합평 시간에 상처가 된 말을 쏘아올렸다. 이빨이 천장을오가며 말을 부쉈다. 말의 부스러기가 쏟아져 내렸다. 초롱은새 말을 올려보냈고 말이 부서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말이 바스러지고 말에 붙은 상처가 바스러지고 상처였던말이 덜 상처가 되다가 더는 상처가 아니게 되는 순간을 보았고 어느새 잠이 들었다.
그리고 꿈속에서 서서히 회복되어갔다. - P76

오! 그대여, 말을 아낄지어다.
말을 뱉는 순간, 일관성의 곧은 관성이 독이 되어 뒤통수를칠 터이니. - P82

"이 글 봤어? 좋더라. 이런 걸 자기가 썼을 리 없잖아. 안그래?" - P91

"초롱은 밈이 되어 너도나도초롱에 올라탔다. - P90

"한 명쯤은 있어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를 바탕으로 셀프 고발의 밝혀지지 않은 동기를 상상했다. - P95

그러니 제3의 원은 무엇이었나? 초롱이 「이모님의 불탄 진주 스웨터」를 쓸 때. - P107

그리고 육 개월 뒤에 새로운 사건이 터진다. - P107

‘갈까?‘
수진이 팔뚝을 긁으며 말한다.
"누자미, 누자미."
갓 태어난 얼굴은 말이 서툴다.
얼굴 II가 눈을 깜빡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 P112

‘언제나 말을 예쁘게 굴려야 돼. 항상 말이 동글동글해야 해. 왠지 알아?‘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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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 P54

어떤 말의 종류는 그것을 듣는 사람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 그의 눈이 "가늘어지면서 번들거리는" 것은 그가 당신의 말을 믿지않기 때문이다. 당신이 느낀 게 고통이 아니라 쾌락이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사건의 "세부사항"을 듣기원하고 그것을 포르노그래피처럼 즐긴다. - P59

그럼에도 여전히 이 시 안에는 ‘지금‘과
‘여기‘가 있고, 무엇보다도 내가 있다. 구조가 폭력적일 때 그 구조의 온순한 구성원으로 살아온 사람은 축소해 말해도 결국 ‘구조적 가해자‘일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이 점을 자인하는 부끄러움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으리라. - P61

잠시 울고 서 있을 네 모습을,
이윽고 네가 찾아 헤맬 모든 길들을,
- 가다가 아름답고 슬픈 사람들을 만나면그들의 동냥바가지에 너의 소중한 은화 한 닢도기쁘게 던져 주며마침내 네가 이르게 될 모든 끝의시작을 ! - P66

그런 아이를 보며 시인은 바로그 문장을 적는다. "이상하지 살아 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아름다운 일이란다." 비록 깨어지기 쉬운 아름다움이지만 삶은 아름다운 것이 될 수 있다는 것. 훗날 아이가 자라면 "새로운 눈"을달고 세상에 출근해야 하겠지만, 적어도 지금 아이에게 주어진 삶은 아름답기만 해야 마땅하다는 것. - P69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생의 어느 국면에서문득 최승자의 편지를 받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 - P70

너희들이 그처럼 행복하게 서로를 어루만지는 것은, 애무가 시간을 멈추기 때문이다. - P84

적어도 시에서는 그렇다. 위대하다는시인들의 시를 읽으면서 그들의 답에 놀라본 적이 별로 없다. 그답은 너무 소박하거나 반대로 너무 거창했다. 그러나 누구도 시인들만큼 잘 묻기는 어렵다. 나는 그들로부터 질문하는 법을, 그 자세와 열도와 끈기를 배운다. 그것이 시를 읽는 한 가지 이유다. 인생은 질문하는 만큼만 살아지기 때문이다. - P87

나는 너무 놀라번개같이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해야만 했네 - P92

다시, 이영광의 「사랑의 발명」은 ‘무정한 신 아래에서 인간이인간을 사랑하기 시작한 어떤 순간들의 원형‘을 보여주는 시다.
나는 인간이 신 없이 종교적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를 생각하는 무신론자인데, 나에게 그 무엇보다 종교적인 사건은 한 사람이다른 한 사람의 곁에 있겠다고, 그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무신론자는 신이 없다는 증거를 쥐고 기뻐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염려하는 사람이다. 신이 없기 때문에 그 대신 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의 곁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이세상의 한 인간은 다른 한 인간을 향한 사랑을 발명해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신이 아니라 이 생각을 믿는다. - P97

인간이 아프게 인간적일 때, 자연은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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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들이 인생 명언을 들으셨네요, 벅차오르셨겠어요,
예술은 죽지 않죠, 하며 동의했다. 소봄은 지금 거기 잠들어 있지 않다,라는 건 그냥 죽었다는 정보의 다른 표현 아닌가 생각했지만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국장은 영상의 시대였던 20세기를 거쳐 21세기에는 영상 중에서도 예능물의 시대라고 했다. 방송이며 인터넷이며 이렇듯 예능 콘텐츠가 넘쳐난 적이 없었다며, 그리고 그 말이 회사의 결정을 알리기 위한 포석이었다. - P189

솔직히 아는 사람입니다."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 누군데? 어떻게 아는데?" 정피디가 반색했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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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특히 다음 구절에 밑줄을 쳤다. "그 죽음은 분명 자식에 대한 사랑의 좌절로 인한 것이지만, 일종의 움켜쥠의 결과이기도하다" 이 문장이 나는 어렵다. 엄마는 왜 ‘순간‘할 수밖에 없었다. 좌절 때문이라는 것. 구하지 못했으니까. - P105

연인들에게 묻는다.
우리의 존재를

그런데 그 선물을 풀어서 읽어나가다보면 당황하게 된다. 사랑에 빠진 자의 달콤한 고백을 기대했는데, 뜻밖에도, 결혼적령기에다른 어느 청년에게 달리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라고 충고하는목소리만 내내 들려오기 때문이다. - P77

그는 안다, 혹은 안다고 여긴다. 당신이 무엇을 은밀히 소망했는지를 - P55

외로움이 환해지는순간이 있다

세상만물이 이루는 가족 속에서그대의 자리를 되풀이 알려주며, - P109

언어에 대한 환멸이 심해질 때마다 약을 구하듯 되돌아가는 책들이 몇 권 있다. 최근에 의지하고 있는 것은 손재준 선생이 옮긴릴케 시선집 『두이노의 비가다. 여느 시 번역들과는 달리 ‘성실한 실패작‘이 아니다. - P86

시작을!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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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아래 정차한 그 차에서 누군가 내려 서둘러 나무덱을 밟아 내려오는 것이 나는 눈송이들을 통과해 오는 그 얼굴을 더 정확히 보고 싶은 마음에 발을 들었고 그가 가까이 왔을 때 오래전처럼 또 손을 들어 인사했다. - P178

화려하게 빛나던 크리스마스트리 조명도 꺼졌을 즈음,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아홉살의 내가 하바나 클럽 앞에서 우두커니 맞고 있었던 눈이, 그뒤로 수십번 맞닥뜨렸지만번도 시시하지 않았던 그 작고 특별한 것들이 집에 가야 - P178

소봄씨, 막상 아빠가 돌아가실지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영영 이별이라고 생각하니까 두렵고 화가나지 않았어?"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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