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꾸었던 가장 무서운 꿈은 부모님이 치즈로 변하는 꿈이었습니다. 코 옆에 큼지막한 사마귀가 난 마녀가 배가고프다며 치즈가 된 부모님을 펄펄 끓는 양파 수프에 집어넣어버렸어요. 네모난 치즈 조각들이 살려달라고 이쑤시개 같은팔다리를 버둥거리는 모습이 얼마나 끔찍하던지요. - P9

꿈에서 깨어났을 땐 여전히 밤이었고, 저는 오래도록 실제도 아닌 패륜과 식인에 대한 죄악감에 시달렸습니다. - P11

바로 꿈속의 그 맛입니다.
제가 어떻게 이 맛을 찾아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 P16

저는 그 방안에 둔 채로요. - P19

‘깜박햇서‘ - P25

그리고 한 달이 더 지난 지금, 치즈는 완벽하게 숙성되었습니다. - P31

네. 그것은 정말 잘 숙성된 치즈였던 겁니다. 엄마는 그 방에서 서서히, 치즈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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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벽으로 둘러싸인 청년은 표정만 보면 약간 지쳐서 잠든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몸과 연결된 튜브들이 엄중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고른 숨소리를 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주위에 놓인 여러 대의 생명유지장치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 P5

누워 보내는 생활이 이삼 년 지속된 뒤 서서히 의식 장애가 나타난다. 기억 손실이나 사고 저하가 심해진다. 간헐적으로 의식을 잃다가 마지막에는 의식을 완전히 잃어버린다. 말하자면 식물인간 상태가 되는 것이다. 다만 그 상태도 오래 지속되지 않고, 조만간 뇌기능이 완전히 정지한다. 즉, 죽음에 이른다. - P10

"말하자면 우리 아이가 그레고리우스 증후군에 걸릴 확률은 사분의 일이라는 거지. 바꿔 말하면 사분의 삼 확률로 보통 아이가 태어나는 거고" - P17

"아빠, 나, 언젠가는 다 낫겠지?" 도키오는 자주 미야모토에게 물었다.
"당연하지." 미야모토는 그렇게 대답했다. - P21

발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다쿠미는 그를 돌아보았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 P41

"엄청 얻어맞았네."
"뭐 그렇지." - P55

"솔직히 말하면 약간 기뻤어. 때리거나 맞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으니 그런 걸 동경했거든. 흥분되는 경험이었어." 반짝거리는 눈동자가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 P61

처자의 어머니에게 그 제안을 전하자, 그거면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 P69

그러나 변화는 확실하게 다쿠미를 찾아왔다. 사슬처럼 단단히 연결되어 있던 가족의 마음이 서서히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 P71

‘소문으로 들을 수 있는 게 아냐. 내가 이런 식으로 먹는다는 거아무도 모르니까. 꼴불견이라 남에게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고그런데 너는 알고 있어. 대체 어떻게?" - P85

"기치조지였다는 게 무슨 뜻이야?"
"거기 살았다는 의미야.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 P91

"그게 뭔데? 어려운 말이나 하고 말이야."
"별로 어려운 단어도 아니잖아. 혹시 몰라? 콜레스테롤."
"들은 적은 있어. 전화를 받은 사람이 돈 내는 거잖아."
"그건 콜렉트콜." - P107

처음 읽을 때 다쿠미의 머릿속은 도중에 새하얘지고 말았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읽었지만 글자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들어오는 것을 거부했다. 문맥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해했으면서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 P116

"아들을 믿어줘. 아버지의 꿈을 이루어주는 건 아들밖에 없어." - P138

"그렇게 만나고 싶다면 너 혼자 다녀와. 네 출생에 관해 뭔가 알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잖아. 하지만 나는 별로 알고 싶은게 없어" - P169

정체불명의 감정이 다쿠미의 가슴속에 용솟음쳤다. 마권을 사라고 도키오가 주장했을 때와 똑같았다. 그리고 다쿠미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그 보이지 않는 파도를 거스를 수 없었다. - P170

다쿠미는 도조 준코의 이야기를 복잡한 심경으로 들었다. 그렇다면 스미코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미야모토 집안에 다쿠미의 양육비를 보낸 것이 된다. 그 사실에 경악하면서도 감사 따위는 결코 하지않겠다는 고집이 마음에 벽을 만들었다. - P189

도조 준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 P188

그 말을 듣고 도키오가 다쿠미를 올려다보았다.
"좀 가까이 가는 것도 안 돼? 상대는 환자잖아."
"환자라면 뭐든 용서받을 수 있다는 거냐."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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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계는 나 자체라고도 생각한다. 위험한 생각일까? 하지만 나의 세계를 보여주는 건 나를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 P36

사실 꿈에서조차 나를 구해본 적 없다. - P36

아침에 일기를 쓰는 건 기분에 좋다 - P37

하지만 결코 시 때문에 하루를 구겨뜨리지는 않는다. 오늘 못 쓰면 내일 써도 되니까. 내가 시를 기다리는것 이상으로 시가 나를 기다려준다. 보채지도 않으면서아주 끈기 있게. - P39

사랑하는 것들은 자꾸만 싫어지는데, 혹시 나는
‘싫음‘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요상한 생각이 드는 새벽,
무엇도 아름답다고 느껴지지 않는데, 그러나 그것이 싫지가 않은데, 이 싫지 않음이 또 싫은데…………… - P41

아무렴, 세제 속에도 세계가 있는 것이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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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나인가요?
나는 왜 나를 관두지 못하나요? - P29

지금은 ‘내가 그때와 같이 사랑스럽다니!‘ 하고생각한다. 나는 그만큼 튼튼해졌고 뻔뻔해졌다. - P31

주제넘은 말일지 모르지만, 아무도 인생을 포기하지않았으면 좋겠다. 도저히 포기가 안 됐으면 좋겠다. - P35

뜻 없고 가없는 우울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순간마다 그럴 수 있다. 우울해도 되고 우울하지 않아도된다. 늘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생각한다. 그런 생각은 도움이 된다. 반대로 인생에 별 도움이되지 않을 것 같은 생각도 의외로 도움이 될 수 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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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치료 직후 자해와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경우는 흔했다.
치료가 트라우마를 유발시키느냐고 묻는다면 이마치는 물론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 P239

이마치는 어둠 속에서 말했다.
"당신한테 너무 많은 빚을 졌어."
"당신은 아름다운 여자야."
기석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아름다운 여자를 돕는 사람이고." - P240

"그럴 리가요. 프로그램의 시나리오는 결국 자기 자신이 만드는 거예요. 주로 환자 개개인의 방어기제를 따라가게 되어있죠.‘ - P243

"아이를 집에 두고 출장 가는 길인데, 너무 많이 울고 보채서요. 달래느라 통화가 길어졌어요." - P247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고, 무엇보다 다른 서퍼들이 없으니까요. 전 겨울을 가장 기다려요. 가게는 적자도 뭐, 어차피돈 벌려고 하는 일은 아니니까요." - P254

"그런데 그날 집에 올 때 말이야, 네가 있어서 좋았다. 넌 소리 없는 작은 동물처럼 내 옆에 있었지. 아무 존재도 아닌 것처럼, 마치 내 그림자인 것처럼, 숨만 내쉬며 내 옆에 있었어.
나중에야 깨달았다. 내가 널 의지했다는 걸." - P262

쉬는 시간에 누군가 대기실로 오렌지를 가져다준다. 이마치는 이로 오렌지 껍질을 살짝 물어 흠집을 낸 후 손으로 쓱쓱깐다. 칼 없이 오렌지를 까는 법은 엄마에게서 배웠다고, 그여자가 가르쳐준 것은 그것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쓸쓸한 말이지만, 오렌지는 달고 맛있다. 나도 이마치에게 오렌지 까는법을 배운다. 사방에 상큼한 오렌지향이 진동한다. - P272

모든 영혼에게 이런 특권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신은 편애하는 자다. 이것도 사랑하고 저것도 사랑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닐 것이다. 사랑은 편파적이고 독점적이다. 비논리적이며 불공평한 것이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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