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벽으로 둘러싸인 청년은 표정만 보면 약간 지쳐서 잠든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몸과 연결된 튜브들이 엄중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고른 숨소리를 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주위에 놓인 여러 대의 생명유지장치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 P5

누워 보내는 생활이 이삼 년 지속된 뒤 서서히 의식 장애가 나타난다. 기억 손실이나 사고 저하가 심해진다. 간헐적으로 의식을 잃다가 마지막에는 의식을 완전히 잃어버린다. 말하자면 식물인간 상태가 되는 것이다. 다만 그 상태도 오래 지속되지 않고, 조만간 뇌기능이 완전히 정지한다. 즉, 죽음에 이른다. - P10

"말하자면 우리 아이가 그레고리우스 증후군에 걸릴 확률은 사분의 일이라는 거지. 바꿔 말하면 사분의 삼 확률로 보통 아이가 태어나는 거고" - P17

"아빠, 나, 언젠가는 다 낫겠지?" 도키오는 자주 미야모토에게 물었다.
"당연하지." 미야모토는 그렇게 대답했다. - P21

발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다쿠미는 그를 돌아보았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 P41

"엄청 얻어맞았네."
"뭐 그렇지." - P55

"솔직히 말하면 약간 기뻤어. 때리거나 맞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으니 그런 걸 동경했거든. 흥분되는 경험이었어." 반짝거리는 눈동자가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 P61

처자의 어머니에게 그 제안을 전하자, 그거면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 P69

그러나 변화는 확실하게 다쿠미를 찾아왔다. 사슬처럼 단단히 연결되어 있던 가족의 마음이 서서히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 P71

‘소문으로 들을 수 있는 게 아냐. 내가 이런 식으로 먹는다는 거아무도 모르니까. 꼴불견이라 남에게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고그런데 너는 알고 있어. 대체 어떻게?" - P85

"기치조지였다는 게 무슨 뜻이야?"
"거기 살았다는 의미야.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 P91

"그게 뭔데? 어려운 말이나 하고 말이야."
"별로 어려운 단어도 아니잖아. 혹시 몰라? 콜레스테롤."
"들은 적은 있어. 전화를 받은 사람이 돈 내는 거잖아."
"그건 콜렉트콜." - P107

처음 읽을 때 다쿠미의 머릿속은 도중에 새하얘지고 말았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읽었지만 글자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들어오는 것을 거부했다. 문맥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해했으면서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 P116

"아들을 믿어줘. 아버지의 꿈을 이루어주는 건 아들밖에 없어." - P138

"그렇게 만나고 싶다면 너 혼자 다녀와. 네 출생에 관해 뭔가 알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잖아. 하지만 나는 별로 알고 싶은게 없어" - P169

정체불명의 감정이 다쿠미의 가슴속에 용솟음쳤다. 마권을 사라고 도키오가 주장했을 때와 똑같았다. 그리고 다쿠미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그 보이지 않는 파도를 거스를 수 없었다. - P170

다쿠미는 도조 준코의 이야기를 복잡한 심경으로 들었다. 그렇다면 스미코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미야모토 집안에 다쿠미의 양육비를 보낸 것이 된다. 그 사실에 경악하면서도 감사 따위는 결코 하지않겠다는 고집이 마음에 벽을 만들었다. - P189

도조 준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 P188

그 말을 듣고 도키오가 다쿠미를 올려다보았다.
"좀 가까이 가는 것도 안 돼? 상대는 환자잖아."
"환자라면 뭐든 용서받을 수 있다는 거냐."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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