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그러므로 그 이름을 바벨이라 하니 이는 여호와께서거기서 온 땅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셨음이니라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더라1 - P24
바벨탑 이전에는, 모든 사람이 한 가지 언어를 썼을 뿐 아니라 단어의 의미가 하나였다. 아담이 이름 붙인 대로 사물과이름이 일대일로 대응했고 언어는 명징했다. 바벨의 등장과 함께 그런 명징함은 이제 불가능해졌다. 바로 바벨이라는 단어가 보여주듯이. - P30
그날 무슨 정신으로 수업을 마쳤는지 모르겠습니다. 교실로 돌아가자 노아는 없었고 저는 나머지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을 했습니다. 별일 없지요? 오늘 배우고 연습할 문장은 하필 그거였습니다. 별일 없지요? 아이들은 저를 따라, 정확히는 제 눈치를 보며 문장을 읽었습니다. 교재의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제 손가락이 떨리는 게 보여서 신경이 쓰였어요. 아이들이 볼까 봐서요. - P182
저는 알지 못했어요. 제가 어떻게 알았겠어요? - P191
맹 선생님, 아니 심선생님,저와 바비 하실까요? - P192
"자기."아내 목소리에 나는 조수석을 돌아보았다."약국으로 가 나 아파." - P202
"하우 캔 아이 헬프유?""마이 와이프 이즈 운디드…………… 쉬 허트.""왓 카인드 오브 운즈?""컷. 컷." - P210
나중에 이 얘길 재즈기타로 유학하러 온 친구에게 했더니 비슷한 말을 했다. 우리도 똑같애. 직장인 밴드 기타가젤 비싸. 막 한정판이고, 우리만 몰랐던 인생의 진리는 이런 거였다. 취미로 하는 사람들의 장비가 가장 좋다. 정작전공자들은 돈이 없다. - P212
"왜 나는 안 찍어줘?"아내는 나를 향해 몸을 돌리며 말했다."그 비싼 카메라로." - P223
술꾼들은 적정법의 대가들이다. - P195
, 나는 스스로에게 이것이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는사실을 자주 상기시켜야 한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기인 건 맞지만, 모든 것이 가능한 시기이기도 하다고. - P199
사랑하는 아빠,아빠가 돌아가신 날 밤, 저는 술에 취했습니다. 아빠의 장례식날 밤에도, 그다음 날 밤에도, 이후에도 1년하고 10개월하고 30일동안 매일 밤 취했습니다. - P200
여름아, 반찬이 쉽게 상하는 계절이 되었어 - P132
여름아, 이제 나는 먼 것을 멀리 두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내가 나인 것을 인정하는 사람으로 - P133
오세요, 내 가장 찬란한 어둠 - P137
결말은 필요 없어요협곡을 뛰어넘기 위해 필요한 건 두 다리가 아니에요 - P141
정거장의 마음 같은 건 왜 궁금한지지척과 기척은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을지 - P144
봄밤은 비밀스러운 시간, 겨울 끝과 봄의 시작이 무늬가 다른 고양이들처럼 들락날락하며 고정된 채 흘러가지 않는다. 쉬이 잠들지 못하며 밤의 속삭임들에 귀 밝은 이들은 봄밤의 사연을 받아 쓴다. 백수린 작가의 네 번째 소설집 #봄밤의모든것 은 빛이 비춰지는 풍경, 풍경 속 인물 내면의 표정을 섬세하게 관찰하는 작가의 전작들과 같은 선상에서 독자들의 귀를 두드린다. 고요한 사건들, 찬찬히 더듬지 않으면 볼 수 없을 흉터의 무늬들에 작가가 들이미는 건 현미경이 아닌 돋보기다. 세월의 흔적을, 영원히 물컹할 고통을, 미세하지만 틀림없이 돋아나고 있는 희망의 싹들을 지켜 보는 일. 지연되고 연착되어도 마침내로 가닿는 믿음의 여정. 여전하다. 충분히 기다리고 온전히게 인물을 믿는 작가의 태도가. 상처 하나 없이 기적처럼. 은 생을 살게 하는 거짓말, 백수린이 권하는 또 한 번의 거짓말 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