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이곳에 이상한 남자들이 많아져요. - P17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좀 어렵고 지적인 이야기를 할 때면 허석은 자기의 말에 여운을더하는 시니컬한 표정을 잊지 않고 지어 보인다. 허석과 이야기를나눌수록 나는 점점 더 그가 나와 같은 부류의 인간이라는 생각이든다. - P1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래서였을까.
나는 불현듯 오를레앙에서의 한 시절을 떠올렸다. 프랑스아이들과 말을 든 후에도 투명한 구체에 갇힌 듯, 잘해봐야그들 사이에서 두더지나 청설모같이 아담하고 신기한 동물일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을 누구에게도 티 내지 못했던 고립을 그리고 그로 인한 외로움을 언젠가 도래할 끝을 기다리며 견뎠던 그 시간들을, - P165

자세로 거기 누워 있었다. 각을 잰 듯이 반듯하여 자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으나 잠들지 않았다 해도 쉽사리 말을 걸지못할 긴장이 느껴지는 지나친 반듯함이었다. 그 기묘한 자세는 이듬해 봄까지 희곤이 반복하여 보게 될 모습이었다. - P191

희곤은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조금만 움찔거려도 전동 날이 우재의 얼굴을 찢어버릴 만큼 가까이 붙어 있었다. 비명이 나올 뻔했지만 그랬다가는 끔찍한 상상이현실이 될 것만 같아 희곤은 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았다. - P197

"그날 이후로, 저 친구 눈빛이 없었어.
제정신이 아니었지. 어디 저 친구뿐이었겠나." - P212

어떤 기억은 볕이 들지 않는 곳에서 오랜 세월을 견디다 한순간에 깨어나버리고는 한다. - P215

"그럼 통혁당 사건이 어떻게 된 건지도 잘 알겠네? 어디 그 얘기 좀 해보더라고. 이런 사람은 정치판에 있어도 촌구석에 박혀있으니 정보에 어두워서 애로가 많아." - P167

그 언니 후랑크후르트로 간댔나.
거기 가면 집도 주고 옷도 준댔다.
예나 지금이나 동네에서 제일 큰 외삼촌 댁보다 훨씬 큰 대궐 같은 집이랬다. 외화에 나오는 여우들이 입을 법한 옷가지도 받는댔고, 보들보들한 수건도 양껏 쓴다했고, 집보다 옷보다 수건보다 무엇보다 사람 대우 받는댔다. 그 언니 그래서제 말마따나 지금쯤 슈바빙돼 있으려나. 버려진 자리서 몰래 피우던 마(麻)도 맘껏 피우고, 마셔보고 싶다 노래 부르던포도주도 원 없이 마시면서 그렇게 멀리멀리 가 있으면,사이 난리도 모르겠지. - P2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제 시적 화자들 때문에 제가 끔찍한 가정 폭력에 시달렸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이게 시적 화자와 시인을동일시하는 폐해인가 봐요(웃음). 실제로 저는 스물두 살 때 아버지에게 딱 한 번 뺨을 맞아보고(이유는 비밀), 한 번도 맞아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과잉보호를 받았다고 하는 게 맞을 거예요. 고등학교 때까지 수학여행을 가면, 아버지는 제짐을 싸줄 정도로 자상한 사람이었거든요. - P225

임 "희망을 주고 용기를 주는 것, 위로하는 것, 의지를 심어주는 것에 대해 말씀하신 내용에 공감해요. 섣불리 말해지는 회망이나 용기, 위로, 의지 같은 것들이 거짓말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거짓 희망, 용기, 위로, 의지를 보여주려고 하는 문학작품을 좋아하지 않고요. 어떤 작가가 이 세계에 희망이 없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에 희망이 있다고 쓴 것을 읽은 적이있어요. 그 말을 읽고 ‘희망‘에 대해 더 오래 생각하게 되었어요. 시 속에서도 섣불리 희망을 말하지 않게 되었고요. 그런데 또질문이 생겨요. 희망과 용기, 위로, 의지를 완전히 포기한 상태는 아니거든요. 그저 진정한 희망이 뭔지, 진정한 용기란, 진정한 위로란 무엇인지 계속 고민을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찾지 못한 듯해요. 앞으로 그것들을 어떤 방식으로 찾아내야 할지앞이 막막할 때가 있어요. 찾았다. 혹은 찾지 못했다는 결과보다 어떤 방향으로 찾아가고 있는지가 중요한 듯하거든요. 그 방향에 따라 작품을 쓰는 방식도 달라질 테니까요. 거짓 희망이 아니라 진짜 희망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일까요? 혹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찾아나가야 할지, 저처럼 고민해보신 적이 있으실까요? - P226

모두들 미래가 어둡다고 한탄하지만 미래로서는 그게 ‘최선‘의 모습이라는 거죠. 아직 오지않은 것이니까 이들죠. 그렇게 생각하니 희망은 아득하고, 그것이 희망으로서는 최선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무얼 바란다는 것은 현재 없거나 희미하니까 바라는 것일 테니까요. - P2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름이 온다 비룡소의 그림동화 297
이수지 지음 / 비룡소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름이 와서 다시 이 책을 편다 글자 수를 넘어서는 파도와도 같은 겹들이 넘실대는 책 음악적이고 영화적인 놀라운 아름다움 비를 보다가 비를 맞는 듯한 경험을 원하신다면 이 크고 근사한 세계를 펼치시기릏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