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절대로 여기서 유명해질 수 없어. 넌당최 누군가의인형 노릇을 할 수 있는 아이가 아니니까." - P62

"네가 요만한 꼬마였을 때 얼마나 겁쟁이였는지 아니? 응가를 하고 나선 이 할미가 엉덩이도 못 닦게 했지." 그러고는 요란하게 깔깔 웃으면서 내 엉덩이를 찰싹 한번 치고는 나를 꽉껴안았다. - P64

엄마는 내가 딱 이렇게 살지 않도록 나를 보호하느라 평생토록 안간힘을 써왔다. 그랬던 엄마가 지금은 그냥 미소 띤 얼굴로 부엌을 왔다갔다하고 있는 것이다. 파를 썰고, 믹싱볼에사이다와 간장을 콸콸 붓고, 손가락으로 콕 찍어 맛을 보면서.
싱크대에 줄줄이 붙여놓은 바퀴벌레 덫에도 냉장고 손자국에도 별로 신경이 안 쓰이는 듯, 그저 집밥의 맛을 남기는 데만집중하고 있었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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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우리가 책을 읽는 건 아니다. 삶이 깨어나는 시기, 두 눈이 처음 사물을 보기 시작하는 시기엔 책을 읽지 않는다. 입으로, 양손으로 삶을 집어삼키지만 아직 잉크로 눈을 더럽히지는 않는다. 삶의 시원, 첫 수원(水源), 유년의 개울에서는 책을 읽지 않는다. 책을 읽겠다는 생각도, 어느 책의 페이지나 어느 문장의 문을 뒤로하고 쾅 닫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아니, 처음엔 더 단순하다. 어쩌면 더 실성한 건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무엇과도, 그 무엇에 의해서도 분리되지 않은 상태이다. 우리는 진정한 제약이라고는 없는 첫 대륙에 속해 있다. 이 대륙은 바로 당신, 당신 자신이다. 처음엔 광막한 유희의 땅들이 있다. 발명의 광막한 초원첫걸음의 강들이 있다. 어머니라는 대양이, 어머니의 목소리라는 철썩이는 파도가 사방을 에워싼다. 이 모두가 당신이다. 끊김도찢김도 없는 온전한 당신이다. 쉽사리 헤아려지는 무한한 공간, 그 안에 책은 없다. 책이 들어설 자리, 독서라는 경이로운 에도가들어설 자리는 없다. - P8

이렇게 세상의 첫 막이 내리면 다른 무언가가 시작된다. 대개는 따분한 무언가다. 글을 읽게 되면서부터 우리는 자신에게 무가치한 희생만을 요구하는 것들을 사게 된다. 말하자면 교실에 앉을 자리 하나, 혹은 사무실이나 공장에서 떠맡는 직책 하나. 그러고나면 우리는 단념한다. 우리는 꼭 읽어야 하는 것만 의무적으로 읽는다. 거기에 기쁨은 없으며 즐거움조차 누릴 수 없다. 복종이 있을 따름이다. 학업을 마칠 때까지, 사막의 입구에 다다를 때까지 중요한 건 오직 복종이다. - P9

발작 상태는 세상의 본성이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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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 이 명랑한 악기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우리에게 날아온 철새들이 발명했다 이 발명품에는그닥 복잡한 사용법이 없다 다만 꼭 다문 입술로 꽃을 피우는 무화과나 당신 생의 어떤 시간 앞에서 울던 누군가를 생각하면 된다 - P16

저녁의 가장 두터운 속살을 주문하는 아코디언 소리가 들리는 골목 토마토를 싣고 가는 자전거는 넘어지고 붉은 노을의 살점이 뚝뚝 거리에서 이겨지는데 그 살점으로 만든 칵테일, 딱 한 잔 비우면서 휘파람이라는 명랑한 악기를 사랑하면 이국의 거리는작은 술잔처럼 둥글어지면서 아프다WE - P17

박쥐는 가을의 잠에 들어와 꿈을 베꼈고꿈은 빛을 베껴서 가을 장미의 말들을 가둬두었다그 안에 서서 너를 자꾸 베끼던 사랑은 누구인가그 안에 서서 나를 자꾸 베끼는 불가능은 누구인가 - P19

네 얼굴아릿하네 미안하다 - P22

당신이 나에게 왔을 때 그때는 딸기의 계절딸기들을 훔친 환한 봄빛 속에 든 잠이익어갈 때 당신은 왔네 - P29

지난여름 속 당신의 눈, 그 깊은 어느 모서리에서자란 달에 레몬 냄새가 나서 내볼은 떨린다, 레몬꽃이 바람 속에 흥얼거리던 멜로디처럼 눈물 같은 흰빛 뒤안에서 작은 레몬 멍울이 열리던 것처럼 내 볼은 떨린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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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법은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도 응용할 수 있다. 보다 고결한 가치, 아름답게 빛나는 동기로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어라. 이를테면 이웃사랑, 환경보호, 동물보호, 건강증진 등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활동을 하자. 강한 자기 통제는 충만한 행복감을 선사하여 당신의 몸에 활력을 불어넣으리라. 이런 활동은 건강하게 장수하는 삶을 약속해준다. - P102

요점을 정리해보자. 자신이 무력하다고 느낄수록 우리는 갖은 지레짐작으로 우연이라는 이름의 퍼즐 조각을 모아 설명을 완성하려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을 확실히 장악하고 있는 사람은 그냥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저 아무것도 아닌 혼란이라고 느긋한 반응을 보인다. - P106

굴뚝청소부가 복을 가져다주지 않으며, 검은 고양이를 봤다고 해서 불운이 찾아오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안다. 그럼에도우리는 뭔가 조금이라도 납득이 가지 않으면 음모론을 제기하고 미신에 매달린다.
상황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굴뚝청소부가 되어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것은 아닌지 때때로 자신을 돌아보는 게 좋다.
설명이 없는 게 아니라, 합리적인 설명을 인정하지 않는 것뿐일 수도 있다. 또는 실제로 그 어떤 설명도 할 수 없거나.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참아보는 것도 좋은 인생 연습 가운데 하나이리라. - P107

인위적 희소화 전략이 물건이나 서비스는 똑같은데도 매력을 끌어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효과는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상당한 노력과 수고를 들여야만 가질 수 있는 것에 우리는 늘 커다란 가치를 부여한다. ‘정말 힘들었는데,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어!‘ 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 P109

어떤 사람을 의도적이든 우연히든 자주 마주칠수록 우리는 호감과 매력을 느끼게 된다. 물론 단 하나의 조건은 있다. 첫 만남에서 부정적인 인상을 받지 않아야 한다. 부정적인 인상을 받은 경우에는 만남이 거듭될수록 반감만 깊어진다. 그러나 최소한첫인상이 중립적이었다면, 만남의 횟수와 비례해 호감은 상승한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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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에 누가 올해 또는 지난 10년 동안 고향에 못 갔을까? 누가 나처럼 죽을 때까지 영영 못 볼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 P19

나는 우리의 새집을 사랑했지만 나중에는 원망도 했다. 이웃에 같이 놀 친구도,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거리에 편의점도 공원도 없었으니까. 나는 이렇게 오도가도 못하는 외로운 신세에, 이야기를 나누거나 의지할 사람이라곤 달랑 엄마밖에 없는 외동이었다. - P32

"울긴 왜 울어! 네 엄마가 죽은 것도 아닌데." - P35

엄마의 규칙과 기대는 내진을 다 빼놨지만, 엄마에게서 벗어날라치면 혼자 알아서 놀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래서 나는 어린 시절 내내 두 가지 충동이 분열된 채로 지냈다. 어느날엔 결국 엄마에게 꾸중을 듣는 것으로 끝나는 타고난 선머슴 기질에 따라 행동했다가, 다음날엔 엄마에게 찰싹 달라붙어 엄마를 기쁘게 해주려고 안간힘을 쓰는 식이었다. - P39

깻잎 조림을 오물오물 씹어 먹으면서 말했다. "넌 진짜한국 사람이야." - P51

"한국 사람들은 작은 얼굴을 좋아하거든. 얼굴이 작으면 사진이 더 예쁘게 나오니까. 그래서 단체사진을 찍을 때마다 사람들이 어떻게든 자기 얼굴을 뒤로 가게 하려고 야단법석인거야. LA 김 아주머니도 자나깨나 내 머리를 자기 앞으로 밀어내잖니."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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