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파람, 이 명랑한 악기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우리에게 날아온 철새들이 발명했다 이 발명품에는그닥 복잡한 사용법이 없다 다만 꼭 다문 입술로 꽃을 피우는 무화과나 당신 생의 어떤 시간 앞에서 울던 누군가를 생각하면 된다 - P16

저녁의 가장 두터운 속살을 주문하는 아코디언 소리가 들리는 골목 토마토를 싣고 가는 자전거는 넘어지고 붉은 노을의 살점이 뚝뚝 거리에서 이겨지는데 그 살점으로 만든 칵테일, 딱 한 잔 비우면서 휘파람이라는 명랑한 악기를 사랑하면 이국의 거리는작은 술잔처럼 둥글어지면서 아프다WE - P17

박쥐는 가을의 잠에 들어와 꿈을 베꼈고꿈은 빛을 베껴서 가을 장미의 말들을 가둬두었다그 안에 서서 너를 자꾸 베끼던 사랑은 누구인가그 안에 서서 나를 자꾸 베끼는 불가능은 누구인가 - P19

네 얼굴아릿하네 미안하다 - P22

당신이 나에게 왔을 때 그때는 딸기의 계절딸기들을 훔친 환한 봄빛 속에 든 잠이익어갈 때 당신은 왔네 - P29

지난여름 속 당신의 눈, 그 깊은 어느 모서리에서자란 달에 레몬 냄새가 나서 내볼은 떨린다, 레몬꽃이 바람 속에 흥얼거리던 멜로디처럼 눈물 같은 흰빛 뒤안에서 작은 레몬 멍울이 열리던 것처럼 내 볼은 떨린다 - P3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