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당신의 기억은 과연 정확한 걸까? - P180

‘섬광 기억 Flashbulb memories‘ 이란 사회적으로 큰 사고나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개인이 처해 있던 개인적 상황이 그 사건에 결부되어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되는 것을 말한다. 섬광 기억이 가지는 특별한 점은 우리의 머릿속에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고,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경험했는지가 상당히 생생하고 세밀하게 그려진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1977년부터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로저 브라운Roger Brown과 제임스 쿨리크 James Kulik가 1963년에 벌어진 케네디 암살 사건을 연구하면서 알려졌다. - P181

그러나 부정적인 사건의 경우는 다르다. 지극히 사소한 것까지도 놓치지 않고 완전히 주목한다. 마지막 구석까지 남김없이 분석하고 해석한다. 부정적 사건은 위험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비슷한 사건을 알아차리고 피하려면 그런 분석은 반드시 필요하다. - P182

앞에서 예시로 든 선입견들을 알고 있다는 것은 최소한 머릿속에 그 선입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설령 "나는 선입견 없어"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그게 곧 ‘내 머릿속엔 선입견이 없어‘라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거의 예외 없이 누구나 머릿속에 사회적 통념에 따른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대체 선입견은 어떻게 우리 머릿속으로 들어갔을까? 놀랍게도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믿기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주변 환경으로부터 선입견을 ‘배운다.‘ - P186

도식은 아주 간단하게 만들어지며, 잠재의식에 숨어 작용한다. - P187

그럼 이미 학교를 떠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나는 선입견 없어!‘라는 말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미 많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그로부터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함께 힘을 모아 ‘직소 모형‘을 활용하면서 우리 사회가 하나의 공통된 퍼즐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 P188

"여보, 나 머리 아파."
당신이라면 이 말을 어떻게 알아들을까?
(1) 실질 차원에서 중요한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배가 아픈 것도, 등이 아픈 것도 아니군. 머리가 아프군.‘
(2) 호소 차원에서는 말하는 사람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뜻한다. ‘날 좀 내버려둬!‘ 또는 ‘제발 나 좀 위로해줘!"
(3) 관계 차원은 두 사람 사이의 결속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한다. ‘우리 결혼 생활은 벌써 끝장났어.....…..
(4) 고백 차원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통보하는 것일 따름이다. ‘지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 P192

스르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다. 올라갈 층을 누른다. 스릉스 엘리베이터가 올라간다. 장난감 병정처럼 나란히 서서 모두문 쪽을 바라본다. 뒤통수 뒤통수 뒤통수만 뚫어져라 노려본다.
어떻게 세계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서 이런 한결 같은 모습을 연출할 수 있는 걸까?
우리는 이런 현상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 P197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대개의 경우 엘리베이터를 포기하기란 어렵다. 결국 우리 태도를 상황에 맞추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캥거루와 똑같이 행동하는 게 답이다. 엘리베이터 안의 사람들은 문을 향해 초점을 맞추고 집단적으로 앞 사람의 뒤통수를 바라봄으로써 직접적인 접촉을 피한다. 이런 식으로 직접적인 자극을 주고받을 위험을 모면하는 것이다. 뒤통수만 보는데 흥분할 이유가 없다. - P198

우리는 자기중심주의 탓에 인생 전반에 걸쳐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물음에 끌려 다니며 불안에 떤다. 그러나 다른 사람 역시 오로지 ‘저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물음에만 골몰할 뿐이다. - P202

심리학자가 토론에서 상대를 제압하는 최고의 병기는 잠재의식이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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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란 사람에게 황겁할 정도로도저하지 않은 점이 대체 무엇이겠습니까! - P222

시를 편집해서 엮어낸다든지 중편소설 4분의 3분량을 번역한다든지 하는 더욱 지적인 일에 관심이 컸다. 피터는 석사학위 소지자로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하며 일곱 권짜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끝까지 읽은 사람이었다. - P224

피터는 부모님과 함께 있었는데 나는 그분들을 식당에서한번 뵌 적이 있었다. 직접 보니 피터는 상태가 훨씬 더 심각했고 약기운에 취해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그래도 내가 갖고 온 꽃을 꽂을 수 있게 간호사가 소변 통을 가져오자 피터가웃음을 터뜨리는 걸 보니 안도감이 들었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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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길 걷느라 지쳐서 낡은 구두는늙은 소처럼 어둠 속에 웅크립니다앞으로 걸으려던 발자국들이 미숙한 아이로 남은이 저녁 - P95

별들에게는 빛이 발이었나 봅니다대야는 별빛으로 가득합니다퉁퉁 부은 발에 시퍼렇게 청태가 끼어빛이 되는 건 천체의 일이겠지요 - P95

브레멘이라고 들어봤어?
그곳은 어디에 있나?
그곳이 있기는 하나? - P98

루마니아어로 욕 얻어먹는 날에 - P100

팔을 잃은 남자는 마을 묘지에서 일했다새벽 산책길에는 그가 밤에 했던 질문들이 나뭇잎처럼 뒹굴고 있었다그 질문들을 주워서 읽었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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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재밌게 하던 건데, 이거 한 입만 잡숴보라며 주변에도 열심히 권했던 건데, 어느 날인가부터좀 시들해지는 때가 온다. 이상하다. 분명 이렇지 않았는데? 그치만 재미로 하는 일은 대부분 그렇다. 어디서 무슨 떡밥이 튀어나올지 몰라야 혁, 하며 놀라고 설렐 텐데, 슬슬 패턴이 보여서 그렇다. 영원히 질리지 않고 그냥 마냥 행복하면 좋겠지만 마음과는달리 점점 눈이 흐려지는 것이죠(라고 말하며 과거의 덕질을 아련하게 떠올린다). 여행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취향이 바뀌고쓸 수 있는 예산이 달라지니 내 마음도 변하는 모양이다. - P45

그래서 나는 돌아다니기를 멈추고 한 지역에 오래 머물러보기로 했다. 얼마나? 2주일 때도 있고 2달일 때도 있다. 그 이상일 때도 있다. 포인트는 이거다. 지겨워질 때까지 있어 보기. 그렇다고 해서 ‘살아봤다‘는 생각은 안 한다. 저 거기에서 살다 왔어요, 라는 말도 안 한다. 아니 못 한다. 여행은 돈을 쓰는 거지 돈을 버는 게 아니다. 아껴 쓰든 펑펑 쓰든, 돈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게 훨씬재미있다. 나는 여행하며 재밌게 놀았지, 치열하게 살지 않았다. 살아봤다는 말은 그래서 함부로 할 수 없다. - P46

언젠간 꼭 다시 찾아가고 싶다. 미용실 식구들과 반갑게 포옹하고 키스를 나누며, 머리카락이든 어디든 마음껏 맡기고 싶습니다. - P54

혼자 여행할 땐 사회생활 모드를 끈다. 돈 들여, 시간 들여 나 좋자고 하는 거니 딱 내 마음만 신경 쓴다. 취향을 충실히 따라간다. 나는 정말이지 도시를 너무나 사랑하는 인간이며, 잘 갖춰진 최신의 인프라를 실컷 누리는 게 큰 행복이다. 공원 산책을 한다9월요로 유명하 여행지에서도 뽀송뽀송 마른 몸으로 지낸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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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는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생각거리들 중 하나이다. 피로는 질투 같고, 거짓말 같고, 두려움 같다. 우리가 애써 외면하는이런 불순한 것들을 닮아 있다. 그것들처럼 피로는 우리를 땅으로 내려서게 한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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