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이 없는 마을은 마을이 아니다.
스스로 마을이라 부를 수는 있겠지만영혼까지 속일 수는 없다는 것을 자신도 알 것이다.
- 닐 게이먼(소설가)

그런데 덥긴 정말 더웠다. 그렇더라도 에어컨을 켜기 전 해야 할일이 있다. 과거의 공기는 내보내고, 새 공기 받아들이기. 언제쯤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벗어나려는 노력도 욕심일까. 습관처럼 떠오르는 생각이 영주의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영주는 습관처럼 또적극적으로 생각을 밀어낸 후 창문을 하나씩 열었다. - P11

"나는 요즘 사람들을 도통 모르겠어. 그런다고 여기까지 와? 여하튼, 다행이다. 가만히 앉아만 있는 줄 알았는데 뭘 하고 있긴 했네." - P19

"이럴 때 읽을 만한 책 없을까?" - P35

영주는 민철 엄마의 벌게진 눈을 떠올리며 다시 답을 해봤다.
삶을 이해한 작가가 쓴 책. 삶을 이해한 작가가 엄마와 딸에 관해 쓴 책,
엄마와 아들에 관해 쓴 책, 자기 자신에 관해 쓴 책, 세상에 관해 쓴 책, 인간에 관해 쓴 책. 작가의 깊은 이해가 독자의 마음을 건드린다면, 그 건드림이 독자가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그게 좋은 책 아닐까. - P41

영주는 민준과 한 공간을 사용하며, 침묵이 나와 타인을 함께배려하는 태도가 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어느 누구도 상대의 눈치를 보며 일부러 말을 지어낼 필요가 없는 상태. 이 상태에서의 자연스러운 고요에 익숙해지는 법 또한 배웠다. - P43

골목 곳곳에 동네 서점이 생기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면, 서점을 책뿐 아니라 문화생활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확장하는것 또한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서점 대표들이 이런 트렌드를 마냥 좋아서 이끌고, 또 뒤늦게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니다. 일종의 유인책이라고나 할까. 우선 손님을 서점으로 불러들이기위해 책 판매만으로는 먹고살 수 없으니까. - P51

아름 흠……… 전 책을 읽을 때 기억에 대해서는 크게 집착하지않아요. 물론 책 내용이 연결돼야 하니까 앞의 내용을 어느 정도 기억해야 하긴 하죠. 정말 하나도 기억 안 날 땐・・・・・… 사실 이런 경우....
는 별로 없어요. 대개 어느 정도는 기억나요. 그래도 기억이 안 나면연필로 체크해놓은 부분만 읽고 나서 다시 읽기도 해요. - P57

지미는 원두가 분쇄되는 동안 민준의 머리에 커피에 관한 정보를 있는 힘껏 밀어 넣어주었다. 전설에 따르면 인류가 커피를 발견하게 된 건 염소 때문이라고 했다. 염소가 작고 동그랗고 빨간 열매만먹었다 하면 지치지도 않고 날뛰는 걸 보고, 염소지기가 커피 열매의 존재와 그 효과를 처음 알았다는 거였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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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혈액형이 O형인데요, 성격은 완전 트리플 A형이거든요. 아시죠? 얼마나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성격인지. 반배정 폭탄 맞으면 저 죽어요. 제발 살려 주세요. - P7

아람이, 병희랑 같은 반이 된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지만 기도가 더 필요했다.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완전 이상한 담임이 걸릴지도 모르고, 내가 엄청 싫어하는 애들이 우리 반에 우르르 몰려올 수도 있으니까. 자칫하면 1년 내내 납작 엎드려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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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순간들
황진하 지음 / 발코니 / 2022년 7월
평점 :
절판


라디오의 소리가 활자가 되어 눈으로 들린다 담담하고단단하게 페이지마다 새겨진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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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의 무서움, 실천하는 자의 집요함과 성실함에 대해 체감합니다. 집요한 성실은 이렇게나 대단한 힘입니다. - P34

아, 정말 너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많은 것이 변해버렸습니다.
한 달 동안 아껴 써야 하는 200분을 단 하루에 써도 아쉽지 않았던그 존재들. 그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200분이라는 전 재산을 탈탈 털어서라도 얘기하고 싶었던 밤이, 맘이 저는 아직도 선명합니다. - P39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청춘으로 남고 싶어요. 시간이 후루룩 지나는 것 같아 야속한 마음이 들 땐 야무지게 플랭크를 해야겠네요. 이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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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튼튼하게, 더 자유롭게.
끈과 끈을 연결하며, 나는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다. - P72

목격자(Le témoin)

"불어에서 temoin(목격자)이라는 명사를 동사로만들면 témoigner가 되죠. 아시겠지만 이 동사는‘목격하다’가 아닌 ‘진술하다‘ ‘증언하다‘라는 뜻으로사용돼요. 그러니 목격자는 목도하는 사람이자증언하는 사람이지요. 그들은 하루를 증언하기 위해그곳에 앉아 있어요. - P78

짐작했을지 모르겠지만, 이 글은 나의 파두다.
그러니까 그리움의 노래. 나는 지금 그리움을증언하고 있다. - P80

"이렇게 작고 힘이 없는데 뭐가 이렇게 아름답지?"
"이렇게 작은 게 빛을 내니까 아름답지. 기특하잖아.
사람들은 태양을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아.
어쩌면 무서워할걸? 너무 완전하고 커다란 건 조금무서워. 이렇게 작은 건 뭐랄까…, 꿈꿔볼 만하잖아. - P86

그러다 문득 자신을 열면 해변이 있다는 아녜스바르다의 말이 떠올라 그에게 말했다.
"너를 열면 숲이 있겠구나."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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