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만나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종종 다 같이 어울렸다. 흙과 물은 서로를 궁금해했고, 특히나 흙은물을 재밌어하는 눈치였다. 물은 처음에는 흙이 별로인지 데면데면하게 굴면서 낯을 가렸지만, 몇 번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신 다음부터는 곧잘 웃고 떠들었다. - P189
그때 물이 전화를 걸어온 이유가 곤란을 호소하게나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내 안부를묻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하면 나는 울고 싶어진다. - P192
물은 문란해서죽은 게 아니다.물은 불안해서죽은 게 아니다.물은 무력해서 죽은 게 아니다. 내물은 슬퍼서 죽은 게 아니다.물은 화가 나서 죽은 게 아니다.물은 외로워서 죽은 게 아니다.물은 게이여서 죽은 게 아니다. - P205
[살리고 있는 중. 가져가지 마세요.) - P209
이 물건은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일까? - P76
지금 당장 필요한 것 같아도 사지 않고 그냥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 하룻밤을 참으면 일주일도참을 수 있다. 일주일을 참으면 한 달을 참을 수있고, 한 달을 참으면 장바구니에서 삭제할 수 있다. ‘어차피 살 거 빨리 사자‘가 내 쇼핑 모토였는데, 이제 ‘소비는 미룰수록 좋다‘라니. 엄청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 P75
"내일 당장 없다고 죽는 건 없다."
# 반소비주의반소비주의는 소비를 줄이려는움직임이다. 여러 갈래가 있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소비 형태에 대한 의문을 공통적으로제기한다.
"자신에게 투자하세요." 이삼십 대를 범람하는 자기계발 책들과 함께 열정적으로 보냈다. 소파에앉아 멍 때리는 한 사람에 불과하면서도, 어째서인지 나는 오늘도 다양한 자기계발 상품들의 유혹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 P128
제가 밥은 편하게 먹자는 주의여서요.아……… 그래.나는 그 순간에는 조금 멋쩍었으나 금세 한갓진 기분이 되어서는 따라 웃었다. 얘는 열여섯인데 이게 되는구나 싶어서, 중심도 기준도 모두 자기한테 둘 수있구나 싶어서 좀 신기하면서도 기꺼운 질투심 같은게 일었다. 그건 신경말단이 툭툭 살아나는 느낌이기도 했고, 그제야 내가 서 있는 곳이 물속이 아니라땅 위라는 걸 자각한 것처럼 숨이 확 트이는 느낌이기도 했다. - P166
"고객님은 신용카드 한도의 90퍼센트 이상을 사용하였습니다. 고객님의 상향 가능 한도 및 신청 방법…."문자가 왔다. 방금 6개월 할부로 그릇 세트를 샀는데, 아니 그게 얼마나 한다고 벌써 한도의 90퍼센트를 초과해? 한도는 500만 원.90퍼센트라 함은, 내가 450만 원을 긁었다는 뜻이다."미쳤어." - P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