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고양이는 곤히 잠드는지도 몰라. 아닐 수도 있고.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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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에 죄의식이 없어지고부터 후환을 근심하는것까지 배부른 수작으로 여겨졌다. 오로지 배고픈 것만이 진실이고 그 밖의 것은 모조리 엄살이요 가짜라고 여겨질 정도로 나는 악에 받쳐 있었다. - P56

반듯하지는 않지만 사람이 누울 만한 상자를 마련한 강씨는손은 만신창이가 됐지만 늠름해 보였다. 그가 그 나이까지 종사해 온 고무에 비해 나무란 얼마나 교만한 고집쟁이였을까. - P59

전기는 들어오지도 않았지만 들어온대도 켤 수 없는 암흑세계에서 아무리 세계적인 예술가라도 어떤 공연을 할 수 있을는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 P61

끝나기 전에 미리 외면하고 싶은 유치한 무용이었다.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은유나 상징이 전혀 없이 의도만이 하도 뻔뻔스럽게 노출돼 있어 마치 공산주의가 벌거벗고 서 있는 걸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벌거벗은 자가 부끄러워하지 않을 때는 구경꾼이라도 시선을 돌려야지 어쩌겠는가. - P65

나는 씩씩거리며 한바탕 퍼부었다. 생각할수록 분했다.
"너 정말 무슨 일을 당한 건 아니겠지?"
그제야 엄마가 겁먹은 얼굴로 물었다.
"당하긴 무슨 일을 당해요."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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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작은 뱀 한 마리, 키 큰 풀숲에홀로고리 모양으로 누워 있다가, - P97

어쩌면 당신도 이해할 거야하늘이 아닌무언가에게, 혹은 누군가에게그것에 대해 말하거나 노래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 P67

퍼시는 맨 처음 돌아왔을 때구름을 타고 오지 않았어.
모래 위를 천천히 달려오고 있었지, 마치먼 길을 온 것처럼. - P51

"생각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노래할 가치가 있다." - P37

그는 나무 아래 누워, 그늘을 핥고 있었어.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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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이름을 찾기 위해 드라마를 봤다. - P15

매주 월요일은 아파트 단지에 장이 서는 날이었다. 나는 월요일이면 장터에 나가 떡볶이와 순대를 사 먹었다. 그리고 노각을 서너 개씩 샀다. 가게에서 일하는 청년은 노각을 물외라고 불렀다. - P21

두시가 되려면 삼십 분이나 남았는데 이미 그가 와 있었다. 나느 따뜻한 커피를 그는 아이스커피를 주문했다. - P25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일곱 번이나 틀렸다. 태풍이 온다 그래서 나는 소파의 위치까지 바꾸었다. 거실 창 바로 앞으로, 아로마 향초도 하나 사두었다. 소파에 앉아 비를 실컷 구경할 마음으로. 그랬는데 태풍은 오지 않았다. - P27

고등학교 2학년 때 테니스 라켓에 맞아 손가락이 부러진 걸 시작으로 나는 지금까지 다섯 번이나 뼈가 부러졌다. 윤정은 그때마다 깁스에 자신의 사인을 가장 먼저 남긴 친구였다. - P35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그해에 나는 직장을 그만두었다. - P45

그리고 마침내 여섯번째로 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렇게애를 써서 나는 그냥 어른이 되었다. 그 생각을 하자 헛웃음이 나왔다. 구급대원이 내 입에 귀를 가까이 대고 물었다. "뭐라고요?
방금 뭐라 말했나요?" 나는 간신히 대답했다. "추워요"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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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엄마는 시침을 떼는 데는 선수였다. 정섭이 볼거리가 엄마의 비법으로 감쪽같이 나았다는 걸 엄마한테 보고할 때 나는엄마가 그 따위 돌팔이 처방을 가지고 너무 잘난 체를 하게 될까봐 은근히 걱정을 하면서 사실은 흥분하고 있었다. 그러나 엄마는 나을 때가 됐으니까 나았을 뿐이라고 내 흥분을 간단히 윽박지르지 않았던가. - P41

삐걱 소리도 사람을 놀라게 했지만 무엇보다도 남들한테 우리가범한 흔적을 보이기가 싫었다. 아직도 행인이래 봤댔자 인민군이고작인데도 우리는 남의 이목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남의 이목이란 실은 우리의 양심이었는지도 모른다. 한 번 해 먹은 집 앞에는얼씬도 하기 싫었으니까. - P45

일사후퇴 후 달포가 되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죽은 듯이 움츠리고 있던 사람 사는 모습이 별수 없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정희네하고 좀 더 왕래가 잦아졌다는 것 외에는 길에서 인민군 외의 민간인과 만나지는 일은 좀처럼 생기지 않았는데도분명히 우리가 손댄 일이 없는 집들이 사람 손을 탄 흔적을 보이기 시작했다. - P48

영천시장엔 한 귀퉁이에 제법 시장까지 선다고 했다. - P49

엄마는 평소의 엄마답지 않게 그 말도 안 되는 약을 가지고장담을 할 뿐 아니라 어서 가서 그 처방을 일러 주지 않는다고성화를 했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정희네로 내려가서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그 얘기를 해 주었다. 뜻밖에 정희 엄마는 나도 믿지않는 얘기를 솔깃하게 들어 주었다. 그리고 어려서 궂은 파리에물려서 부어오른 자국을 할머니가 핥아 주던 얘기를 했다. - P31

"인민군대 처음 봤소? 무얼 그리 놀라오." - P35

"동무는 폐병 하나 못 고치는 조국이 밉지도 않소?"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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