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잖아요? 우리 부부가 지금 이렇게 됐다고 해서, 그때의특별한 사랑이 사라지나요. 없어지나요? - P219

모든 멈춘 것은 퇴색하고 틈이 벌어지고 낡아간다. 움직이지 않는 바위는 제자리에서 조금씩 바스러지고 있다. 어느 날회색 재로 풀썩 무너져내려 실체조차 없어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 사랑도 언젠가 그처럼 소멸하리라는 희망만이 그동안설을 버티게 했다. - P219

설은 남자의 눈을 보았다. 퀭한 눈, 퀭해서 슬픈 눈이었다.
누구나 자신의 방식으로, 이 사람은 이 사람의 방식으로 풍화를 견디는 중이었다. - P220

요즈음 그가 자신의 아파트에오는 횟수가 잦아졌다. 윤성은 소진보다 세 살 어렸다. 일로만난 사이가 개인적으로 변하는 것을 경계해왔는데 뜻밖에 그렇게 되어버려서 마음이 복잡했다. - P2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른 기기로 로그인되었거나 인증 정보가 잘못되었습니디 사용자 정보 보호를 위해 다시 로그인해주세요. - P187

한나는 오른쪽 엄지로 지그시 눌러 앱을 삭제했다. 진한 초록색의 대문자 ‘K‘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존재하지 않아도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 단 하나의 아이에 대해 한나는 끝내 생각을 멈추지 못했다. - P187

그러나 설은 Y시로 곧장 가는 직행버스를 예매했다. 느려도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끝까지 가는 사람들 틈에서 혼자만중간에 허둥지둥 하차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 P193

긴 시간의 힘을 믿던, 거기에 매달리고만 싶던 날들이 있었다. - P192

당장 숨이 멈춰도 좋을 정도로 충만한순간과 또 그만큼 가혹한 순간이 공존하는 여행이었다. 여행이 끝난 뒤에 설은 충만함을, 주영은 가혹함을 중심으로 그 시간을 반추했다. - P201

두 사람을 알게 되고 십사 년이 지났다. 이제 선우는 두 사람이 등장하는 육십 분짜리 휴먼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선우는 설에게 작가가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그것이 설에게 만나자고 한 용건이었다. - P207

계속 같이 있고 싶어 영원히마침표는 없었다. 초록색 하이테크 포인트 펜으로 또박또박적은 열한 개의 글자가 주영의 것이기를 설이 얼마나 바랐는지. 그때가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첫 순간일 줄을 당시엔 알지 못했다. - P210

오랜 시간 비닐 랩에 싸인 채 냉동실에서 숨죽이고 있던 반죽 덩어리가 갑자기 셰프의 식재료로 발탁된 셈이었다. 다만아직은 반죽의 형태로 존재했다. 막 실온에 꺼내진, 스스로도얼떨떨한 희고 말랑말랑한 한 개의 큰 덩어리. 이제부터 길고복잡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 P2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빌딩은 사실 출판사 쇼가쿠칸의 빌딩이니 쇼가쿠칸 사장님께 직접 상의해보세요." - P102

고다의 문장을 읽으면 보통의 일상 장면 하나하나가 소중해진다. 그녀 덕분에 나 역시 병원생활을 무료하지 않게 이겨낼 수 있었다. - P225

진보초 골목 안쪽에 위치한 카레집에서 점심을 먹고나오다 편집자인 가시와바라 고우스케씨를 맞닥뜨렸다. 이동네는 서점뿐 아니라 출판사들도 많아 길거리에서 출판관계자를 만나는 일이 흔하다. - P1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상, 출판사 하면서 운영이 힘들다 싶을 때 연락해요.
많이는 아니지만 300만 엔까지는 도울 수 있어요." - P185

추운 줄 몰랐던 것은 작가들 이야기도, 결의 때문도 아니고, 아마 이 복주머니를 얻어서였지 않았을까(복주머니는2014년에 받아 사용했다.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쿠온은 물론, 책거리도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 P185

"박경리 선생님, 저희를 지켜봐주세요. 이다음에는 일본어판을 읽은 독자들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 P193

힘든 것이 생각났다기보다 박경리 선생이 우리를 돌보아주고 계시는구나 싶어서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도전조차어려웠을 일이다. - P199

그리고 시간이 흘러, 처음 번역출판하겠다고 선언한 지10년 만인 2024년 9월에 일본어판 『토지』 전 20권을 완역해냈다. 1, 2권을 만들어 일본 독자들과 함께 선생님 묘소를 찾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일본 독자들 30여 명과 함께 통영을 찾았다. 2024년 10월 19일. 마치 박경리 선생을 중심에 두고 헹가래를 하듯 모두 『토지』를 한 권씩 들고 묘소 주변을 빙 둘러 책을 헌정한 뒤 다 함께 <아리랑>을 불렀다. - P201

광주에서 태어나 여덟 살까지 그곳에서 살았던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강연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소설을 써왔다고 말했다. 이것은 나 자신도 오래전부터 스스로에게 던져온 질문이기도 하다. 인간으로남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냥 인간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이 있어도‘라는 간절한 전제가 붙은 질문. 문학은 우리에게 그 질문을 잊지 않도록 도와준다. 인간으로남는다는 것은 결국 그 질문 하나를 놓지 않는 것일지도모른다. - P2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사 인사를 해야 하는 건 내 쪽이었다. 이 언니는 전화 목소리도 참 씩씩하고 다정하구나, 라고 나는 생각했다. - P56

그전에도, 그후에도, 나는 살아오면서 여러 사람에게 셀 수없이 많은 ‘어서와‘를 들었다. 그렇지만 인회 언니의 그것처럼 진심으로 사람을 반기는 목소리는 만나보지 못했다. 방안에는 세미나용으로 썼음직한 탁자가 있었다. - P59

"나는 있잖아, 이 일이 참 재밌다. 그래서 어떻게든 꼭 잘해내고 싶어."
낙관도 비관도 없이 스스로의 의지로 걷는 사람만이 할 수있는 말이었다. - P65

언니는 우리를 위해 맥주를 시킨 뒤 잠시 나갔다 왔다. 곧 돌아온 언니 손에는 편의점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고, 그 안에 숙취 해소 음료 두 병, 츄파춥스 세 개, 그리고 비락식혜 캔 하나가 들어 있었다. 언니가 그중 노란 캔을 꺼내 흔들어 보였다. - P69

민교수 외의 공역자는 다른 대학 중문과 교수인 그의 배우자였다. 인회 언니의 이름은 책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 - P75

제게는 어떤 선택권도 없습니다.
이제 저의 권리는 이곳을 떠나는 것뿐입니다.
중어중문과 대학원을 자퇴합니다. - P79

"너는 대체 무슨 생각이니?"
질문의 형식이라고 해서 진짜 질문인 건 아니었다. 엄마의질문은 어릴 때부터 늘 내 대답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 P91

괜찮음과 괜찮지 않음 사이에서 적절하게 밸런스를 조정하는것이 이 직업에 가장 필요한 덕목일지도 몰랐다. - P95

일주일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사이, 조직 검사를 해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라는 문장을 스무 번쯤 말했고, 검사 결과 악성입니다. 라는 문장을 열 번쯤 말했다. 누군가의 눈빛이왈칵 흐려지는 것을 그만큼 보았다는 뜻이다. - P103

하나하나의 일들이 조금씩 어긋나 맞물렸다. 그런걸 불운이라고 부른다. 다 부질없는 가정이었다. - P107

"그냥 내가 오늘은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교수님이랑이거 같이 마시면서 엄마 생각하고 싶어서, 그래서 사왔어요.
이거 드세요. 나쁜 거 아니에요. 캔커피 중에서 제일 비싼 거예요." - P116

가느다란 실 같은 불안으로 우리는 이어져 있다. 이런 것도 연결감이라고 할 수 있을까. - P119

같이 노는 사이가 친구가 아니면 누가 친구란 말인가. - P124

여자 조심하랬더니 자기도 이미 안다는데?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문장이라고 안희는 생각했다.
무슨 소리야? 스스로를 조심하라고 해야지. 본인 자신을그게 그거라면서 남편은 짜증을 냈다. 말문이 턱 막혔다. 안희가 하려던 말을 도리어 그가 먼저 했다. - P127

안희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또박또박 말하기 위해 죽을힘을 다했다. 남편이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네가 뼛속까지 이기적인 건 알았지만 진짜 너무한다. 그 여자는 연예인이라고. 원래 그런 거야, 그럴 수 있는 거야. - P1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