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적이 드문 해변을 찾고 있었다. 모두가 더위를 피해그늘로 물가로 도시 바깥으로 떠나는 계절에 한국에서 사람이 거의 없는 해변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딘가 모두의 시야를 벗어난 외딴곳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는데그건 전적으로 나체로 바다에 뛰어들어보고 싶다는 나의 한가로운 소망 때문이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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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돌연 심장마비를 일으켰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 가장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 P155

휴가철만 되면 우리는 비극적인 사고 소식을 듣는다. 보기에도 위태위태한 낡은 배가 승객을 가득 태우고 항해를 하다 침몰하고 만다. 한눈에도 만취한 게 분명한 버스 기사가 버스에 관광객을 태운 채 나무를 들이받는다. 나중에 기자들이 묻는다. 한눈에봐도 위험해 보이는데 거기 타는 사람들은 뭐죠? 답은 간단하다. 남들이 타니까! 위험해 보이지만 남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배와버스에 오르는 걸 보면서 별로 위험하지 않다고 믿어버린 것이다. - P157

그리고 사무실에 남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살아남은 사람은 자신의 본능과 감각을 믿었던 이들뿐이었다. - P158

금단의 사과를 따먹고 싶어 하는 심리를 심리학은 ‘리액턴스Reactance‘라 부른다. ‘리액턴스 이론‘은 이미 1960년대에 심리학자 잭 브렘Jack Brehm이 주도적으로 연구했다. 리액턴스는 원래 물리학에서 전기 저항을 일컫는 용어로, 금지된 것일수록 더욱 갖고 싶어 하는 심리를 뜻하는 개념이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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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토지 손님‘은 바라보는 나로 하여금 까닭 모를 절박한 심정을 갖게 한다. 방문 간격이 벌어지면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갑기도 하고, 숫자가 10을 넘어가고 나면 어느새 마음속으로 꼭 완주하기를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 P37

찾아가지 않은 옷들과 주인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장부처럼,
어느 날 바라본 서가에도 그런 쓸쓸함이 있다. 손길을 받지 못해늘 그 자리에 꽂혀 있기만 한 책들. 팔리지 못한 책들의 빛바랜책등, 실속 있게 인기 높은 책들만 진열해도 모자랄 것을, 나는왜 그렇지 않은 녀석들을 고를 때 유독 가슴 설레고 흡족해하는지. 뉴스에선 재테크 책들이 요새 서점가를 뒤흔들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 서점만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외로운 다림질을이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 P43

무언가를 긁고 새기는 행위가 글과그림의 기원이라면, 그런 흔적과 자국을 남기는 행위가 근본적인 차원에서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의 표현일 수도 있다는 견해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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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 - 속초 동아서점 김영건 에세이
김영건 지음 / 어크로스 / 202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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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마음과 고운 시선 페이지를 넘기듯 살아가는 하루들의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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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이야기도 썼고, 속초에 대한 책도 썼으니, 이번에는 책읽은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어떨까요?" - P5

2년 전 겨울 한 편집자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속초에서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의 책 읽기에 대해 써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죠. 그때도 저는 서점에서 일하던 중이었습니다. 손님에게 책을 찾아 드렸고, 옆면에 과일 이름이 적힌 상자를 풀어 책을 꺼냈고, 몇 차례 전화도 받았을 거예요. 뜻밖의 제안에 들뜬마음을 누릴 경황도 없이, 일을 하느라 더듬더듬 답변을 써 내려갔던 기억이 또렷합니다. - P5

다시 말해 서점 주인이기 이전에 한 명의 독자라는 신분증이 저로 하여금 일말의 머뭇거림 없이 집필을 시작하도록 만들어주었을 거예요. - P6

어떤 책은 더 나은 아빠이자 더 좋은 남편이 되고 싶어 읽었지요. 그런연유로 여기 모인 독서생활문에는 하루하루의 발랄한 기지개보다, 일터에서의 고민과 삶에서 마주한 곤궁, 내면의 성장을 향한집념 같은 것이 주로 담기게 되었습니다. - P7

저는 오늘도 서가 앞에 서서 한참을 망설이며 책을 꽂습니다.
책의 파도에 휩싸여 어쩔 줄 모른 채로, 언젠가 저처럼 놀랄 당신을 상상하면서요. - P8

"아빠, 이제 마감할 시간 됐지?" "아빠. 그런데 주문서는 다썼어?" 밤의 서점에서 우리는 큰 소리로 신나게 떠들고, 맨발로뛰어다니고, 술래잡기와 숨바꼭질을 한다. 밤이 찾아오면 서점엔 아이를 위한 새로운 막이 오른다. 까다로운 규칙들에 구애받지 않고, 엄마 아빠가 오로지 자기만을 바라봐주는 자유로운 무대의 커튼이 걷힌다. - P19

"서점이 뭔데요." - P24

내가 할 수 있는 일 또한 많지 않다. 달콤한사탕 몇 개를 종이로 돌돌 말아 상자 안에 동봉하거나, 허브 티백을 책 포장 안에 슬그머니 넣는 것밖에는 부모를대신해 책을 고르는 순간만큼은 그렇게 고른 책을 포장하는 잠깐 동안엔 내 손등 위에도 눈송이 한움큼 쌓여 있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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