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고말고. 사람의 몸은 본래 그렇게 생겨 있어서 누군가를 ‘품에 안는다‘고 할 때 그것은 반드시 그의 등뒤로 두손을 마주잡는 것일 수밖에 없다. - P72
없는 틈을 없애는 방법은 파고드는 것 말고는 없다. 한몸이 되는 것 말고는 없다. - P74
사람은 동시에 연인에게 갇히고 잠긴다. 다른 방식의 사랑의포옹은 없다. - P78
애무는, 포옹이 그런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고 가두려는 의도에 의해 행해지는 탐험이다. 그러나 아무리 만져도, 쓰다듬어도 사랑하는 사람은 붙잡히지 않고 가둬지지 않는다. 여전히 알 수 없고 초조하고 안타깝고 불안하다. 그러니 탐험은 계속되고, 이 탐험은 모험이 된다. - P81
사랑은 흔들리고 요동치는 시간 위에서 살고 있는 사람에게 독점된 것이다. 그래서 불안정하지만, 그래서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연연하는 것이다. - P89
영원한 사랑은 없다. 영원한 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잃어버릴 두려움 없이‘ 사랑할 수 없다. 잃어버릴 두려움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 P90
한 사람의 말이 곧 하나의 국어다. 한 사람의 말은 다른 사람에게는 하나의 외국어이다. 세상에는 말을 하는 사람 수만큼의, 어쩌면 말해지는 상황만큼의 국어/외국어가 존재한다. - P94
"땀이 태어난 뒤, 알렉상드르는 땀이 딸이었음에도 ‘꽁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자기 딸이었기 때문이다." - P103
眞水차는 물의 신이요, 물은 차의 체라 하였는데, 진수가 아니면 그 신이 나타나지 않으며 진차가 아니면그 체를 볼 수 없다 하였다. - P107
바르지 않은 생각으로 바른말을 할 수 없고, 어긋난 말로 바른생각을 전할 수 없다는 것. - P109
사람은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산다. 사람은 자기에게 허락된 기다림을 산다. - P118
제때에 도착하는 기다림은 없다. 아무리 빨리 와도 내가 ㄱ다리는 사람은 항상 늦는다고 롤랑 바르트는 말한다. 그것내가 항상, 어쩔 수 없이 일찍 도착하기 때문이다. - P122
누구에게나 예기치 않은 순간에 죽음은 온다. 죽음은 게으르고, 동시에 즉흥적이다. 요컨대 종잡을 수 없다. 죽음은 올 때까지 오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늦어져도 언젠가는 온다. 늦어질 뿐 철회되지는 않는다. 죽음은 신실해서 온다는 약속을 파기하지 않는다. 다만 오는 시간을 우리가 모를 뿐이다. 신랑은 올 것이다. 늦더라도 오지 않을 수는 없다. 다만언제 올지 모를 뿐이다. 고도는 올 것이다. 그러나 오기 전까지는 오지 않는다. - P129
죽음은 대답이 아니라 하나의 큰 질문이다. 마지막 순간에오는 깨달음은 질문의 형식으로 온다. 죽음은, 유일한 질문이다. 삶의 모든 경험이 바쳐져서 만들어낸 단 하나의 질문이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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