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묶는다. 네번째 시집 이후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왔다. 시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대신 시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시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고 묻지 않고 시가 무엇을 더 할 수 있는가라고 묻곤 했다. 시를 나 혹은 너라고 바꿔보기도 했다. 나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더 할 수 있는가.
그러다보니 지금 여기 내가 맨 앞이었다. - P5
어떤 경우에도우리는 한 사람이고한 세상이다. - P13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 P14
백목련 사진을 급히 배달할 데가 있을 것이다. 부아앙 철가방이 정문 쪽으로 튀어나간다. - P17
비의 꽃은 지금 꽃을 제안으로 삼키고우박처럼 단단해지려는 것이다. - P21
자유롭지만 조금 고독하게그리하여 자유에 지지 않게고독하지만 조금 자유롭게그리하여 고독에 지지 않게 - P22
혼자 자유로워도 죄스럽지 않고여럿 속에서 고독해도 조금 자유롭게 - P22
내가 놓친 그대여저 높은 곳에서 언제나 빛인 그대여. - P25
내 안에 들어 있던오랜 죽음도 기지개를 켠다. 내 안팎이는나의 태어남과 죽음이지금 여기에서 만나고 있다. 그리 낯설지 않다. - P28
외로울 때면 양치질을 했다는젊은 스님이 생각났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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