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사람을 바꿀 수 있을까?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나는 책이좋고 책 만드는 것이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을 인생보다 혹은 인생만큼대단하게 여기고 싶지는 않다), 책은 사람을 바꿀 수 있다. 내게 그런 경험이 있다. 최소한 하나의 사례를 아는 셈이어서, 아니라고 말할 수없다. - P4
어느 날은 하룻밤에 세 번 편의점에 갔는데, 취중에도 세 번 다다른 곳을 찾아갔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내 음주가 문제적이고 그래서 부끄럽다고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더한 문제는 그렇게 마셔봐야고민과 불안은 그대로라는 점이었다. - P5
냅은 가볍고 진지하다. 웃기고 슬프다. 시작은 지나치게 예민하고 결말은 어이없이 관대하다. 자의식이 강하지만, 자기 연민이나자아 비대는 없다. 그리고 늘 글 쓰는 자신에게 정직하다. - P7
속삭임은 두 주째, 혹은 세 주째쯤에 시작된다. 처음에는 이렇게 지적한다. ‘너 요즘 혼자 보내는 시간이 엄청많구나. 안 그래?‘ 그러고는 이렇게 말한다. ‘맘 편한 일이야. 그렇지? 보호받는느낌, 안전한 느낌이 들잖아.‘ - P15
이 바로 고독과 고립의 차이다. 고독은 차분하고 고요하지만, 고립은 무섭다. 고독은 우리가 만족스럽게 쬐는 것이지만, 고립은 우리가 하릴없이 빠져 있는 것이다. - P19
이 목소리들에 이끌려 나는 저녁 초대를 거절하고, 친구들에게전화할까 하다가 그만두고, 서서히 아래를 향해 추락하기 시작한다. 고독은 외로움이 되고, 외로움은 의기소침이 되고, 의기소침은무기력과 절망이 된다. 나는 문득 고개를 든다. 이미 나는 고립되어 있다. - P21
"내가 고상한 척한다고 생각한다고요? 도도하게 군다고? 내가그냥 수줍음이 많아서 그런다는 걸 왜 모르죠?" 이웃 여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수줍음을 다른 걸로 이해하죠." 여자는 잠시 후 덧붙였다. "수줍음이 많은 사람들은 좀 헷갈려요. - P27
|